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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만심을 버린 사람들

기자명 법보신문

이런 저런 일들을 글로 쓰다 보면 귀먹은 욕을 많이 먹는다. ‘교만이 하늘을 찌른다’ 는 비아냥도 듣고, ‘이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 이라는 아첨도 듣는다. 부처님 당시에 교만심 없고 바른 생각을 가진 분들은 이런 분들이었다.

어느 때에 부처님께서 아누이미니에 계시었다.

그때에 온갖 재산과 세력을 가진 석씨들은 믿음이 견고하여 부처님을 따라 출가했는데, 아나율, 발제, 난제, 금비라, 난타, 발난타, 아난, 제바달다와 아홉째로, 이발사 우바리 등이다. 그들은 깨끗이 목욕하고 차림새를 갖춘 뒤, 코끼리와 말을 타고 가비라 성을 나섰다. 그들은 국경에 이르러 코끼리에서 내려 의복과 영락을 벗어 코끼리와 함께 이발사 우바리에게 주면서 말했다.

“너는 항상 우리들을 의지하고 살아왔는데, 우리들은 지금 부처님께 출가 하려 한다. 이것들을 너에게 주니, 살림살이에 보탬이 되게 하라.”

우바리는 ‘나는 본래 석씨네에 의해 살아왔는데, 오늘 출가하여 부처님 제자가 되려고 한다. 나도 차라리 따라 출가하리라. 그들이 얻는바가 있으면 나도 얻는 바가 있으리라’고 생각하고, 얻은 것들을 흰 보자기에 싸서 높은 나무에 달아 놓고 ‘누구든지 와서 갖는 이에게 주리라’ 하고, 곧 석씨네 아들들을 따라 가서 말했다.

“나는 항상 석씨네를 위하여 살아왔는데, 출가하여 부처님 제자가 되려고 하니, 난들 따라 출가하지 못하겠습니까? 여러분이 얻는 도를 나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때 여러 석씨네 아들들은 우바리와 함께 부처님 계신 곳에 이르러 머리 숙여 발아래 절하고 한켠에 물러서서 여쭈었다.

“저희들은 부모님께 출가를 허락 받았습니다. 저희들을 받아주소서. 그리고 우바리를 먼저 제도해 주소서. 그것은 저희들의 교만한 생각을 없애기 위함입니다.”

부처님께서 이 말씀을 들으시고, 먼저 우바리를 제도하시고, 다음에 아나율, 발제, 난제, 금비라, 난타 등을 제도하셨다. 우바리는 구족계를 먼저 받아 가장 위에 상좌(上座)가 되었다. 그리고 부처님께서 여러 석씨네 아들들을 제도하신 뒤에 점파라(點波羅)라는 곳으로 보내어, 부처님과 상좌들의 가르침을 받고, 가장 높은 지위를 증득하였다.

하루만 먼저 출가를 해도 이렇게 저렇게 따져서 선후배를 정하고, 법납이 하루만 늦어도 비구가 아닌 것 같이 여기는 우리다. 부처님 당시의 제자들이기는 하지만 교만심을 없기 위해 천민 출신인 우바리를 먼저 출가하게 한 것은 우리가 배워야 할 일이다.
 
파계사 영산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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