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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없는 인도 완성 ‘붓다 지혜’에 달렸다

기자명 법보신문

부처님오신날 특별 인터뷰
인도 힌두철학자 R. 나라야난 교수

<사진설명>2004년 5월 경주 감은사지를 방문한 R. 나라야난 교수.

부처님오신날은 불자들에게 부처님이 탄생한 나라인 인도를 자연스레 떠올리게 하고 인도 성지 순례를 다녀 온 불자들의 뇌리에서는 탄생성지인 룸비니 동산과 성도성지인 보드가야의 대탑 앞에서 느꼈던 전율이 잔잔하게 흐를 것이다. 붓다의 나라 인도의 제1종교는 점유율 80%를 넘는 힌두교이며 불교는 1%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다. 부처님께서 입멸하신지 2400여년이 흐른 지금, 불교는 인도 사회에 어떻게 자리 잡고 있을까. 또 인도인들에게 부처님은 어떤 존재로 인식되고 있을까.

인도 네루대학교 국제관계학과 나라야난(73, Rangachari Narayanan) 교수에게 인도 사회에 남아 있는 부처님의 발자취와 문화, 사회적인 영향 등을 들어 보았다. 나라야난 교수는 2004년 5월 20일부터 26일까지 우리은행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 불국사 석굴암과 해인사를 순례했었다. 힌두철학자인 그는 카스트의 최상위 계층인 브라만에 속하며 채식주의자다. 불기 2551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실시한 특별 인터뷰는 우리은행 백영일 차장의 도움으로 이메일을 통해 실시했다.

탄신일엔 붓다 드라마 공연

-. 부처님께서 탄생하신 음력 4월 8일이면 한국에서는 봉축 법요식과 연등축제를 봉행, 부처님이 이 땅에 나투신 참뜻을 되새기고 있다. 인도에서도 부처님오신날을 기념하는 행사가 있는가.
우주의 보호자인 힌두 비슈누신의 화신으로 받들고 있는 부처님을 힌두교도들은 다른 힌두신들과 똑같이 숭배하고 있다. 대중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싯다르타 왕자가 출가해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는 과정, 당시 일어난 사건 등 부처님의 생애를 주제로 한 무용이나 드라마 공연이 열린다. 사원에서 불상은 화환으로 장식되고 힌두 성전인 베다(Veda)의 염송이 종일 이어진다. 불교 사원에서 법회가 열리고 종교 지도자들은 부처의 생애와 업적에 대해 상세히 언급한다. 특히 불교의 출가 정신과 절제된 생활에 대한 가르침을 강조한다. 물질적이고 세속적인 삶에 대한 집착으로부터 벗어나는 삶을 지향하는 것은 힌두인들의 삶에 있어서도 핵심이다. 불교가 힌두교도들에게 호소력을 갖는 이유 중 하나는 부처님의 해탈(nirvana)에 관한 가르침 때문이다.

-. 2004년 방한했을 당시 석굴암 본존불을 친견하셨는데 한국의 불교와 불교문화에 대한 느낌은 어떠했는가.
내 생애에 가장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산 정상에 자리 잡은 석굴의 위치, 석굴에 이르는 산길은 마치 인도에 있는 사원을 찾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했다. 그곳의 성스러운 분위기는 나의 영적인 갈망에 무한하게 다가왔다. 곧바로 비슈누신의 또 다른 화신인 연꽃 대좌 위에 위엄스레 앉아 압도하는 불상을 느낄 수 있었다. 그곳에서 보낸 순간은 영겁의 시간으로 느껴졌다. 인도 북부의 작은 나라에서 태어난 부처님이 유라시아 대륙의 끄트머리인 토함산에서 가장 인간적인 존재로 형상화됐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 석굴암을 순례할 당시 인도에서 불교가 소멸된 것이 아니라 불교 교단이 사라졌을 뿐이라는 견해를 밝히신 적이 있는데, 인도의 교학 연구 및 불자 증가 현황은 어떤가.
수세기 동안 인도 왕족과 상인 계급은 불교 교단을 후원하였고 경외하는 마음으로 부처님의 유골 위에 아름다운 반구형의 건축물, 즉 탑(Stupa)을 조성했다. 불교의 미술과 조상 연구, 건축의 영향은 현대 인도에서도 명백히 나타나고 있다. 불교 철학과 종교의 세계적인 중심지였던 인도 비하르주 나란다 지역의 사원 경역에는 오늘날까지도 많은 방문자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20세기 초 불교는 종교로서 견실하게 복원되기 시작했고, 소수 인도인 불자들의 헌신적인 활동을 촉발시켰다. 1891년 마하보디협회(大覺 협회)의 설립은 불교 철학의 대중화 및 인도 역사에서 불교의 중요성을 다시 일깨우는 자극제가 되었다. 무엇보다 인도 건국의 기초를 설계한 간디, 네루와 함께 맞이한 인도의 독립 이후 그들이 비종교적인 국가 건설에 주력함으로써 불교 개화의 초석이 놓였다고 본다. 힌두 정통주의가 지배하고 엄격한 카스트 제도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카스트 없는 인도 사회를 일으키고자 했던 간디의 노력은 불교의 부활에 큰 도움을 주었다. 결과적으로 불교 인구는 상당히 증가해서 현재 1000만명 정도의 불자가 인도 여러 지역에 분포하고 있다. 불교가 인도 사회에 기여한 가장 큰 공헌은 사회 개혁을 주도한 것이다.

불교, 인도사회 전반 개혁

-. 불자 수가 크게 늘어나면서 불교와 힌두교의 마찰이나 갈등은 없나.
힌두와 이슬람 종교 단체 간의 폭력적인 갈등은 증가하고 있으나 힌두와 불교의 갈등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들어본 적이 없다. 그 이유는 쉽게 찾을 수 있는데 두 종교 간의 근본적인 가르침이 일치하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불교의 확장에 대해 힌두 지도자들은 불안해하지 않는다. 그들은 불교가 힌두의 믿음과 신념을 오히려 더 강화시켜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 힌두교와 불교의 공통점과 본질적인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이 문제는 좀 길게 다루어야 한다. 불교의 법(Dharma)의 개념은 윤리적 의미를 새롭게 강조하고 있다. 이는 베다 전통의 힌두교에서 보다 더 강조되는 부분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르면 고(苦)의 현세에서는 오직 한 가지, 그러니까 법 즉 바른 삶에 대한 진실만이 견고하고 지속한다. 이것만이 우리를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준다. 불교는 이런 의미에서 도덕성을 강조한다. 이에 반해 힌두교는 신에 대한 개념과 베다 성전의 최상의 권위를 중시한다. 불교는 희생이란 명목으로 동물이건 인간이건 살아있는 생명체를 죽이는 것을 혐오한다. 불교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갔다. 교단을 조직해서 그들이 가르치는 윤리의 살아있는 모범이 되도록 했고 이로써 불자들의 도덕적 길잡이 역할을 했다. 이 점은 조직화된 교단이 없는 힌두교에게는 새로운 것이었다. 게다가 4계급의 카스트는 힌두교의 기본 바탕인데 불교는 이 카스트 제도를 인정하지 않는다. 우주와 그 작용의 근본 이치에 도달함에 있어서 힌두교와 불교 모두 논리적 추론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 부처님은 추론과 논리적 설득 방법을 채택하여 우파니샤드보다 논리적 토론법을 더 많이 사용함으로써 이런 접근법을 완성시켰다. 재미있는 점은 부처님의 완성된 방법은 이후의 힌두 철학 학파들에 의해 채택되었다. 바즈라수치카(Vajrasuchika) 우파니샤드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힌두교와 달리 신을 믿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불교를 불가지론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신중히 검토하면 부처님의 해탈(nirvana)은 우파니샤드의 브라만 (Brahman) 개념과 유사하다. 브라만과 니르바나의 실현이라는 의미에서 해탈은 거의 동일하다. 니르바나는 부정적인 상태가 아니다. 오히려 브라만의 실현과 같이 니르바나는 삶의 궁극적 목적이고 완성이다. 업(karma)의 법칙에 대한 개념은 힌두교에서 두드러지는데 불교에서도 이를 채택하고 있다. 비록 불교에서는 자아(soul)에 대한 개념을 부정하지만 윤회(rebirth)는 받아들이고 있다. 불교는 바른 행동 규범을 통해 악업의 대가를 풀어내는 것을 강조하는데 반해 힌두교는 신의 은총을 인정한다. 사실상 힌두교로부터 불교를 구분하는 것은 아주 어렵다. 신에 대한 개념을 제외한다면 힌두 성전인 기타(Gita)는 내용과 취지에서 불교 경전으로도 여길 수 있다.

불자 늘어도 힌두교와 갈등없어

-. 일부 학자들은 힌두교는 불교 태동 이전의 브라만교, 그러니까 종교로서 틀을 갖추지 못한 다신교가 불교를 통해 하나의 교단과 교리를 체계화할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는 주장이다. 최근 아리야협회 (Arya Samaj)와 브라모협회 (Brahmo Samaj)와 같이 조직화된 힌두 단체들의 출현은 특히 기독교와 이슬람 같은 외래 종교의 위협에 대항하여 힌두 종교를 조직화 하자는 움직임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은 기대한 결과를 얻지 못할 것으로 보이는데 힌두교는 조직화된 종교 단체의 경직성에 적합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러한 새로운 힌두 종파의 대두가 인도에서 불교의 부흥 때문이라는 입장은 지지받을 수 없다. 왜냐하면 이런 단체 대부분은 단순히 불교의 교의를 모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양식과 기능에서 불교의 전통적인 사원과 수행 형태를 따르고 있다. 힌두 철학 전통에 전적으로 의존하면서도 초기 불교와 관련된 특징들을 수용하는 형태의 힌두 수행 집단이 오랜 동안 성장해왔었다.

-. 힌두교가 제일 종교인 인도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이 인도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어느 정도인가.
부처님의 가르침이 인도 사회에 미친 가장 큰 영향은 계급, 종족, 카스트 등을 부정하고 어떠한 차별도 없이 모든 인간을 평등하게 대한다는 것이다. 인도가 비종교적 사회로 발전하고 강력한 힌두 종교에 의해 강요된 카스트 제도의 경직성을 극복할 수 있다면 그것은 부처의 가르침에 의해 강조된 세계주의로 인해서 일 것이다. 언어, 문화, 신조 그리고, 종교에 의해 분할된 엄청난 인구를 가진 큰 나라가 강한 나라로 남으려면 불교의 이상을 따라야만 한다. 힌두 사회의 재난인 불가촉천민을 없애기 위한 투쟁에서 볼 수 있듯이 간디는 불교에 큰 영향을 받은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 세계는 테러와 종교간 갈등, 환경오염 등으로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들 한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이러한 고통을 해결하는 대안이라고 주장하는데….
부처님의 가르침은 전체에 관한 것이다. 우주(전체)의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 이 우주를 어떻게 살만한 곳으로 만들 것인가에 대한 해법이다. 쌍유타 니까야(Samyutta Nikaya)에서 부처님은 “뿌려진 씨앗에 따라 그로부터 그런 열매를 수확하게 되니, 선을 행한 자는 선을 받게 되고 악을 행한 자는 악을 거두게 된다”라고 설하셨다. 부처님은 인간의 문제를 파악해 내고 또 그에 대한 해결책도 제시했다. 그 문제가 국제적 테러든, 대량 살상 무기든, 환경오염이든 이에 대처할 방법과 수단을 찾아내는 것은 인류를 위함이다.

정리=남배현 기자 nba7108@beopbo.com

힌두철학자 R. 나라야난 교수는

인도를 대표하는 대학 중 하나인 네루대학교 국제관계학과 나라야난 교수는 네루대학교에서 현저한 업적을 쌓은 교수에게 부여하는 ‘디스팅기쉬드 스콜라’(Distinguished Scholar) 칭호를 받을 정도로 학계에서 높이 평가받는 학자이다. 국제관계학과 경제학을 전공했으며 힌두철학자이기도 하다.

현재 인도 A.P.J. 압둘 칼람 대통령의 정책 자문을 맡고 있으며 인도의 전통 및 종교, 철학을 바탕으로 국제 관계를 조망하고 인도의 발전 방향을 대통령과 정부에 조언하고 있다. 인도 정부와 최고의 학자들로 구성된 인도 사회과학원(ICSSR)의 ‘Jawaharlal Nehru National Fellowship’(연구비 지원 수혜 등급 중 최고)을 받고 있다.

JNU 국제대학 학장이자 미주-서유럽 연구센터 의장과 ‘University Of Texas’(텍사스 대학) 초청교수 겸 미 국무부 특별회원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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