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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료 토론회 有感

기자명 법보신문

문화재관람료 토론회서 느낀 건
불교에 대한 대중의 극단적 불신
관람료 정당성도 중요하지만
교계 현실 점검하는 계기 삼아야

‘문화재관람료 논란! 어떻게 할 것인가?’ 지난 13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긴급현안 토론회의 제목입니다. 민주노동당 천영세 의원실이 주관하고 시민단체 등이 공동주최한 행사였습니다. 솔직히 매우 곤혹스런 주제이기도 하고, 취재 일선을 떠난 입장이기에 여러 차례 고사했지만, 불교계를 대변해도 좋다는 주최 측의 양해 아래 토론자 자격으로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토론장으로 갈 때만 하더라도 내심으론 관람료 징수 위치를 옮기는 문제 이전에 관람료 징수 자체에 부정적 여론이 팽배한 만큼 조계종도 이제 다른 대안을 모색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정도의 지적을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토론회가 시작되고 나니 분위기는 전혀 달라졌습니다.

한마디로 국립공원에서 등산로를 막고 문화재관람료를 징수하고 있는 사찰(불교계)은 엄청난 죄악을 저지르고 있는 집단으로 여겨지고 있었습니다. 불교계를 향해 조폭, 깡패, 불법집단 등의 정제되지 않은 말들이 쏟아졌습니다. 어떤 토론자는 불법적으로 문화재관람료를 내는 것이 하도 분해서 할복을 하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고 토로했고, 이 자리에 검찰총장이나 경찰청장이 나와 불법 행위자를 잡아가야 한다는 이도 있었습니다. 불교계는 정부의 각종 지원금(국민세금)을 엄청나게 챙기고 사용내역 조차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 몰염치한 집단으로 간주되었습니다.

현장의 분위기는 ‘문화재관람료 징수를 놓고 사찰과 일부 등산객들이 마찰을 빚고 있다’는 불교계 안에서의 막연한 생각과는 딴 판이었습니다. 물론 이날 토론회에 참석했던 시민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보인 반응이 실제로 국민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부정적 정서를 고스란히 대변한다고 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대부분의 시민들이 현행 문화재관람료 징수에 대해서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입장에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토론회가 진행되는 동안 참 많은 생각이 오갔습니다. 더 이상 문화재관람료에만 의존하지 말라던 조언을 하려던 당초의 생각은 까맣게 사라졌습니다. 대신에 한 사람이라도 더, 궁극적으로는 모든 중생들에게 불연(佛緣)을 심어줘야 하는 사명을 지닌 불제자로서, 현실적으로 부처님과 중생의 거리를 떨어뜨리고 있는 문화재관람료 징수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보이는 것이 옳은 일인가? 등등의 고민만이 머릿속에 가득했지요.

결국 문제해결을 위해 지나치게 감정을 드러내는 언행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 문화재관람료 징수로 인해 불교계가 엄청난 이익을 보았다는 주장은 맞지 않을 수 있으며 오히려 불교계 안에 피해가 더 크다는 여론도 있다는 점, 징수 위치가 옮겨졌을 때 닥칠 관람료 수입 급감에 따른 사찰운영 대책 마련의 필요성 제기, 불교계, 특히 조계종도 문화재관람료 징수를 지키는 일과 다수 국민들로부터 부정적 대상으로 인식되는 비용의 경중을 심각하게 따져볼 시기가 되었다는 점을 충고하는 선에서 발언을 마무리하고 말았습니다.

토론장을 나서면서, 결국 이런 일들이 불교가 시나브로 우리사회에서 권위나 귀의처로서의 위상을 상실하고 있다는 반증일 수 있다는 생각, 또 인정하고 싶지 않더라도 불교의 영향력이 정관계 및 시민사회에서 급속하게 위축되고 있다는 징표로 여겨졌습니다. 더 급한 것은 문화재관람료 징수의 옳고 그름을 따질 것이 아니라 지금 불교의 현실을 정확히 점검하고, 각성과 새 출발을 결의하는 것이었습니다.

겨울비를 맞으며 신문사로 돌아오는 그날의 심경이 날씨만큼이나 스산했습니다. 

〈대표이사〉 urubell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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