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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자의 게으름은 시주 밥을 훔치는 죄

기자명 법보신문

우리는 ‘훔치지 말라’는 계율을 훔친 그 자리에서 민형사상 법적으로 구속되지 않으면 수박이나 참외서리를 하는 것 쯤으로 여긴다.

마술처럼 속여 훔치거나, 강압적으로 빼앗거나, 비법을 합법으로 사칭하여 갖거나, 남의 이익을 가로채는 사기나, 노동력을 착취하고, 심지어 불전을 슬쩍하는 것 등은 모두 훔치는 것이다. 그러니까 물질이든 마음이든 남에 허락 없이 자기 것으로 만들면 모두 훔치는 죄이다.

훔치지 말라는 계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부처님께서 기사굴산에 계실 때이다. 그때 라자하 성안에 단니가 비구는 조용한 곳에 초막을 짓고 살았는데, 걸식을 다녀온 동안 나무꾼이 초막을 뜯어가 버렸다.

단니가 비구는 생각하되 ‘나에게는 흙으로 벽돌을 굽는 기술이 있으니, 차라리 완전한 집을 지으리라’고 했다. 곧 나무와 쇠똥을 태워 붉은 색깔에 집을 지었는데, 붉기가 불길 같았다.

그때에 부처님께서 기사굴 산에서 내려오시다가 멀리서 불이 붙은 것 같은 집을 보시고 비구들에게 물으셨다.

“저 붉은 집은 누구의 집이냐?”

비구들이 말했다.

“단니가 비구의 집입니다. 조용한 곳에 한 칸의 초막을 짓고 살았는데, 걸식을 다녀온 사이 나무꾼이 뜯어가 버렸다고 합니다. 부서진 집을 보고 저렇게 붉은 벽돌집을 지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단니가 비구를 불러 여러 가지 예를 들어 말씀하셨다. 그리고 비구들을 시켜 집을 뜯게 하셨다.

당시 출가자들의 일반적인 생활원칙인 걸식으로 살아가며, 누더기를 의지해 살아가며, 나무아래 바위아래 석굴 등의 의지간에서 살아가며, 생명을 유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약과 영양식에 의해서 살아가는 사람만이 출가자로서 인정되었고 또한 재가자들의 희사를 받아 생활하게 되었으므로 단니가 비구의 일은 용납될 수 없었다.

나무와 마른 쇠똥은 음식을 끓이고 굽는 땔감이므로 중생들의 생업과 직결된다. 한 비구의 편안한 잠자리를 위하여 소비한 쇠똥과 나무는 낭비였다. 수행자가 중생의 고통을 헤아릴 줄 모르면서 자비심은 존재할 수 없다. 또 수행자가 그렇게까지 해서 지은 생활공간은 당시 사람들의 생각으로는 사치였다.

시주의 은혜는 부지런한 수행으로 갚지 않으면 하루하루의 생활 그대로가 빚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서 수행에 게으름은 시주 밥을 훔치는 죄가 된다. 중노릇 그렇게 만만하고 쉬운 일 아니다. 훔치지 말라는 계를 소홀히 말아야 한다. 그들의 은혜로 공부하고 먹고 사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파계사 영산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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