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불교와 민족성의 선용

기자명 법보신문

부처와 중생은 사고방식-태도 차이
우리 민족성 선용은 한국불교 과제

‘성격이 운명’이라고 고대 그리스의 비극 시인인 아이스퀼로스가 말했다.

확실히 인간의 성격이 그의 운명이고, 그의 미래적 기획이다. 운명은 받은 것이고, 기획은 자유로운 행동이다. 자유로운 행동도 백지에서 그려지는 것이 아니고, 성격의 틀을 통하여 빚어진다.

이 세상에 부처가 되기 전에 온전히 무염한 중생의 성격이 없고, 또 중생의 성격 속에 여래장이 깃들어 있기에 온전히 저주받은 중생의 성격도 없다.

중생의 성격을 두고 100% 시비와 선악으로 판단하는 것은 여법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그 성격을 어떻게 활용하는가 하는 것이다.

나는 화신불로서 석가모니불이 이 땅에 오신 까닭은 중생들에게 어떻게 마음을 활용하여 부처가 될 수 있는가를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여긴다.

마명보살이 『기신론』에서 부처를 체/상/용(體/相/用)으로 분류한 이유는 법체(法體)의 비로자나불과 법상(法相)의 노사나불과 법용(法用)의 석가모니불로 불법을 분류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내가 앞글에서 부처와 중생의 차이는 마음의 사고방식과 태도의 차이라고 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겠다.

성격은 중생의 것이다. 성격은 원융무애한 부처의 마음이 아니므로 늘 부분적이고 편파적인 요소를 머금고 있다.

그러나 그 중생의 성격 속에 또한 부처의 일음(一音)이 함께 깃들어 있다. 이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그렇다면 개인의 경우에도 그 성격 때문에 개인이 실패를 초래할 수 있고, 그 성격 때문에 개인이 성공의 힘을 얻는 자양을 얻을 수 있겠다.

문제는 개인의 성격을 어떻게 잘 활용하여 실패하지 않고 각자가 다 성공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할 수 있다. 여기서 개인의 성공을 위한 지혜가 요청된다. 이 지혜의 문제는 민족사의 경우에도 예외가 아니겠다. 개인의 성격처럼 민족사에도 민족성이 문제된다.

우리는 추상적으로 우리 민족성이 아주 우수하다든지, 또는 정반대로 아주 열등하다든지 하는 일방적인 시비 선악의 판단을 할 수 없고, 또 해서도 안되겠다.
 
지혜로운 민족은 각 민족에게 공통업으로 주어진 그 민족성을 어떻게 잘 활용하여 고통보다 복락을 더 많이 누릴 수 있겠는가 함을 깊이 사유할 뿐이다. 왜냐하면 개인의 경우에 개성을 바꾸기가 아주 어렵듯이, 민족의 경우에도 민족성을 개조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민족성을 잘 활용하여 복락의 에너지로 삼는 것이다.

나는 한국불교가 우리민족성을 선용하게 하여 그것이 우리에게 복락의 원천이 되게끔 하는 생활지혜를 가르쳐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불교가 일시에 확철대오(廓徹大悟)하겠다는 원대한 이상에 너무 경도하여, 먼저 상구보리하고 다음에 하화중생한다는 입장으로 가까이 있는 불자들의 일상적 번뇌들을 완화시켜 주는데 성근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한국불교는 한국의 민족성을 어떻게 선용하여 한국사를 굴기(起=우뚝 일어남)시킬 것인가를 깊이 사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불교가 마음의 선용을 가르치는 종교일진대, 어찌 현실적으로 한국인의 사고방식의 이익이 되는 활용을 모른 체 할 수 있겠는가? 이 점을 좀 더 계속적으로 보련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kihyhy@aks.ac.kr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