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보답이 지나치면 욕이 된다

기자명 법보신문

재가 불자가 처음 뵌 스님으로부터 듣는 좋은 말씀은 평생 잊을 수 없다. 그 고마운 마음은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 없다. 그래서 재가자는 보답을 하고 싶어 한다. 그럴 때에 스님은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가? 발난타 비구의 이야기에서 알 수 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급고독원에 계시었다. 그때 어떤 장자가 아침 일찍 동산을 구경하고 급고독원 문 밖에 수레를 세워두고 걷다가 발난타 비구를 만나 설법을 들었다. 발난타 비구는 언변과 지혜가 있었으므로 깨우쳐 주고 권장하여 기쁘게 했다. 장자는 설법을 듣고 말했다.

“필요하신 것이 있으시면 말씀해 주십시오.”
“아무것도 필요한 것이 없습니다. 그 말씀이 공양일 뿐입니다.”
“어려워 마시고 말씀해 주십시오.”
“그만 두십시오. 설사 내가 필요한 것이 있더라도 모두 주지 못 할 것입니다.”

장자가 다시 말했다.

“말씀만 하십시오. 필요하신대로 무엇이든 드리겠습니다.”

그때 장자는 넓고 긴 흰 비단 옷을 입고 있었다. 발난타가 말했다.

“그대가 입고 있는 것을 주겠습니까?”

장자가 대답했다.

“내일 저의 집으로 오시면 드리겠습니다.”
“내가 비록 말하여도 나에게 주지 못하리라 하였는데, 과연 지금 내 말과 같습니다.”
“제가 드린다는 것이지 드리지 않는다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내일 오시면 이 옷을 드릴 수 있으며 더 좋은 옷이 있으면 드리겠다는 것입니다. 제가 지금 이 옷을 벗어서 스님에게 드리면 나는 옷이 없어 사위성에 들어갈 수 없지 않습니까?”

발난타가 말했다.

“그만 두십시오. 다시는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그때 장자는 화가 나서 옷을 벗었다. 그리고는 척척 접어서 발난타에게 주면서 말했다.

“내가 조금 전부터 스님에게 ‘내일 오시면 이 옷을 드리든지 더 좋은 것이 있으면 드리겠다’고 했는데, 믿지 않으시어 내가 지금 속옷차림으로 사위성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장자는 속옷차림으로 성으로 들어가야 했다.

물질로 하는 보답은 많으면 욕이 되고 적으면 실례가 될 수 있으며, 지나친 시주는 감복의 원인이 된다. 시주의 보시는 절대로 공짜가 없기 때문이다. 겸손하게 받고 부지런히 정진하여 그 은혜에 꼭 보답해야 한다. 요즈음 우리들의 과소비는 남에 일이 아니다. 모두가 알고 있어야 할 일인 것이다.
 
파계사 영산율주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