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량수경』 ⑦
『무량수경』 ⑦
  • 법보신문
  • 승인 2007.04.18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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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세계는 밥 한끼 먹는 그 순간에 전개

시작이 있어야 끝이 있으리라. 따라서 시작이 없다면 끝도 있을 수 없다. 그렇다면 시작의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물이 철철 흐르는 것만 봤지, 그 물이 어디서 시작했는지 본 사람이 아무도 없다. 굳이 따지자면, 이렇게 말할 수는 있겠다. “시내를 이루다가 강이 되더니, 마침내 바다로 모인다.

그러다가 증발되어 구름으로 바뀌었다가 비나 눈으로 내리니, 그것이 흐르는 물의 시작”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이는 마치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과 진배없다. 물은 지금도 흐르고 있는 상태일 따름이다. 따라서 참다운 의미의 시작은 언제나 진행형(進行形)이다. 이는 곧 지금 이 순간도 시작에는 멈춤이 없음을 뜻한다.

독자적인 힘은 결코 없는 법

이렇게 끊이지 않고 거침없는 힘을 부처님의 위신력(威神力)이라고 한다. 언제나 위신력은 작동하고 있으며, 그로부터 세상만사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엄청난 위신력의 주인공이고자 한다면, 어떤 태도로 살아가야 할까? 법장비구의 23번째 원(願)을 보자.

만약 제가 부처가 되어서도, 그 나라의 보살들이 부처님의 위신력(威神力)을 이어서,
모든 부처님께 한 끼의 공양을 올리는 사이에 헤아릴 수 없는 모든 부처님나라에
두루 이를 수 없다면, 저는 부처가 되지 않겠습니다.

일식지간(一食之間) 즉 밥 한 끼 먹는 그 순간에 극락세계가 전개된다는 것이다. 얼핏 들으면 무척 관념적으로 들릴 수도 있다. 그런데 세상살이의 속내를 조금만 살피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납득할 만하다. 부연해서 말하자면 “그 나라의 보살들이 부처님의 위신력(威神力)을 이어서”라고 했지, 자신의 힘으로라고 하지 않는다. 무한히 공급받기에, 그때마다 생명으로서의 모습을 드러낸다. 따라서 이를 나만의 힘이라고 얘기하질 않는다. 실로 독자적(獨自的)인 힘은 눈꼽만치도 없다.

물론 자기가 가정을 일궜고, 자기가 사회적 업적을 냈다고 주장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자기라고 불리는 사람의 안테나를 통해서 세상의 힘이 나타났을 뿐이지, 결코 그 사람 고유(固有)의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죽음의 마지막 현상은 굶는 것

그런데도 우린 내가 내 노력으로 산다는 생각을 꿈에도 접지 않는다.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데!”하면서, 결코 양보치 않는다. 허나 우리는 한시도 세상의 도움 없이는 살아온 적이 없다.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온 게 아니라, 끊이지 않는 공급을 받고 살아왔을 뿐이다. 그 공급을 “부처님의 위신력을 이어서~”라고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맞다. “모든 부처님께 한 끼 공양을 올리는 사이에” 자기 인생의 실상을 보아야한다. 한 끼 공양을 올린다는 것은, 밥 먹을 때 다시 말하자면 밥상 앞에 있을 때를 떠올려보면 된다.

오늘 어떤 일이 벌어졌던가? 아침 밥상에서 자신은 어떤 마음으로 공양을 들었는지를 생각해보면 된다. 본인은 물론이고 아이들을 비롯한 다른 식구들의 마음은 또한 어떠했을까? 당연히 아내는 어떤 마음으로 이 밥상을 차렸을 지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당시에 감사(感謝)함을 느꼈는지, 그리고 감사했다면 그 범위는 과연 어느 정도였는지 돌이켜보자. 쌀 한 톨에 담긴 온 우주적인 생명의 흐름까지 감지하였는지 가만히 살피면서…

뿐만 아니다. 한 끼의 식사라고 하지만, 만약에 한 끼의 식사를 안 먹었고 다음 번 식사도 하지 않아서 계속 식사를 끊는다면, 어떻게 되는지를 상상하자. 따지고 말고 할 것도 없다. 결말은 간단하다. 스스로 목숨 끊는 것과 다르지 않다. 모든 죽음의 맨 마지막 현상은 굶어서 죽는 것이다. 어떤 병이 걸렸던 간에 맨 마지막은 생명현상을 가능케 하는 식사라는 이름의 공급이 끊겼을 때 죽는다. 때문에 맨 마지막은 굶어죽는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밥 한 끼 먹는 그 순간에 극락세계가 전개될 따름이다. 나무아미타불!
 
여여 문사수법회 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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