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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경 스님]立春大吉

기자명 법보신문

봄에 들어 선 모든 사람들
당당히 서 있는지 자문해야

사생주야 수류화개(死生晝夜 水流花開)
금일내지 비공향하(今日乃知 鼻孔向下)
죽고 태어남, 밤과 낮이 물 흐르고 꽃피는 소식이니
오늘날에야 콧구멍이 아래로 향한 도리를 알겠네.

지금이 절기로 입춘이다. 봄에 선다, 즉 봄에 들어간다는 말이다. 춘하추동 사계절이 한바퀴 돌면 비로소 1년이 된다. 이때 ‘해(歲)’자를 쓴다. 이와 비슷한 ‘세(世)’는 원래 ‘십(十)’자 세 개가 보태진 글자로 30년을 뜻한다. 한 세대는 시간으로 30년이다. 다시 말해 후손이 이어질 정도로 자리를 잡는데 필요한 시간을 말한다. 이 시는 중국 명나라의 3대 고승 중의 한 분인 감산대사의 것으로 스님께서는 승조 법사의 『조론』 중 「무불천론」 부분을 읽다가 크게 깨쳤다. ‘만물은 천변(遷變)-옮기거나 변화하지 않는다’는 부분에서다. 밤낮이 계속 돌고 사계절이 바뀐다. 언제 시작된 것인지 몰라도 이 작용은 멈추질 않는다. 만물은 변한다는 변함없는 법칙 속에서 무상할 뿐이다. 물이 흐르고 꽃이 피어나는 데 무슨 이유가 있지 않다. 설명을 하지도, 굳이 변명을 하지도 않는다.

설문해자를 통해 보면 입춘대길의 뜻이 무척 새로워진다. ‘입(立)’은 사람이 땅에 곧게 서있는 모습이다. 기울거나 반듯하지 않으면 선 것이 아니다. 바르고 당당하게, 때로는 위엄 있게 땅에 서야 한다. ‘춘(春)’은 ‘풀(艸)’이 위에 얹히고, 아래는 ‘언덕(屯)’, 그리고 아래에 ‘날(日)’로 만들어진 글자다. 즉 겨우내 얼어붙은 시리고 두터운 땅을 뚫고 새싹이 얼굴을 내미는 때임을 말한다. ‘대(大)’는 사람이 두 팔을 벌리고 선 것이다. 의기소침하고 움츠러들면 큰일을 하기 어렵다. 두 발과 팔을 활짝 펴는 연습이 필요하다. ‘길(吉)’은 ‘선비(士)’에 ‘입(口)’으로 된 글자다. 이것은 구덩이(口)에 조심해서 빠지지 말라는 표시를 말한다. ‘사(士)’가 표시의 의미를 가졌다는 것을 보면 예부터 선비는 사회의 목탁과 같은 존재였을까? 이 반대 글자가 ‘흉할 흉(凶)’이다. 구덩이에 사나운 꼬챙이를 세워놓은 모습이다. 그래서 ‘길(吉)’과 ‘흉(凶)’ 차이가 뭐냐면 구덩이 표시의 여부다. 이렇게 복과 화, 길한 것과 흉한 것의 차이가 종이 한 장 차이이다. 그리고 그 복이란 것이 무슨 거창한 대박이 아니라 ‘일을 얼른 알아차려서 함정에 빠지지 않는’ 소박한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의 덕은 불살생과 교육이다. 옛 글에 ‘낳되 가르치지 않으면 부모의 잘못이요, 가르치되 엄하지 않으면 스승의 태만이다(養不敎 父之過 敎不嚴 師之惰)’라고 했다.

입춘이라 절마다 불공을 드리고 입춘방을 나눠주면서 ‘대길(大吉)’을 꿈꿨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승단이 갓 출가한 젊은 스님들과 신도들에 대한 가르침을 실천하지 못한다면 만사 헛것이다.

입춘이 그리 만만하겠는가?

법련사 주지 보경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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