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⑦ 동화사 강주 지 운 스님

기자명 법보신문

자비심으로 마음의 병 치유하는 수행 전법사

“자비수관의 수행법은 간단합니다.

일단 상상력으로 자비의 손을 만듭니다. 이 자비손은 흙, 물, 불, 바람, 허공의 다섯가지 기본적인 손이 있습니다. 이 때 관세음보살의 손도 좋고 어머니의 손도 좋습니다. 이렇게 자비의 손을 만들어 정수리부터 온 몸을 쓰다듬습니다. 마치 어머니가 아기의 몸을 사랑스럽게 쓰다듬듯이 말입니다. 그러면서 그 현상과 느낌을 관찰하는 것입니다.

자비손이 몸에 영향을 주면 다섯가지 원소가 나타나는데  흙, 물, 불, 바람, 허공이 그것입니다. 이 다섯가지 현상을 관찰하면 무상, 고, 무아 삼법인이 드러납니다.

다시 삼법인을 관찰하면 무상은 무상해탈, 고는 무원해탈, 무아는 공해탈을 얻게 됩니다.

이것이 자비수관의 수행법입니다.”

지운 스님은 한국불교 교학을 살찌우는 대표 강백 가운데 한 분이다. 현재 동화사 강주로 후학들을 지도하고 있지만 1993년부터 2002년까지, 근 10여년을 오롯하게 송광사에서 주석했던 탓에 최근까지도 스님을 송광사 강주 스님으로 착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런 스님이 몇해 전부터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재가자들을 깨달음의 길로 인도하는 수행길라잡이를 자청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스님이 열성을 다해 지도하고 있는 수행법은 자비수관(慈悲手觀)과 자비다선(慈悲茶禪)이다. 이들 수행법은 초기불교에서 소승, 그리고 대승불교의 유식, 여래장, 반야, 화엄의 교리와 밀교, 선에 이르기까지 부처님의 가르침이 총 망라된 수행법으로 의념으로 만들어 낸 자비의 손 또는 현재 마시고 있는 차를 통해 삼법인을 체득하고 탐진치(貪嗔癡)를 소멸하는 수행법이다. 최근에는 불면증과 우울증 등 외상후 스트레스장애증후군에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는 점이 새롭게 밝혀지면서 심리 또는 상담 학회의 단골 초청메뉴로 각광을 받고 있기도 하다. 덕분에 스님에게는 심리치료전문가라는 별칭까지 따라붙었다.

‘강주’ 스님 심리치료사 변신

“자비수관의 수행법은 간단합니다. 일단 상상력으로 자비의 손을 만듭니다. 이 자비손은 흙, 물, 불, 바람, 허공의 다섯 가지 기본적인 손이 있습니다. 이 때 관세음보살의 손도 좋고 어머니의 손도 좋습니다. 이렇게 자비의 손을 만들어 정수리부터 온 몸을 쓰다듬습니다. 마치 어머니가 아기의 몸을 사랑스럽게 쓰다듬듯이 말입니다. 그러면서 그 현상과 그 느낌을 관찰하는 것입니다. 자비손이 몸에 영향을 주면 다섯 가지 원소가 나타나는데 흙, 물, 불, 바람, 허공이 그것입니다. 이 다섯 가지 현상을 관찰하면 무상, 고, 무아 삼법인이 드러납니다. 다시 삼법인을 관찰하면 무상은 무상해탈, 고는 무원해탈, 무아는 공해탈을 얻게 됩니다. 이것이 자비수관의 수행법입니다.”

4월 11일, 봄의 향기에 취해버린 벚꽃이 피다 못해 흐드러진 공주 동학사의 정갈한 요사에서 스님을 친견했다. 한지의 엷은 종이 사이로 배어들어오는 환한 빛 사이에 앉아 있는 스님의 모습은 53세라는 세납이 믿기지 않을 만큼 맑고 청아해 보였다. 특강 때문에 동학사에 잠시 들린 상태였지만 수행 이야기가 나오자 특강 시간을 잊어버린 듯 자비수관에 대한 열강으로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제가 세간에 수행을 전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99년쯤일 거예요. 당시 송광사 강주 시절, 송광사에서 수계 산림을 하시던 성우(현 불교TV 이사장)스님의 요청으로 불교TV에서 차 수행법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당시는 단전호흡을 비롯해 각종 명상법들이 우후죽순으로 창궐하던 시절이었어요. 그러나 검증되지 않은 수행법으로 몸이 병들거나 마음을 다치는 불자들이 많았지요. 간화선을 바로 하기에는 근기가 부족하고, 그렇다고 잘못된 수행에 빠지는 사람들을 그대로 두고 볼 수도 없고, 해서 시작한 것이 바로 차 수행법인 자비다선입니다.”

차 명상법인 자비다선은 색(빛깔), 향(향기), 미(맛) 한마음다선과 행복 다선, 그리고 원결(怨結)을 푸는 한마음 다선이 있다. 그 가운데 색 한마음 다선은 차의 맑고 투명한 빛깔을 이용한다. 일종의 사마타 수행으로 마음을 차의 맑고 투명한 상태와 합일시켜 마음속의 모든 번뇌를 털어내는 것이다. 스님의 차 수행법은 전파를 타자마자 시청자들로부터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차 마시는 것이 수행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신선했지만 무엇보다 몸과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 효과가 탁월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여기저기 사찰에서 지도 요청도 끊이지 않았다.

“사실 자비다선은 송광사 학인들에게 참선을 시키기 위해 시작했습니다. 바로 화두를 잡으면 수마를 비롯해 각종 장애 때문에 오래 버티지를 못해요. 그래서 참선에 들어가기 전, 자비다선을 기초로 삼았습니다. 자비다선을 하면 며칠 만에 몸이 사라지는 체험을 하게 되는데 몸이 사라진다는 것은 거친 무아와 몸 삼매 현상입니다. 이는 오로지 의식만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 그런 연후에 화두를 들면 집중력이 탁월하게 향상되지요.”

그러나 스님이 본격적으로 재가자를 위한 수행법 보급에 나선 것은 지난 2003년 잠시 맡았던 용연사 주지 시절이다. 용연사 주지 소임을 맡은 스님은 당시 신도들의 신행생활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용연사 신도들은 기도밖에 몰랐다. 수행도 모르고, 법문도 모르고, 신행생활의 모든 것이 기도였다. 그러나 불교를 제대로 모르고 하는 기도이니, 기도인들 제대로 됐을 턱이 있겠는가.

자비수관, 대·소승 수행 회통

“재가불자들을 직접 대하고서야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았지요. 기도, 교리 공부, 수행, 봉사 이 네가지가 갖춰져야 진정한 신행입니다. 만약 봉사를 못할 것 같으면 적어도 세가지는 해야지요. 그런데 신행의 모든 것이 기도였어요.”

스님은 수행을 권했다. 그러나 신도들은 화두선을 어려워했다. 체험이 빨리 오지 않으니, 중도에 그만 두는 사람도 많았다. 그래서 고민 끝에 꺼낸 카드가 자비수관이었다.

“자비수관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보리심을 일깨우는 수행입니다. 보리심이 일어나야 정각을 이룰 수 있습니다. 처음엔 의념으로 자비의 손을 만들지만 나중에는 손도 사라지고, 몸도 사라지고, 마음도 사라지고, 결국은 삼해탈을 얻게 됩니다.”

혹시라도 전통수행법인 화두선과 부딪치지 않느냐는 질문에 스님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화두를 들기 전에 보통 108배나 능엄주를 하는데, 이것 대신 자비수관을 하게 되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는설명이다. 즉 화두선은 최상승선으로 근기가 뛰어나야 하지만, 자비수관은 근기가 낮은 사람도 쉽게 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를 뿐이라는 것이다.

스님은 특히 자비수관이 우울증과 외상후 스트레스장애증후군 치료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자비수관을 하게 되면 빠르면 1박 2일, 혹은 3박 4일 만에 몸이 사라지는 체험을 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교통사고 후유증이나 성폭행으로 인한 우울증 등 외상후 스트레스장애증후군을 앓고 있는 대부분의 환자들이 말끔히 치유되는 과정을 목격했다. 이런 사례들은 동국대 학술세미나와 지난해 해인사에서 열린 불교학 결집대회, 각종 상담학회장에서 논문으로 발표돼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런 자부심 때문일까. 자비수관을 보급하기 위한 스님의 열정은 작은 틈조차 찾을 수 없는 빡빡한 일정에 그대로 묻어난다. 동화사 강주 소임을 제쳐두고라도, 매주 월요일 동화사에서 재가자들 대상으로 자비다선과 금강경을 설하고, 화요일에는 대구 맑고 향기롭게에서 달라이라마의 수행 단계에 대해 강의한다. 또 수요일은 대구 불교방송에서 차명상인 자비다회를 베풀고, 목요일에는 부산 미타선원에서 오후 5시와 7시 두 차례에 걸쳐 자비다선과 자비수관을 강의한다. 금요일에는 자비수관 수행 모임인 대전 수심회 강의가 있고, 토요일에는 동화사에서 청정도론을 강의한다.

TV·학회·강원서 인기 폭발

이외에 자비수관 전문 수행 도량인 자비선사(경북 성주군 수륜면 계정2리)에서 한 달에 두 번 1박 2일 코스로 자비수관을 직접 지도한다.

“너무 바쁘지 않느냐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바쁘지 않아요.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비수관을 전하지 못해 미안할 따름이지요.”

스님이 몇 해째 공덕을 들이고 있는 자비수관 전문 도량 자비선사가 올해 1월 조계종에 정식 등록됐다. 지난해 60평 규모의 선원을 완공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자들의 편의시설인 요사채 및 식당 건립이 자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님은 복덕의 부족함을 탓했다. 그러나 불사가 더딘 이유는 따로 있다. 스님은 자비선사의 수행 동참자에게 따로 경비를 받지 않는다. 수행이 돈과 결부되면 참다운 부처님의 가르침과 어긋난다는 강주 스님으로서의 원칙 때문이다. 시작도 좋고 중간도 좋고 끝도 좋은 길. 스님은 자비수관을 통해 모두 함께 반야의 세계에 들어갈 것은 권유하고 있다.
 
동학사=김형규 기자 kimh@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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