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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선수행 이혜정 씨 하

기자명 법보신문

어둠 속에서 의지해야 할 것은 오로지 마음
경험속에서 깨달음 의미 새기는 버릇 생겨

태백산으로 떠난 철야 야간만행은 또 다른 경험이었다.

불빛 하나 없는 깜깜한 밤길을 법사님의 인도에 따라, 각자의 손전등에 의지하고 자기 자신을 믿으며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일체감뿐만 아니라 산행 도중의 좌선 시간을 통해서 온갖 사물을 보고 느낌과 의식을 만들어내던 ‘눈’이라는 존재가 그렇게 무력한 것일 줄이야.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모든 의식은 귀에만 쏠리게 되고 평소에 별 생각 없이 당연한 것으로 의존해 오던 눈이라는 감각 기관은 그저 꿈벅거리기만 했을 뿐, 아무런 정보도 얻을 수 없는 무기력한 기관이라는 것을 확인한 순간의 느낌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있다. 그 어둠 속에서 의지해야할 것은 오로지 자신에 대한 믿음뿐이라는 자각도 함께 하게 되었다.

나에게 만행의 의미를 깨우쳐 주었던 봉화산 만행 이후 거듭된 몇 차례의 만행을 통하여 나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줄 아는 마음, 자연과 하나가 되는 경험 속에서 순간순간의 깨달음의 의미를 되새기고 자연의 이치를 궁구해 보는 버릇을 익혀갔다. 그리하여 자연과의 교감에 취하여 그 단계에만 머물러 있을 게 아니라 나와 타인과의 교감에 인색하였던 지난날의 삶보다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려는 마음자세를 갖게 되었다.

또한 내 앞의 생을 향하여 용기 있게 나아가 더욱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자각과 함께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삶을 추구하는 새로운 의식으로의 전환을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만행을 통하여 순수한 나와의 조우(遭遇)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생각해 본다면 나는 매주 만행을 떠나는 기회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여러 도반들과 함께하는 정기법회 시간의 좌선과 법사님의 경전 해제 법문에 몰입해 있는 순간은 커다란 법열을 느끼게 되고 그런 기회를 통하여 본래의 나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우곡선원과의 만남이 나에게 준 의미는 크다.

선원에서의 수행을 통하여 내면 깊숙이 자포자기하고 살았던 내가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용기와 힘을 기를 수 있었고, 자신에게 주어진 삶과 수행을 병행하는 아름다운 도반들과 서로 격려하며 수행을 하는 생활선의 실천 방법을 배우게 되었다. 그리고 선원에 오기 이전까지 가지고 있던 어리석은 생각 중의 하나인, 수행하는 사람으로 태어나지 못했다는 열등감을 씻고 마음의 자유를 얻은 곳이기도 하다.

또한 교육지도자불자회를 구성하여 인성의 기초가 확립되어가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토요휴무일을 활용하여 마음동산 꾸미기 참선(명상) 교육을 펼침으로써 참된 인간 교육(인성교육)의 방법을 연구하고 실천하는 과정을 통하여 단순한 지식 전달자로서의 교사가 아닌 참된 가르침을 펴는 직업인으로서의 소명감을 확인하게 된 곳이기도 하다.

불설비유경(佛說臂喩經)에 나오는 인생에 대한 불교 설화 중에서 자신이 매달린 넝쿨을 흰 쥐와 검은 쥐가 갉아먹고 있는 데도 우물 속의 무시무시한 고통은 생각하지 못하고 다섯 방울 꿀맛의 달콤함에 취한 나그네 이야기처럼 살 때가 많다. 우곡선원에서의 수행과 법문은 그런 나를 일깨워주는 감로수와 같은 의미가 있다.

용호중학교 교사(48·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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