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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우주선 만들어 자유자재로 비행하라”

기자명 법보신문

전 조계종 중앙종회의장 지 하 스님

작야풍우 하처거(昨夜風雨 何處去)
청허고정 천현청(淸虛高靜 天玄靑)
효심중천 북두와(曉深中天 北斗臥)
선자심성 천폭화(禪子心惺 天瀑話)

지난밤 풍우는 어디로 가고
고요하고 드높은 하늘은
맑디맑아 더욱 푸르며
새벽 중천에는 북두성이 길게 누웠는데
선객의 마음에는 천 폭 위
화두가 성성하구나.

‘하늘에는 북두칠성이 동서로 길게 누워있는데 참선하는 선객의 마음에는 천 폭 위에 화두가 성성하다.’ 공부가 잘 되는 상태입니다. 안거 때마다 게송을 하나 내지 두 개를 짓기로 했습니다. 소개해 드린 것은 지난 동안거를 회향하며 지은 게송 중 하납니다. 이제 여러분들에게 나름대로 필요한 말씀을 해드리겠습니다.

여러분들이 부처님 말씀에 의존해서 공부를 하는데, 그 공부하는 결론은 이미 경전 상에 나와 있습니다. 여기에서 좌선하는 여러분들에게 실망감을 줘서는 안 되겠지만 사실대로 이야기를 해야지요. 심즉시불(心卽是佛)입니다. 마음이 곧 부처라고 나와 있습니다. 부처인데 뭐 더 닦을 게 있습니까. 이게 아주 심각하면서도 쉬운 문제 아닙니까.

참선 공부하는데 일등 선사가 대혜 스님입니다. 『서장』 등 대표적인 글을 통해서 부처님 마음공부를 일러 놓은 대혜 스님이 열 가지 지적한 병이 있습니다. 열 가지 병중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지적한 것이 ‘깨닫기를 기다리는 자는 병든 사람이다.’ 본래성불이라고 했으니까 깨닫기를 기다린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말입니다. 깨달을 것이 없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교학에서 이렇게도 설명해놓고 저렇게도 설명해 놓은 것 때문에 혼란이 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혼란스러운 것이, 스님들도 모이면 귀신이 있다 없다가 논란이 됩니다. 이것 때문에 계속 싸우기도 합니다.

경전 상에는 제행무상(諸行無常), 이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은 무상한 것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제법무아(諸法無我), 봄에 꽃이 피면 지는 것처럼 몸뚱이나 그 마음이나 모두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이 세상은 열반적정(涅槃寂靜)을 이룰 수 있다고 나와 있는데 귀신이 있다는 것은 외도라고 합니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우리가 영가법문을 할 때입니다. 몸뚱이를 끌고 가는 주인공은 우주 속에 영원히 존재한다고 마무리를 짓습니다. 이것이 제법무아하고는 안 맞습니다.

제법무아, 제대로 이해해야

그렇다면 분명히 있다고 하는 것은 무엇이냐, 그것에 대해서 제가 나름대로 생각했던 것을 설명해 보겠습니다.

제법무아가 옳습니다. 육신이 허망하고 영혼은 영원하다고 했는데 그 영혼도 영원하지 않다, 아(我)란 존재하지 않는다, 내 마음 속의 아트만, 나의 주인공, 우주의 주인공은 없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경전의 부처님 말씀이 옳습니다. 이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불자가 아닙니다.

비로자나는 나의 진면

선객들이 나의 본래 모습을 이야기할 때 부모미생전(父母未生前)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나는 어머니, 아버지로부터 나왔는데 어머니, 아버지는 어디로부터 나왔는가를 쭉 거슬러 올라가면 우주로부터 나왔습니다. 그러면 우주 자체는 어떠한가, 원각경에 “허공은 대각 가운데에서 생겼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허공은 우주 아닙니까. 대각은 우리 마음입니다.
그것은 마치 저 바다에 물거품이 생겼다 없어졌다 하는 것처럼 이 허공 자체도 허망한 것이라는 말입니다. 언젠가는 없어져 버리고, 언젠가는 다시 생긴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본래 모습은 무엇이냐, 경전 상에는 대일여래불(大日如來佛)이라고 합니다. 번역하면 비로자나부처님입니다. 석가모니도 비로자나로부터 나옵니다. 그렇다면 비로자나는 무엇이냐, 우리말로 쉽게 표현하면 빛입니다. 빛이라고 해서 태양 빛은 아닙니다. 태양도 언젠가는 소멸됩니다. 수억만 년이 지나면 그렇게 되는 겁니다. 부모님이 나기 전에 내 모습이 본래 모습이라고 했듯이, ‘비로자나’라고 하는 것은 허공이 생기기 이전의 빛입니다. 그러니까 우주가 생기기 이전의 빛을 비로자나라고 합니다. 그 빛이 나의 본래 모습입니다.

우리는 육신통(六神通)도 갖추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육신통을 원래 갖추고 있지 않으면 꿈을 꿀 수 없습니다. 우리들의 영혼에서 생기는, 마음에서 일어나는 파도, 마음의 작용이 바로 꿈입니다. 꿈은 과거, 현재, 미래를 자유로이 출입합니다. 그것이 영혼의 세계입니다.

그렇게 봤을 때 꿈을 아무것도 아니라고 무시할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믿어서도 안 됩니다. 사실일 수도 반대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죽으면 우리의 판단력이 아주 흐트러집니다. 잠들었을 때는 죽은 것의 반 정도 됩니다. 죽을 때보다는 덜 하지만 부모 얼굴이 형제가 됐다가 친구가 됐다가 바뀌는 것은 판단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마음 모으면 못할 게 없다

그래서 태어남도 어렵고 죽음도 어렵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마음공부를 해야 됩니다. 정신 차릴 수 있는 무장을 해야 됩니다. 인류는 과거, 현재, 미래까지 출몰할 수 있는 우주개발을 위해 컴퓨터에 희망을 걸고 용맹정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만 기다려서는 안 됩니다.

‘이뭣고’ 해서, 마음공부를 해서, 내가 나를 열심히 반조하면서 과거, 현재, 미래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우주여행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개인 우주선을 개발해야 됩니다. 그런데 그것은 어떻게 해야 개발이 되느냐.

부처님 당시에는 수식관이라는 수행 방법이 있었습니다. 부처님이 제자들에게 일렀습니다. 마음을 모아라. 마음을 모으면 이루지 못하는 것이 없다. 마음을 모아 보니까 수식관에서는 코끝입니다. 인도 사람들은 대부분이 미간을 ‘차크라’라고 합니다. 차크라는 단전이라는 뜻입니다. 부처님은 제자들에게 코끝에 흰 점을 보라고 일렀습니다. 코끝이 반사되기 때문에 흰 점이 생기게 되어 있습니다.

코끝의 흰 점은 중국 쪽에서 말하는 하단전과 이어집니다. 중국, 일본, 한국에서는 하단전, 즉 배꼽이 육신을 관리하는 뿌리로 되어 있습니다. 물론 인도에서도 미간에 집중을 하지만 종래에는 저절로 하단전으로 힘이 집중되도록 상황이 전개됩니다. 부처님께서 코끝의 흰 점을 보라고 하는 뜻은 바로 하단전 입니다.

이 하단전으로 모이는 힘이 바로 내 에너지의 발전소입니다. 이 발전소가 가동이 되면 그때부터 내 몸 안의 전기는 엄청난 파워를 생성하고 우주의 파워가 이쪽으로 다 들어옵니다. 이것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북방 지방 간화선의 맥입니다. 9년 면벽한 가풍이 바로 그런 데 있습니다. 그래서 계속 ‘이뭣고’만 하라고 합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 날 우주의 모습이, 자기 본래 모습이 환하게 드러나게 됩니다.

그런 것을 여러분이 체험하기 위해서는 기도를 해야 되고, 참선을 해야 되고, 간경을 해야 됩니다. 기도, 참선, 간경, 이 모든 것이 본래 모습을 확인하기 위한 방법입니다. 무엇이 되었든 자기가 하는 공부를 열심히 하다 보면 훤히 밝은 달이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입을 딱 닫은 채 매일 웃고 춤추는 것입니다. 그렇게 살아 주시길 바랍니다.
 
정리=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이 법문은 지난 3월 11일 부산 용두산 미타선원(주지 하림)에서 봉행된 동안거 해제 법회에서 지하 스님이 법문한 내용을 요약 게재한 것이다.


지하 스님은

1960년 법주사에서 추담 스님을 은사로 사미계를, 1970년 통도사에서 월하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5~7대, 9~12대 조계종 중앙종회의원을 역임한 스님은 제12, 13대 중앙종회의장, 중앙승가대학 총장 등을 맡아 종단 안정과 발전에 헌신했다. 스님은 2004년부터 문경 봉암사 선방에서 해마다 안거에 들어 올해까지 3년째 젊은 수행자들과 함께 정진하고 있다. 스님은 현재 인천 송도 법융사에 주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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