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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3·1운동의 역사적 현장에 서다

기자명 법보신문

군중 속에서 대중 염원 읽고
만세운동 이어갈 방법 모색

3·1독립운동을 하루 앞두고 비장한 각오로 청년학생들을 한 자리에 불러모은 만해 스님은 독립운동의 준비과정을 비롯해 불교계의 참여와 역할 등을 자세히 설명하고, 인쇄된 독립선언서 3만 매를 각 교단에서 1만 매씩 배포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리고 청년학생들에게 선언서를 나누어주며 각각 경성과 지방에서 배포하도록 했다.

만해 스님은 또 “각 종교단체의 지도자들은 조국의 광복을 위해 결연히 나섰으나 아무런 득도 없고 회한도 없다”며 “청년학생들도 이러한 뜻을 동포제위에게 널리 알려 독립완성에 매진하고, 특히 서산·사명의 법손임을 기억하여 불교청년의 역량을 잘 발휘하라”고 독려했다.

청년학생들은 만해 스님의 지시를 받아 각자 선언서를 갖고 서울과 전국의 각 사찰을 중심으로 배포하기 시작했다. 이때 서울 시내를 맡은 청년들은 3월 1일 새벽 3시에 각각 해산하여 포교당과 시외 사찰을 돌아다니며 독립선언서를 배포하여 사찰과 인근 주민들에게 만세시위운동에 참가하도록 권했다. 드디어 날이 밝아 3월 1일. 독립선언서 낭독식이 진행된 파고다공원에는 불교중앙학림 학생들을 비롯해 스님들과 재가불자 등 1만여 명에 달하는 불자들이 모여들었다. 이 자리에 함께 한 군중은 다른 종교단체를 통해 참여한 사람들까지 합해 수 만 명에 달했다.

월초 화상으로 인해 만해 스님과 김법린 등 불교계 3·1운동 주도세력들과의 인연을 이어온 성숙도 이 역사적 현장에 자리를 함께 했다. 성숙은 지월(이순재) 스님 등 봉선사에서 뜻을 같이하는 스님 몇 명과 함께 파고다공원에서 진행된 독립선언서 낭독식 장면을 지켜보았다.“오등은 자에 아 조선의 독립국임과 조선인의 자주민임을 선언하노라”로 독립선언서 낭독이 시작되자 파고다공원에 운집한 대중들은 숨을 죽였다. 마침내 “(중략)남녀노소 없이 어둡고 답답한 옛 보금자리로부터 활발히 일어나 삼라만상과 함께 기쁘고 유쾌한 부활을 이루어내게 되도다. 먼 조상의 신령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우리를 돕고, 온 세계의 새 형세가 우리를 밖에서 보호하고 있으니 시작이 곧 성공이다. 다만, 앞길의 광명을 향하여 힘차게 곧장 나아갈 뿐이로다”로 독립선언서 낭독이 끝나고, 이어 만해 스님이 독립선언에 따른 행동지침처럼 작성한 ‘최후의 한 사람까지 최후의 일각까지 민족의 정당한 의사를 시원하게 발표하라’는 공약삼장 내용이 군중 속으로 울려퍼졌다.

봉선사 스님들과 함께 이 장면을 지켜보던 성숙은 순간 가슴이 뭉클해짐을 느끼는가 싶더니 어느새 저도 모르게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군중들은 독립선언서 낭독이 끝나자 공약삼장 내용처럼 질서정연하게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며 파고다공원의 남문을 나와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돌려 기독교청년회관 앞을 지났다. 그리고는 종로경찰서를 거쳐 종각을 돌고 다시 남대문쪽으로 향했다. 이어 현재의 한국은행 자리까지 와서는 옆길을 따라 대한문으로 나와서는 서대문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서대문으로 향하는 길은 미국영사관과 프랑스영사관 등 외국의 영사관이 자리잡고 있는 정동 앞길을 택했다. 그렇게 파고다공원을 출발해 서대문까지 가는 동안 군중들은 잠시도 쉬지 않고 절규하듯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다.

성숙도 일행과 함께 이 길을 처음부터 끝까지 내달렸다. 수만의 군중과 함께 만세를 부르며 3·1독립운동에 뛰어든 성숙은 파고다공원을 출발해 서대문에 이르는 동안 내내 동포들의 가슴에 지펴진 이 불길을 꺼뜨리지 않고 살려갈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다. 

sjs8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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