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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즐겁다, 매우 즐겁다”

기자명 법보신문

중노릇은 참으로 즐거워야 한다. 그렇다고 모양, 소리, 향기, 맛, 감촉 등 오욕의 즐거움은 아니다. 또 소리 지르고 두드리면 쾌감을 느끼는 그런 즐거움도 아니다. 율장에는 이런 즐거움을 아직도 버리지 못한 수행자들의 이런 설화가 있다.

그때에 발제비구가 고요한 곳이나, 나무아래나, 무덤 사이에 홀로 앉아서 생각하다가 한밤이 지난 뒤에 높은 소리로 외쳤다.

“매우 즐겁구나. 매우 즐겁구나.”

가까이 있는 비구들이 듣고 ‘발제 비구는 본래 속세에 있을 때에 오욕을 즐기다가 그것을 버리고 출가하여 도를 닦는데 밤이면 외치기를 “매우 즐겁다. 매우 즐겁다”고 하니, 저것은 아마도 발제 비구가 속세에 있을 때에 오욕을 마음껏 즐기던 것을 생각하면서 외치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여러 비구들이 다음날 아침 부처님께 가서 이 일을 여쭈니, 부처님께서 한 비구에게 분부하셨다.

“너는 빨리 발제 비구를 불러 오너라.”

발제 비구가 곧 부처님께 와서 머리 숙여 발 앞에 절하고 한켠에 앉으니, 물으셨다.

“발제야, 너는 참으로 한밤중이면 매우 즐겁다고 외쳤다는 것이 사실이냐?”

발제 비구가 대답했다.

“진실로 그러하옵니다.”

“발제야, 너는 어떤 이치를 보았기에 그렇게 외쳤느냐?”

“제가 본래 집에 있을 때는 집 안팎을 항상 칼과 몽둥이 등의 무기로 무장한 사람이 집안을 호위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사람이나 집안을 호위하여도 밖에서 도적들이 와서 저의 목숨을 빼앗을까 두려워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제가 고요한 무덤 사이나, 나무 밑에 있으면서 한밤중이 되어도 두렵거나 무섭지가 않습니다. 두렵거나 무섭지 않으니 몸의 터럭도 일어서지 않습니다. 부처님이시여, 그래서 고통을 벗어나는 즐거움이 매우 즐겁다고 소리쳤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좋은 말이다. 그것은 네가 의당 해야 할 바이며 믿음으로 출가하여 청정 범행을 즐기는 것이니라.”

사미계를 설할 때에 계사 스님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사미여, 머리 깎고 만의를 입었으니, 시끄러운 속세를 벗어나서 부처님의 법속에 들어왔다. 모든 반연에 꺼둘리지 말고 날마다 도업을 새롭게 할지니라. 다섯 가지 덕을 쌓아야 하나니, 첫째 발심 출가하였으니, 도 닦기 위해 살아야 하고, 둘째 차림새가 법복에 맞게 단정해야 하고, 셋째 떠나온 세속 생각은 아주 잊어서 적막한 마음을 없애야 하고, 넷째 목숨을 아끼지 않고 도를 위한 신념을 가져야 하고, 다섯째 넓고 큰마음으로 일체중생을 제도할 마음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사미의 지계도 이렇게 지엄한데, 여기에 부끄러운 비구도 많은 것이 안타깝다.
 
파계사 영산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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