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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없는 유럽’은 지금 ‘종교=구속’-‘맹목신앙’ 벗어 던지고 있어!

기자명 법보신문

화계사 국제선원장 현 각 스님

조승희 씨 총기 사건으로 일주일 동안 미국과 한국 국민들은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한국에서 보여준 희생자에 대한 애도 물결에 참으로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오늘 고백하건데 사실 저는 지난 15년 동안 “미국 사람입니까?, 한국 사람입니까?’라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피해 왔습니다. 저로서는 대답하기 난감했던 물음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지금 여러분 앞에서 분명하게 그 답을 할 수 있습니다.

“저는 한국 사람입니다.”(대중 박수)

하안거 해제 후 지난 한 달 반 동안 유럽과 미국을 다녀왔습니다. 숭산 큰스님의 뜻이 깃든 선원을 방문해 불상과 목탑, 죽비 등의 법구와 불서를 전하고 현지 선원 현황과 포교 현황을 알아보기 위함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각국의 지식인들과도 많은 대화를 나눴는데 많은 공부가 됐습니다.

체코 방문 때 그 나라 최고 신학대로부터 초청을 받아 강연을 하게 됐는데 강연 초청 이유가 재미 있습니다. 신학대 교수님 하시는 말씀이 “우리 신학대가 불교 수행인을 초청한 것은 처음”이라는 것입니다. 사연인 즉, 신학대 학생들이지만 불교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은데 그 대학 교수로서는 불교의 오묘한 진리와 사상을 전하는데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었고 고민 끝에 출가인을 초청해 학생들의 궁금증을 해소시켜주자는 취지에서 초청강연을 준비했다는 것입니다.

“저는 한국사람입니다”

여러분도 유럽에 불교 바람이 불고 있다는 소식을 많이 접했을 겁니다. 하지만 단편적으로 알고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은 듯합니다. 리차드 기어가 불교에 입문했다거나, 달라이 라마 성하 초청 법회에 7만명, 10만명이 운집해도 “그냥 그런가 보다”하는 반응입니다. 그냥 지나칠 사안이 아닙니다. 이 속에서 유럽의 종교 지각변동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화계사 국제선원만 해도 수행하고자 찾아 드는 외국인들이 참 많습니다. 독일, 네덜란드, 체코 등 세계 각국 사람들이 오는데 이들은 그냥 불교에 대한 관심 정도 때문에 이국땅에 머무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것을 버리고 목숨 걸고 한국 땅에 와 가부좌 틀고 수행하는 사람들입니다. 왜 유럽 젊은이들이 한국의 선원을 찾고 있을까요? 분명 그 이유가 있지 않겠습니까?

프랑스나 독일, 체코의 종교인구 증가 현상을 들여다보면 참 재미있습니다. 물론 가장 많은 종교는 기독교이지만 증가 추세로 보면 이슬람교, 그 다음이 불교입니다. 하지만 이슬람교도가 증가하는 것은 이민에 의한 것입니다. 순수 현지 유럽인들이 귀의하는 종교 추세는 불교가 단연 으뜸입니다.

유럽인들 종교인 증가 불교가 ‘으뜸’

왜 이런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유럽은 지금 정신적인 새로운 정신적 패러다임을 찾고 있습니다. 그 해답 중심에 불교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유럽 교회는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점점 비워져 가고 있습니다. 심지어 “유럽에 신은 없다”라는 말까지 회자될 정도입니다. ‘종교’라는 영어 ‘Religion’은 ‘구속’이라는 어원에서 나온 말입니다. 즉 나를 다른 힘에 맡겨 묶인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여기서 이미 나와 너를 구분한 이분법 사고가 존재합니다. 즉, 나보다 더 전능한 신에 자신을 구속시켜 놓으면 죄를 덜 지을 것이고 궁극에는 구원 받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맹목적 믿음은 세계1차·2차 대전을 경험하며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신에의지해 살았지만 자신들 스스로 참혹한 전쟁을 불러일으켰고 자연환경을 무작위로 파괴했습니다. 유럽 지식인들은 지난 과거를 돌아보며 “열심히 믿었지만 세계대전을 만들어 냈다.” 는 결론을 내리고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맹목적 구속’, ‘맹목적 믿음’을 버립니다. 한 없이 자신의 마음을 좁게 만드는 ‘맹목’에 대한 깊은 회의심을 가진 한 지식인은 이렇게 말합니다.

“지금까지 믿었던 종교를 버려야 열린사회를 만든다.” 그렇다면 어떤 역량으로 ‘열린사회’를 만들 것인가. 당연한 자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유럽의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유럽인들이 자문한 이 화두를 풀기 위해 그들은 불교에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나 보다 더 힘세고 완벽한 바깥의 무엇에 의지해 자신을 가두는 관념을 과감히 버리고, 내 자신을 성찰하며 나의 정체성을 찾아 자비와 사랑, 평화와 인권을 통한 열린사회를 열려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을 예견한 학자가 있었습니다. 세계적인 역사학자인 토인비 교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20세기 사건 중 가장 충격적이고도 의미 있는 사건은 불교가 서구로 전해진 것이다.” 이 말은 단순한 불교예찬론이 아닙니다. 불교가 유럽인들의 새로운 정신적 패러다임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뜻입니다.

상대성 이론으로 유명한 아인슈타인 역시 세계대전 이후 엄청난 충격에 빠지며 기존의 종교부정론을 폈습니다. 그런 그가 노년에 전한 일성을 들어 보십시오,

“미래의 종교는 우주적 종교가 되어야 한다. 그동안 종교는 자연세계를 부정해 왔다, 모두 절대자가 만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미래 종교는 자연과 영적 두 세계를 똑같이 존중하는데 기반을 두어야 한다, 자연과 영적세계의 통합이 진정한 통합이다, 나는 불교야말로 이러한 내 생각과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현대의 과학적 요구에 상응하는 종교는 불교라고 말하고 싶다.”

‘미래과학적 불교’에 유럽인들 매료

유럽인들이 왜 불교에 깊은 관심을 갖는지 조금은 이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불교 속에서 살고 있으면서도 불교의 소중함과 부처님 가르침의 위대함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2500년을 면면히 이어 온 우리의 불교, 우리의 한국불교에 좀 더 귀를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혹, 여러분들은 유럽인들과 달리 바깥에 의지하고 바깥에서 무엇인가를 찾으려 하지 않으십니까? 그 바깥은 절대자일수도 있고, 돈일 수도 있습니다. 밖에서 헤매는 순간 분노와 갈등에 휩싸이고 맙니다. 안과 밖이라는 두 세계를 오가면 우리는 여전히 중생일 뿐입니다. 우리도 부처님 같이 되어 보려는 정진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하겠습니다.

정리=채한기 기자 penshoot@beopbo.com


이 법문은 현각 스님이 4월 22일 경기도 연천 6군단 6포여단 군법당 범음사에서 법문한 것을 요약 게재한 것이다.

 

열반이란 무엇입니까?
“꿈에 호랑이가 나타나면 너무나 무서워서 혼비백산해 도망 다니지 않습니까? 호랑이 꿈을 꾸는 친구의 비명소리에 잠이 깬 사람이 꿈꾸고 있는 친구를 보면 참 한심하게 보입니다. 있지도 않은 호랑이 보고 이 난리이니 말입니다. 꿈 속에서 금방이라도 잡혀 먹힐까 두려웠지만 꿈을 깬 순간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꿈이었구나!’하고 안도합니다. 무상을 알면 꿈에서 깰 수 있습니다. 무상과 중도를 알면 호랑이는 원래 없는 것인 줄 압니다. 호랑이가 있다고 생각하니 도망가지 호랑이가 없다고 알면 도망다닐 것도 없고 물리쳐야 할 호랑이도 없습니다. 이런 도리를 알면 열반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계율은?
“지금 이 순간 당신과 대화하는 것입니다. 당신의 마음을 헤아리고 저의 마음을 전하는 것입니다. 이 외에 다른 그 무엇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군에 계신 여러분들은 근무 중에도 대학 때 여자 친구와 데이트 했던 추억을 떠올릴 것입니다. 때로는 이러한 일편이 위로가 될 수도 있겠지만 집착하면 병으로 이어집니다. 자살에 이르기도 합니다. 추억도 집착한 순간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번뇌망상일 뿐입니다. 저는 항상 지금의 이 순간을 중요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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