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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선법회 37

기자명 법보신문

길흉화복은 업에 의해 나타난 결과일 뿐
미혹한 신심에 도취돼 업을 짓지 않기를

관세음보살은 일반 불자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신앙의 대상입니다. 경전에서도 누구든지 관세음보살을 염하면 소원을 성취한다고 설해져 있고, 또 불자들도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그런데 법사님은 관세음보살에 대한 해석을 다른 각도로 하는 것을 종종 들었습니다. 그에 대한 설명을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

교리 공부를 조금이라도 해본 분들은 익히 알고 있을 터이지만 관세음보살은 ‘관자재’ 혹은 ‘관세자재’라고도 불리는 분으로 세상의 소리를 관찰해 중생들을 제도하는 보살입니다.

질문하신대로 특히 『법화경』「관세음보살보문품」에서는 어떤 중생이건 관세음보살을 정성껏 염하면 그 앞에 나타나 일체의 괴로움을 없애 준다고 했습니다. 이런 까닭으로 사찰의 모든 법당에서는 지금도 관세음보살을 소리 높여 부르며 소원을 이루려는 염불 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와 같은 관세음보살의 존재를 중생이 바라는 욕망에 입각한 소원을 들어주거나 세상의 외적인 장애를 해결시켜 주는 분으로 보지 않습니다. 경에 나오는 관음 신앙의 본질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관세음보살은 중생의 마음 밖에 존재하는 외적대상도 아니고, 하느님과 같은 능력으로 세상을 굽어보면서 중생들에게 복과 화를 내려 주는 신적존재도 아닙니다.

보문품 등에 나오는 중생의 갖가지 액난과 소원 그리고 관세음을 염해 얻게 되는 가피는 중생 마음의 무명과 번뇌, 업과 해탈, 열반과 깨달음을 상징하는 내용들입니다. 불교의 특징 중 하나가 다른 종교와는 달리 불교는 인간의 길흉화복을 관장하는 신이나 절대자를 인정하지 않는 점입니다. 중생은 스스로가 지은 업에 의해 행복과 불행이 나타날 뿐입니다.
따라서 관세음을 신적 존재나 영적 존재로 여기고 기도를 열심히 하면 보이지는 않지만 관세음보살이 나타나서 복을 주고 은총을 베풀 것이라는 믿음은 무언가 잘못 되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말을 기복과 가피중심의 사고에 깊이 젖어 있는 불자들이 들으면 신심에 금이 갈 수도 있지만 마음공부를 중심으로 수행하는 불자들에게는 매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아는 것이 올바르게 관세음보살을 아는 것이냐? 바로 자신의 마음에서 세상을 비추는 관세음보살이 나타나게끔 해야 됩니다. 즉 지금 자신의 마음을 떠나 관세음보살이 존재한다고 여기지 말고 현재에 일어나는 마음을 관세음보살로 전환시켜야 합니다.

부처님은 모든 것이 마음이 짓는 바라고 하셨습니다. 부처와 중생, 세간과 출세간, 번뇌와 보리, 정토와 예토가 모두 마음을 떠나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관세음보살 역시 여러분의 마음 밖에서 있을 수 없고 활동 할 수 없습니다. 세상의 중생들이 겪는 고통을 관세음이 모두 관찰해 제도한다고 할 때 세상도 마음이며 중생도 마음이고 고통도 마음이며 관세음도 마음입니다.

이치가 이런데도 사람들은 모든 것을 마음의 이치와 연결시키지 않고 별개의 존재로 보기 때문에 진정한 관세음을 알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일으키는 한 마음은 그대로 한 세계가 되고 한 중생이 되면서 하나의 고통을 일으킵니다. 여러분의 마음은 무상과 무아와 공의 법칙 속에 있으면서 무지를 짓고 번뇌를 일으키며 괴로움을 형성합니다.

관세음보살은 다른 존재가 아닙니다. 바로 이 마음을 비추는 정혜의 작용입니다. 여러분들이 현재에 일어나는 마음을 보지 않으면 아무리 불러도 관세음은 끄덕도 하지 않습니다. 만약 한 찰나라도 자신의 마음을 본다면 관세음보살은 이내 그 모습 아닌 성품을 통해 여러분의 괴로움을 무너뜨릴 것입니다. 거룩한 이치를 등지고 미혹한 신심에 도취돼 관세음의 이름으로 업을 지어서는 안 됩니다. 염불이건 참선이건 기도건 자신의 내면에 관세음, 관자재가 발현하는데 초점을 맞추기 바랍니다. 

유마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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