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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선법회 35

기자명 법보신문

본래 구족된 진리 꿰뚫어 보는게 묵조선
좌선형식 중시…마음 본성이 부처 자각

불가에서 참선이라 하면 대부분이 화두를 참구하는 간화선을 떠올립니다. 그런데 예로부터 이 간화선과 더불어 묵조선도 수행법에 있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 왔다고 합니다. 묵조선이란 무엇이며 어떤 수행법인지 궁금합니다.

중국 선종의 임제종과 조동종은 송대 이후에 임제종은 간화선으로 발전하게 되고 조동종은 묵조선으로 발전 됩니다. 이 가운데 특히 오가 칠종 때에 동산 양개선사와 조산선사에 의해 세워진 조동종에서 10세 진헐청료선사에 이르러 묵조적인 선풍이 일어납니다. 진헐 선사는 현성공안을 주창한 분입니다. 현성공안은 간화선의 공안과는 달리 무언가를 의심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마음과 더불어 일체만법 그대로가 본증, 즉 본래 성불임을 그대로 믿고 들어가는 것을 말합니다.

이후 묵조선이라는 말이 본격적으로 나오게 된 때는 굉지정각선사 때부터 입니다. 굉지선사는 천동산을 중심으로 하여 묵조 수행이라는 선풍을 휘날리었는데 그 대표적인 법문이 묵조명입니다. 이 묵조명을 보면 묵조선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그 의미를 대충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 묵조에 대해서 정의하기를 ‘묵묵히 말을 잊은 곳에 깨달음이 뚜렷하게 현전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때 중요한 것은 말을 잊었다 할 때의 묵(默)은 그냥 아무 생각이 없거나 텅 빈마음의 경계가 아니고 일체의 번뇌와 사량 분별심이 다 떨어져나가 요요적적해진 경지를 말 합니다. 또한 비춘다 할 때의 조(照)도 단순히 마음을 비추어 보는 것이 아닌 본래부터 갖추어져 있는 현성공안인 부처의 경계를 사무치게 깨달은 경지를 말 합니다.

그러니까 묵조의 올바른 의미는 단순히 앉아서 마음을 가라 앉혀 고요하게 만드는 수행이 아닌 번뇌와 망상을 다 버려서 본래부터 구족되어 있는 진리를 꿰뚫어 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묵조선의 수행은 어떻게 하는 것이냐? 우선 묵조선 역시 굳건한 믿음을 기초로 삼습니다. 여기서의 믿음은 간화선과 마찬가지로 자신과 세계가 본래 완성되어 있다는 믿음, 즉 일체만법이 그대로 부처라는 사실을 믿는 것입니다. 이것을 묵조선에서는 본증이라고 하며 묵조선은 이 본증을 자각하는 것으로 목적을 삼습니다. 위에서 말한 현성 공안의 성취가 곧 본증의 자각이 됩니다. 본증의 자각이야말로 현성공안을 성취 한 것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 말입니다.

다음 묵조선의 수행법은 좌선을 강조하는데 있습니다. 행, 주, 좌,  와의 일상을 통해 닦는 간화선과는 달리 묵조선은 오로지 가부좌를 통해서만 이루어집니다. 묵조선에서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모습 그대로가 선이고 앉아 있는 모습 그대로가 깨달음이 된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생각이 끊어진 자리로써의 묵과 마음을 비추어 보는 조와 앉아 있음의 좌선과 본증의 부처경지가 결코 별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여러분들도 들어 보았겠지만 지관타좌(只管打坐)가 여기서 나온 말로 그만큼 묵조선은 앉아 있는 형식을 매우 중요하게 여깁니다. 다음으로 묵조선의 공부법은 관조하는데 있습니다. 그냥 앉아 있기만 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일어나는 마음을 깊이 돌이켜 살펴서 그 마음의 본성이 중생이 아닌 부처임을 자각 하게 합니다.

만약 수행자가 묵에만 떨어져 조를 하지 않으면 본증을 체득 할 수 없습니다. 묵 하면서 조 하고 조 하면서 묵 해야만 번뇌 없는 가운데에서도 늘 깨어 있게 되고 만법의 본성이 그대로 진리라는 이치를 알게 됩니다. 그런데 이 같은 묵조선은 간화선을 주창하는 수행자들에 의해 묵조 사선(邪禪)이라는 비판을 받게 됩니다. 왜냐하면 의단이 없이는 번뇌와 분별심이 완전히 끊어질 수도 없고 비추어 보는 힘도 약하다고 보았기 때문 입니다. 쉽게 말하면 화두와 같은 뚜렷한 방편을 빌리지 않고 앉아서 비추어 보는 수행은 힘이 약하여 강력한 삼매와 반조가 일어나지 못한다는 점을 들어 묵조선을 비판 하였던 것입니다. 물론 묵조선 역시 이러한 비판에 대해 다시 비판을 안 할리 있었겠습니까? 

유마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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