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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생의 장애와 불편함

기자명 법보신문

생각과 가치관은 사람마다 다른 법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이 먼저

저희 막내 시동생에게는 장애가 조금 있습니다. 나이가 48세인데 아직 장가를 못 가 시어머니와 둘이 삽니다. 늘 잘하려고 애를 쓰는데 시동생이 꼭 어긋나는 짓만 하니, 어떨 때는 화를 주체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내가 끝없이 잘해야지, 선업을 쌓아야 다음 생에는 안 만나지’라고 생각하며 최선을 다하지만 시동생이 자꾸 제 부아를 돋웁니다.

시동생의 어긋난 행동을 보고 ‘화를 내지 말아야지’하면서 참아서는 안 됩니다. ‘잘해야겠다’, ‘참아야겠다’고 결심하는데 결심하거나 참는 것은 수행이 아닙니다. ‘이래야지 저래야지’ 결심하고, 모두 이뤄진다면 이 세상 일이 안 될게 뭐가 있겠어요.

“화를 내지 말아야지”하고 결심하고 참을 것이 아니라 ‘왜 화가 날까’하고 그 원인을 탐구해야 합니다. ‘그 사람이 이렇게 행동하는데, 왜 내가 화가 날까? 그 사람은 그럴 뿐인데…’하고 화가 날 때마다 다시 살펴봐야 합니다. ‘그가 드러눕는데, 그가 고함을 치는데, 그가 화를 내는데 왜 내가 화가 날까? 뭣 때문에 내가 화가 날까?’ 이렇게 늘 깊이 관찰해야 합니다. 그러면 그 문제는 금방 해결될 수 있습니다.

시동생에게 장애가 있으니까 불편할 것 아니겠어요. 그런데다 열등의식, 피해의식이 있겠지요. 그래서 말하거나 행동할 때 과격하고, 신경질적으로 대하는 겁니다. 그럴 때 그 사람의 심정을 한번 이해해 보세요. 시동생이 화를 낼 때, ‘아이고 얼마나 답답하면 저렇게 화를 낼까, 얼마나 불편하면 저렇게 짜증을 낼까.’ 이렇게 마음을 돌이켜보면 화가 나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보살님은 ‘저 사람 행동이 나쁘다, 저 사람은 잘못됐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또 ‘내가 전생에 저 사람과 무슨 인연이었기에 이렇게 만났을까. 아이고, 그래도 참으면 다음 생에는 안 만나겠지’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여기에는 그 사람이 ‘나쁘다’는 것이 전제돼 있어요. 바로 그 생각이 잘못된 것이지요. 그가 잘못됐다는 생각, 그가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병입니다. 그에게는 문제가 없어요. 그가 잘못이라는 것은 내 생각이지요. 그는 그렇게 생겼고, 그렇게 말하고, 그렇게 행동할 뿐입니다. 그것을 보고 내가 내 이해 관계나 내 가치관에 사로잡혀서 상대를 문제 삼는 거란 말이지요. 문제를 삼아 놓고는 참는다고, 빈다고, 운다고, 결심한다고 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요.

지신의 생각을 버리고 어떠한 문제도 없음을 알아야 합니다. 그 사람 입장에서 보면 문제가 없어요. 그 사람은 몸이 불편하니까 짜증을 내는 거고, 자기 양에 안 차서 화를 내는 거니까 그 처지를 이해하는 게 중요하단 말입니다. 시동생이 도덕적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했는데, 그 도덕이라는 것은 시대에 따라 바뀌고 보는 사람에 따라서도 달라집니다. 그러니 시동생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그 생각도 잘못된 거지요.

생각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그렇다고 ‘내가 이렇게 생각하면 안 되지. 내가 잘못됐다’하고 생각하라는 것도 아니에요. 누구 생각이 옳고 누구 생각이 그른 게 아니라, 생각이 다르다는 걸 인정하라는 말입니다.

사람이 어떻게 생각이 똑같습니까. 다 다르지요. 그런데 우리는 자기도 모르게 자기 생각을 기준으로 놓고 상대가 틀렸다고 합니다. 이렇게 자기를 중심으로 놓고 보는 데서 만병이 생깁니다. 그러니까 가장 확실한 기도문은 ‘내 병이다.’ 이걸 자각하는 것입니다.

시동생한테 무슨 죄가 있습니까? 장애인인 것만도 억울한데 형수가 ‘전생에 내가 무슨 죄를 지어서 너 같은 인간 만났냐. 다음 생에 너 같은 인간 다시는 안 만나기 위해 좀 잘해 줄께.’ 이렇게 기도하는 것은 그 사람을 저주하는 것과 같습니다. 기도를 그렇게 하시면 안 됩니다. 내가 잘못 생각한 걸 참회하는 기도를 해야 합니다. 내 어리석음을, 무지를 뉘우쳐 참회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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