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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과 사람, 사회를 돌본 ‘큰의사’

기자명 법보신문

『닥터 노먼 베쑨』
테드 알렌, 시드니 고든 지음
천희상 옮김/실천문학사

위인이니 입지전적 인물이니 영웅이라며 찬양받고 숭배 받는 인물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대체로 의지적으로 자신의 삶과 마지막을 선택한 자들입니다. 그들은 자신이 뜻하는 바가 분명하였고 오로지 자신의 의지로 그 길을 걸어갔으며 세속의 영화에 자신의 양심을 팔지 않고 그로 인한 그 어떤 대가도 달게 받은 사람들입니다.

1890년 캐나다에서 태어나 1939년 중국의 전쟁터에서 패혈증으로 죽어간 닥터 노먼 베쑨은 그 대표적인 인물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듯합니다. 그리스도교 신앙이 독실한 가정에서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호기심과 의욕이 넘쳐나는 청년시절을 보내게 됩니다. 그러다 결핵에 걸려 시한부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지지만 선천적으로 삶을 사랑하고 열정적인 그는 기적적으로 살아나서 새로운 삶을 살아갑니다.

끊임없이 연구하고 궁리하고 발명하여 결핵에 관한 한 의료역사에 새로운 장을 엽니다만 한 가지 의문이 그에게 샘솟습니다. 이렇게 끊임없이 의료기술도 발달하고 의료기기도 좋아지고 있는데 왜 아픈 사람들의 숫자가 줄어들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그것은 바로 ‘가난’이라는 원인 때문이었습니다. 닥터 베쑨은 “환자차트에 환자의 병명을 ‘폐결핵’이라고 써넣어야 할지 또는 ‘경제적 빈곤’이라고 써넣어야 할지”를 고민하게 되면서 서서히 사람과 사회와 제도 속으로 눈길을 돌리게 됩니다. 당시로서는 매우 급진적이라 할 수 있는 사회주의적 의료보장제도를 주장하고 가난한 사람의 치료에 헌신적으로 몰두하는 닥터 베쑨. 그는 마침내 전쟁터로 뛰어듭니다. 1930년대의 스페인과 중국의 전쟁터로….

몇몇 부유한 권력자들의 이권 다툼에 총알받이로 끌려 나가서 피를 흘리는 이들은 가난한 사람, 힘없는 사람들입니다. 닥터 베쑨은 전쟁터의 최전선을 따라 이동하면서 부상병들을 치료해나갑니다. 지금처럼 혈액은행이 있지도 않고 진료이동시스템이 전무하던 시절, 한 두 시간 사이에 생사가 결정 나는 병사들이 그 앞으로 몰려들어왔습니다.

그가 제 입으로 말하였습니다. 자신은 공산주의자라고. 그렇다면 그는 사상가이고 이념가이고 운동가였던가 하면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을 살리는 의사였습니다. 70여 시간이 넘도록 단 한 순간도 쉬지 않고 백 명이 넘는 부상자를 수술하는 그의 머릿속에는 오직 다친 사람, 죽어가는 사람, 사람, 사람뿐이었습니다. 장교들의 ‘휴식명령’에 불복하면서 그는 삶의 마지막까지 다치고 아픈 약자들을 살려내었습니다.

세상 그 어떤 것도 사람보다 아니 생명보다 더 큰 의미와 가치를 가질 수는 없습니다. 생명은 모든 것의 처음이자 마지막이기 때문입니다. 동서고금에 전쟁과 질병과 죽음이 없었던 적은 없었습니다. 이것들은 생명의 반대말이기도 하지만 생명의 종착점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가장 온전한 죽음을 맞이할 권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타인에 의해, 실체를 정확히 알 수 없는 모호한 세력에 의해 맞이하는 죽음 앞에 인간의 존엄성은 사라집니다.

의사에게 너무 큰 것을 요구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질병을 돌보되 사람을 돌보지 못하는 의사를 작은 의사(小醫)라 하고, 사람을 돌보되 사회를 돌보지 못하는 의사를 보통의 의사(中醫)라 하며, 질병과 사람, 사회를 통일적으로 파악하여 그 모두를 고치는 의사를 큰의사(大醫)라 한다”는 이 책 추천사의 첫 문장은 극단적인 이기심이 팽배해져 생명이 내동댕이쳐진 오늘의 현실을 풀어가는 희망의 열쇠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동국대역경원 역경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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