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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수경』 ⑤

기자명 법보신문

죽을 때 아미타불 찾으면 극락간다 ‘착각’

누구나 행복하게 살고 싶다. 그렇다고 해서 제멋대로 세상을 판정하거나 주변 사람들을 구속하고 있다면, 참된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 마치 죽음의 늪에서 너 죽고 나 죽자고 달려드는 물귀신의 짓거리와 다르지 않다. 따라서 그러한 범주 속에서 아무리 잘살아 보겠다고 발버둥 쳐도 제 자리를 맴돌 따름이다. 물론 소위 안정이라는 이름하에 고정된 삶에 길들여진 상태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는 있겠지만, 이는 분명히 생명의 법칙에 어긋난다.

대립 없는 행복한 상태가 극락

무상(無常)이라는 말이 뜻하듯이, 우리네 생명은 자신의 표현을 멈추지 않으며 변화한다. 다시 말해서 우리의 참생명은 끝내 죽지 않는다는 본래 원리에 따라서 과거에 매이는 것도 아니고, 미래에 맡겨지는 것도 아니다. 어떤 경우에도 생명은 현재진행형(現在進行形)으로 움직이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름대로 단정하고 있다면 지금의 삶이 아무리 행복하다 하더라도, 아직은 이를 극락(極樂)이라고 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극락이란 상대(相對)의 세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상대의 세계에서는 행복과 불행이 얼마든지 뒤바뀌며 펼쳐지며, 태어나서는 죽고 또 죽었다가는 다시 태어나야 한다. 때문에 극락이라고 할 수 없다. 대립이 없이 항상 행복한 상태가 극락인 것이다.

그럼 이런 절대적인 우리 생명 세계인 극락에는 어떻게 갈 수 있을까? 이 물음은 불교의 교리를 많이 알고 있거나 모르고 있거나에 관계없이 누구나 갖고 있는 바람이다. 속마음에는 언제나 “만약 극락왕생하지 못한다면 윤회(輪廻)의 수레바퀴를 돌 수밖에 없으리라”는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기에 그렇다. 18번째 원(願)을 보자.

만약 제가 부처가 되어서도, 시방의 중생들이 지극한 마음으로 믿고 원해서 저의 나라에 태어나려고 십념(十念)을 해도, 태어날 수 없다면 저는 부처가 되지 않겠습니다. 다만 오 역죄인(五逆罪人)이나 정법(正法)을 비방하는 사람은 제외됩니다.

바쁘다는 사람에게, “고민만 할 게 아니라, 부처님 법을 제대로 공부해서 그로부터 인생 문제를 풀어갑시다”라고 제의하면, 대개의 경우 “지금 제가 일이 너무 많아요. 나중에 한가하면 하죠.” 이런 대답을 한다. 그런데 어디서 들었는지 이런 말까지 덧붙인다. “죽을 때 열 번[十念]만 나무아미타불하면 극락왕생을 한다던데요.”

과연 그게 말과 같이 가능할까? 착각도 이런 착각이 없다. 사람의 됨됨이는 위기상황에 닥쳤을 때, 그가 어떻게 대처하는가를 보면 알 수 있는 법이다. 평상시에 나무아미타불 한마디도 하지 않던 사람이, 막상 죽을 때 나무아미타불이 될 턱이 없다. 공포에 찌들어서 죽어갈 뿐이다. 일생을 누리던 몸뚱이나 가족(家族)이나 명예나 돈 등 그 어느 것도 가져가지 못하는 실제상황이 벌어지는데, 이보다 무서운 게 어디 또 있겠는가?

‘나’라고 하는 한정된 틀 속에서는 온전한 염불이 불가능하다는 역설(逆說)이 성립된다. 십념(十念)이란, 단순히 열 번이라고 하는 횟수의 차원이 아니다. 온 몸과 마음을 다 기울여 오직 “나의 참생명이 부처님생명”이라는 믿음을 담은 염불을 하여 반드시 극락왕생한다는 결단인 것이다.

‘나’ 한정하면 온전한 염불 불가

그래서 법장비구는 “다만 오역죄인(五逆罪人)이나 정법(正法)을 비방하는 사람은 제외(除外)한다”고 하신다고 발원(發願)하신다. 이는 “아니, 이게 웬 뚱딴지같은 말씀인가?”하며 오해할 대목이 아니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를 앞세우는 한 스스로 제외된다는 반어법적(反語法的)인 표현일 따름이다.

오역죄(五逆罪)란, 아버지를 죽이는 죄와 어머니를 죽이는 죄와 아라한(阿羅漢) 즉 세상의 스승들을 죽이는 죄와 공동체의 조화(調和)된 삶을 깨뜨리는 죄와 부처님에게 피를 흘리게 하는 죄를 가리킨다. 말 그대로 생명의 법칙에 거스르기에 죄가 된다는 뜻이기에 말이다. 나무아미타불!
 
여여 문사수법회 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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