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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선수행 전근홍 씨 하

기자명 법보신문

매주 토요일-여름·겨울엔 1주일씩 철야
화두 참구하며 죽음 공포 극복…마음 출가

첫 번째 일주일 철야정진 이후 2년간 철야를 하다보니 언제부터인가 화두가 순일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참선을 시작해서 1분 여가 지나면 시계소리조차 들리지 않고 오직 화두만 들렸다. 처음으로 생각을 쉬어본 것이다. 그때에 비로소 사람은 누구나 1초도 안 쉬고 생각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동산수상행(東山水上行)’이라는 화두를 받았는데, 지속적으로 철야정진을 하면서 마치 정해진 답처럼 ‘예리한 칼을 들고 쫓고 쫓을 새, 갈곳 없는 東山水上行이 내 집안 소식을 토하는구나. 산은 푸르고 물은 맑은데 할 일도 많았던 내 집안 일이 하나도 할 일 없는 그대로구나’하는 답이 나왔다.

그리고 자성자리는 특별히 나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가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내가 이 세상에 온 것은 이 공부를 하러 온 것이니, 이 공부를 계속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죽음에 대한 공포를 겪어왔던 나 자신을 돌이켜 볼 때 이 공부를 모르는 모든 사람들이 얼마나 고생이 많을까 생각하니, 모든 사람들이 같이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당시 정말로 마음의 출가를 한 것 같았다.

그 후로 군을 다녀온 다음에 1주일만에 집에는 취직 공부한다고 말하고는 선원으로 내려와 입주를 했다. 선생님은 공부란 것이 화두를 붙들고 참선만 하는 공부만이 아니라, 평상시의 마음을 어떻게 가지고 쓰는가가 진짜 공부라는 것을 가르치셨다. 81년 초에 선원을 나와 서울 집으로 와서도 1주일 철야정진은 빠짐없이 참석했다.

선생님은 “여러분의 성품은 공겁”이라고 말씀하셨다. 하늘과 땅이 있기 전부터 있는 것이고 허공과 동일하다는 말씀이었다. 백봉 선생님은 이것을 느낀다면 만사는 다 끝난 것이고 춤밖에 출 것이 없다고도 했다. 그 후로 철야기간에는 입승을 맡았는데, 어느 때 철야기간 중 문득 결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부를 방해하지 않고 함께 공부할 사람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오 씨 성을 가진 보살님이 지금의 집사람을 소개해주었다. 내 생각을 이해해 준 그녀와 3개월만에 결혼을 하게되었고, 그때부터는 매주 토요일에 서울 도반들과 함께 철야정진을 했다. 물론, 집사람도 함께 했다.

서울에 있으면서도 토요일마다 철야정진을 계속했고, 여름과 겨울의 철야정진은 집사람과 함께 부산으로 내려가서 참석했다. 부산에서는 백봉 선생님께 공부를 배우는 야청 선생님의 도움으로 백화점에 취직을 하게 되었다. 낮에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새벽 4시에 일어나 예불에 참석하는 것을 시작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선원에서 수행하며 지냈다.

이후 다른 곳에서 직장생활을 하게 되면서도 매주 선원을 찾았고, 여름과 겨울 두 차례 진행되는 1주일 철야정진에는 빠짐없이 참석했다. 내게 불교공부를 통해 생사해탈이 가능하다는 확신을 심어주고, 쉼 없이 정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셨던 선생님은 1985년 여름 돌아가셨다.

나와 도반들은 각자 가지고 있던 선생님의 법문 테이프를 모아, 법문을 들으며 공부를 계속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94년부터 보림사 강혜 스님의 배려로 보림사에서 매주 토요일 철야정진과 1주일 철야정진을 계속하고 있다.

보림선원 총무(56·은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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