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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잘못은 하찮은 것에서 비롯

기자명 법보신문

멀리 젊은 스님이 여인과 나란히 걸어가고 있다. 사람들의 눈에는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사람에 따라 보는 생각이 다르다. 좋은 말보다는 구구한 억척이 섞인 비난을 하기도 하고, ‘출가한 스님이’라는 소리와 함께 질타도 나오고, 더한 소리도 나올 것이다. 율장에서는 무슨 일에서든지 비난을 듣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설화가 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의 급고독원에 계시었다. 그때 비사리국에 사는 여인이 사위국 사람에게 시집을 갔는데, 뒷날 시어머니와 다투고 친정으로 돌아가다가 우연히 아나율 비구를 만나 비사리로 가는 길을 동행 하게 되었다. 그 여인은 아나율에게 물었다.

“스님께서는 어디로 가십니까?”
“나는 비사리로 가려 합니다.”
“저도 가려는데 동행 해주시겠습니까?”
“좋습니다.”

아나율은 이 여인과 같이 길을 떠났다. 그런데 남편이 외출을 했다가 돌아와 보니, 보이지 않으므로 어머니에게 물었다.

“집사람은 어디 갔습니까?”
“나와 다투고는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다.”

남편은 재빨리 뒤쫓아 길에서 아내를 잡고 아나율에게 말했다.

“무슨 까닭으로 내 아내를 데리고 도망하는가?”
“그런 말 마십시오. 우리들은 그런 사이가 아닙니다.”
“어떻게 안 그렇다 하는가. 그대는 지금 분명히 같이 가고 있지 않은가?”

아내가 장자에게 말했다.

“내가 이 스님과 함께 여기까지 왔지만 허물 될 일은 없었습니다.”
“이 사람이 너를 데리고 도망했는데, 왜 그 말은 하지 않는가?” 그리고는 남편은 아나율을 때렸다. 아나율은 길에서 내려와 조용한 곳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몸을 단정히 하고 뜻을 바르게 하여 생각을 한 곳에 모아 화광삼매에 들었다. 그 때 남편이 보고 착한 마음이 생겨 마음속으로 ‘만일 이 비구가 삼매에서 일어나면 나는 예배하고 참회하리라’라고 뉘우쳤다. 아나율이 삼매에서 깨어나니, 남편은 말했다.

“바라옵건대 대덕이시여, 저의 참회를 받으십시오.”

아나율이 그의 참회를 받으니, 남편은 절하고 한 켠에 앉았다. 아나율은 남편에게 갖가지 미묘한 법을 말해 주면서 기쁘게 했다. 설법을 마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갔다.

이런 일이 오늘날에는 없을까? 우리의 눈이 청정치 못해 보이지 않을 뿐이다. ‘함께 길동무한 것이 뭐 그렇게 큰 잘못인가?’라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모든 악은 작고 하찮은 일에서 비롯한다. 잘못의 점화선이 된다는 것이다. 

파계사 영산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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