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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선수행 이혜정 씨 상

기자명 법보신문

삶의 허무-적응력 부족으로 마음고생
봉화산 학바위에서 좌선…눈물 주르륵

오늘도 선원에는 목요일마다 열리는 정기법회에 참석한 도반들의 반가운 인사가 오가고 자리를 정돈한 후 삼귀의에 이어 법사님의 좌선 인도가 시작되었다. 날숨 3회로 좌중을 편안하게 이끄시는 법사님의 인도대로 내려놓기를 하던 중, 문득 살아온 모든 날들을 다 내려놓아 보자는 용감한 생각이 들었고 어렵지 않고 편안하게 선정에 들 수 있었다.

내가 우곡선원에 오게 된 계기는 몇 년 전에 실시한 우곡 교원직무연수에 참여하게 되면서부터이다. 교원직무연수를 받던 때의 느낌은 아직도 생생하다.

삶을 채 살아보기도 전에 삶의 허무에 더 익숙해져 있었던 때문인지 유독 세상살이에 대한 적응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던 나는, 방학을 이용하여 기존의 사찰에서 실시하는 선 수행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포교원에서 매주 열리는 법회에 참석하기도 하고, 여러 명상단체에서의 수련에도 기웃거리는 등 마음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은 해 보았지만 그렇게 만족스러운 해법을 찾지는 못하고 있던 터였다.

그런 나에게 겨울방학을 통하여 만나게 된 사흘간의 교원 직무연수는 큰 의미가 있었다. 연수에 함께 참여한 동료교사들에게서 뿐만 아니라 선원에서 제공한 연수 프로그램의 내용을 접하면서 ‘내가 바보처럼 공상에만 빠져서 살지는 않았구나.’,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며 살았던 나의 이력이 헛되지는 않았구나.’ 하는 안도감을 가지게 되었고 또한 자기에게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면서 삶을 치열하게 사는 사람들의 진지한 구도의 과정을 확인하게 된 연수라는 점에서, 그리고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데 대한 편안함과 내가 고민하던 답을 얻게 될 수도 있겠다는 감사의 마음으로 벅찼던 기억이 새롭다.

교원직무연수가 끝나고 자연의 품으로 떠난 김해 봉화산 만행은 또한 나에게 잊을 수 없는 기억 중의 하나이다. 만행의 목적이 단순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므로 몇 차례 되지 않은 만행 동참 경험이기는 하나 언제나 그 느낌이 또렷하다. 만행에 동참하면서 확인하게 된 바로는 만행은 순수한 나 자신과의 만남을 가능하게 하는 기회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첫 만행지는 김해 봉화산이었다. 한 손에는 약초를 다른 한 손에는 호미를 들고 있는 불상(佛像)을 지나 김해평야가 내려다보이는 학바위에서 좌선을 하게 되었다. 날숨을 몇 차례 길게 내쉰 후 마음을 가만히 내려놓으니 겨울바람 같지 않은 맑고 부드러운 바람이 세포 하나하나를 씻어주고 지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나라고 믿었던 이 보잘 것 없는 육신이 지수화풍(地水火風)으로 이루어진 것임을 절절히 확인하는 순간, 따사로운 햇살이 마음 구석구석의 탁기를 씻어 주고 어루만져 준다는 느낌이 들어 바람과 햇살과 내가 하나가 되는 것이 느껴지면서 나도 모르게 주르륵 눈물이 흘렀다. 딱히 서러울 것도 없었다. 그보다는 인간으로 살아가는 수고로움을 위무(慰撫)해 주는 자연의 순수한 기운을 느꼈다는 표현이 옳은 것 같다.

뿐만 아니라 나와 함께 존재하는 모든 주변의 것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고, 만상을 있는 그대로 수용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들었다. 또한 살아있다는 것이 정말 아름다운 것임을 절감하였다.

용호중학교 교사(48·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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