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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을 굴림-굴림을 당하는 것

기자명 법보신문

따라가는 삶은 굴림을 당하는 삶
마음을 깨달으면 세상을 굴릴 것

부처님 법을 공부하다 보면 법을 굴리는 것과 법에 굴림을 당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여기에 대해 스님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법을 굴린다, 법에 굴림을 당한다’ 하는 이 말은『육조단경』에 나옵니다. 육조 혜능 대사는 글자를 모르셨어요. 그러나 그분은 법을 깨달아서 많은 사람들을 깨달음으로 인도하신 분입니다. 그때 사람들 사이에는 혜능 대사에 대해 두 가지 서로 다른 의견이 있었습니다. 그분을 친견하고 법문을 들은 사람들은 그분이야 말로 이 땅에 출현하신 부처님이라고 칭송했고, 그 분을 한 번도 친견하지 못한 사람들은 경전 한 줄도 읽을 줄 모르는 무식쟁이가 건방지게 도인인 체한다고 비난했지요.

그 시대에 『법화경』을 3000번을 독송하고 자기는 법에 통달했다하여 스스로를 법달(法達)이라 불렀던 스님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분은 『법화경』을 그렇게 많이 읽었어도 사실 마음에 깨달음이 없었어요. 어느 날 법달은 혜능 대사를 찾아 갔습니다. 뭔가 배우러 왔으니 엎드려 절을 해야 하는데 마음 한구석에 거부하는 마음이 있으니 이마가 땅에 안 닿았어요. 혜능 대사가 그것을 보더니 “절을 하여도 머리를 땅에 붙이지 않으니 절을 아니함과 같지 않는냐? 네 마음속에 반드시 한 물건이 있구나. 네가 익혀온 일이 무엇이냐?” 하고 야단을 쳤어요.

그 말을 듣고 법달이 찾아온 이유를 말했어요. “제가 『법화경』을 3000번이나 읽었는데도 그 뜻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가르쳐 주셨으면 합니다.” 그러자 혜능 대사께서 “나는 글자를 모르니 네가 읽어 보아라. 내가 뜻을 말해 주리라.” 하셨습니다. 법달이 『법화경』을 외우는데, 비유품에 이르러 혜능 대사가 “이제 그만 읽어라. 내 그대에게 『법화경』의 대의를 일러주리라.” 하고 그 뜻을 죽 설명을 하셨어요. 대사의 말씀을 듣고 법달은 3000번을 외워도 모르던 것을 단박에 깨쳤어요. 그제야 스승에 대한 예를 갖추면서 법달이 말했어요. “『법화경』을 3000번이나 읽었으나 아무것도 몰랐는데 오늘 대사의 말 한마디에 번뇌의 자취조차 없어졌습니다.” 이렇게 해서 그는 대사의 제자가 되기를 청했어요. 그러면서 “이제는 더 이상 『법화경』은 읽을 필요가 없겠습니다.” 하고 말했더니, 혜능 대사께서 하시는 말씀이 “『법화경』에 무슨 허물이 있겠느냐? 허물은 네 마음에 있는 것이다. 너는 이제까지 『법화경』에 굴림을 당했으나, 앞으로는 이 『법화경』을 굴리는 사람이 되라”고 하셨습니다. 우리는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는 데 휩쓸리고, 감촉과 알음알이에 휩쓸려서 가랑잎이 가을바람에 휘날리듯이 경계 따라 끄달리지요. 즉 세상에 굴림을 당하는 겁니다.

졸업하니 취직해야 한다 하고, 또 시집 장가가야 한다고 해요. 또 남이 자전거 사니 자전거 사야하고, 자동차 사니 자동차 사야하고, 아파트 사야하고……, 이런 식으로 주변 경계에 끄달려 세상을 살아왔어요. 자기 필요에 따라 행동하기보다는 주위에서 하니까 나도 한다는 식으로 살아가는 이것을 ‘세상에 굴림을 당한다’고 하는 겁니다.

혜능 대사께서는 “세상에 굴림을 당하는 자가 되지 말고 세상을 굴리는 사람이 되라”고 하신 말씀은 자기 삶의 주인이 되라는 것입니다. 내가 중심이 되어 고쳐야 할 것은 고치고, 따라야 할 것은 따르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일 때 세상의 주인이 되는 겁니다. 부처님 가르침을 내 인생을 바르게 사는데, 내가 깨닫는 데에 이용해야 하는데, 오히려 경전에 쓰인 언어와 문자가 주인이되어 나는 거기 끌려 살아간다면 법을 굴리는 자가 아닌 법에 굴림을 당하는 자가 되는 것입니다.

“마음이 미혹하매 『법화경』에 굴리우고, 마음을 깨달으니 『법화경』을 굴리누나.” 라고 혜능 대사는 게송으로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군요. “마음이 미혹하니 세상에 굴리우고, 마음을 깨달으니 세상을 굴리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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