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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광릉천변 만세운동에 1천명 운집

기자명 법보신문

장승부락 다리서 일경 대치
시위군중 시간 갈수록 증가

봉선사를 중심으로 한 3·1만세시위운동의 거사 일을 3월 30일로 정하고 동민들에게 뿌릴 ‘조선독립단 임시사무소’명의의 격문 내용까지 완성한 성숙 일행이 29일 야밤에 봉선사 서기실에 있던 등사기를 짊어지고 간 곳은 산 속 약수터였다.

성숙을 비롯해 이순재, 김석로, 강완수 등 4명은 빼앗긴 나라를 다시 찾는데 기여할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하며 이 약수터에서 격문 300여 장을 인쇄했다. 그리고 보다 구체적인 계획을 다시 세웠다. 당시 봉선사 농지를 관리하며 진접면 일대에서 100여 석의 곡식을 거둬들이고 충청도에 있는 토지까지 관리하는 농감 역할을 하던 이순재는 각 동리의 주요 인물들에 대한 성품을 잘 알고 있었다. 따라서 이들 주요 인물들을 중심으로 이순재, 김석로, 강완수가 이날 밤 9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 격문을 돌리기로 했다.

성숙과 이순재는 이미 만세운동이 하루에 그치지 않고 다음날에도 이어질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 놓고 있었다. 격문의 내용을 편지로 써서 28일 진접면 부평리에 있는 이재일에게 보내, 조선의 독립을 위해 시위운동을 일으키고 조선독립만세를 부르도록 당부해 놓았던 것이다.

성숙과 이순재의 연락을 받은 이재일은 봉선사 중심의 만세운동이 펼쳐지는 다음날인 3월 31일에 만세시위운동을 벌이기로 하고 비밀리에 주변 사람들에게 연락을 취했다. 한편 비슷한 시기에 남양주와 양주 일대에서는 산발적이긴 했으나, 만세운동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장흥면 교현리에서는 이회명의 주동으로 3월 28일 저녁 수십 명이 모여 대한독립만세를 부르면서 시위를 했고, 금곡면 평내리, 미금면, 동면 독소리, 와부면 송촌리 등에서도 매일이다시피 적게는 수십 명, 많게는 100여명이 넘는 주민들이 모여 만세시위운동을 펼쳤다. 사태가 이처럼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일본 경찰은 “국민들은 쓸데없는 유언비어에 열중하여 되지도 않는 일에 광분하지 말라. 제국은 전승국이므로 일한 합병에 관하여는 조금도 변경이 없다”며 주민들의 동요를 막고 회유하는데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본 경찰의 이러한 노력은 헛수고에 불과했다. 이미 인접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만세운동 소식을 접한 진벌리 주민을 비롯해 성숙과 그 일행이 돌린 격문을 받아본 인근 4개 동리 사람들은 약속된 3월 30일 날이 밝으면서 하나 둘 주재소 앞 광릉천변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약속한 시간이 되자 그 수가 이미 1000여명을 넘어 섰다.

마을 주민들의 대략적인 성품까지 파악하고 있었던 이순재 덕분에 치밀하게 사전 준비를 마칠 수 있었기 때문에 당초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었다. 사람들이 모이고 약속한 시간이 되자 성숙 일행은 미리 준비해간 태극기를 나눠주고 힘껏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다. 1000여 명이 넘는 군중이 동시에 외치는 만세 소리는 불과 1km 정도 거리에 있는 주재소나 헌병초소에까지 들렸고, 일본 경찰들은 다급하게 진압에 나섰다.

봉선사 중심의 만세운동을 계획한 성숙 등 4명의 주동자와 각 마을의 이장들이 선두에 섰다. 그리고 1000여 명의 주민들이 그 뒤를 따르며 서서히 주재소 옆쪽 임시 헌병초소 앞으로 나아갔다. 그때 일본 경찰들이 총검을 앞세워 주민들의 앞을 막아섰고, 장승부락 다리를 사이에 놓고 만세운동에 참가한 군중과 일본 경찰이 대치를 하게 됐다. 일본 경찰은 군중을 향해 총을 겨누고 즉각 해산을 강요했으나, 이미 그동안 억눌려 있던 가슴속에서부터 불붙기 시작한 만세운동의 불길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활활 타올라 시위군중만 늘어갈 뿐이었다.

sjs8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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