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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 신학자들에 일갈하다

기자명 법보신문
  • 기고
  • 입력 2007.05.23 13:50
  • 댓글 0

송 위 지
을지대 장례지도학과 교수

2007년 5월 11일 오후 3시. 서울 서대문 감리교신학대학교에서는 ‘한국교화와 성서’라는 주제로 한국조직신학회가 주최한 신학대토론회가 열렸다. 이 토론회는 사회자 이정배 교수의 도입문에서 보듯이, ‘도올의 기독교 성서 이해’에 대해서 기독교를 대표하는 이들의 반론 내지는 도올의 성서에 대한 무지를 확인시켜 주기 위한 자리였다고 할 수 있으며 이는 정신사적으로 볼 때 중요한 일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최근 도올은 마태복음 강의를 하면서 기독교의 구약을 믿으려면 서낭당을 믿으라는 등 기독교 성경에 대해 가능한 편견 없는 시각에서 평가하고 해석하려는 시도를 했다고 알려졌다. 그의 이런 시도가 언론을 통해 세간에 알려지고 이에 대해 천주교는 조심스러우면서도 강력하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는데, 개신교 쪽은 공연히 ‘도올만 키워준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반응을 자제하다가 한국조직신학회가 중심이 되어 이 자리를 만들게 된 것이다.

도올은 이날 6분 정도 늦게 도착했다. 물론 주인공이 도착하지 않았으니 행사는 시작할 수 없었고, 500명이 넘는 관중으로 가득 찬 실내는 술렁거렸다. 그가 오기 전 6분 동안 옆자리에서는 안 오는 것이 아니냐는 소리도 들렸는데, 이것이 이날 토론회의 성격을 잘 나타내는 것이라 생각한다. 아마 안 오는 것이 아니냐고 한 사람은 도올이 무서워서 꽁무니라도 빼는 것으로 생각했으리라. 도올 도착 후 사회자는 자신의 발표문을 통해 세간에서 진행되고 있는 신학논쟁에 대해 ‘평소 반기독교 사상가로 정평이 나있는 도올이 신학을 말하고 성서를 가르치는 일 자체가 싫었다’는 자신의 평소 감정과 ‘기독교에 대한 자신의 진정성에 대한 말씀을 청해 듣겠다’는 등 종교재판식의 발언을 포함해서 적지 않은 내용을 말하며 도올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도올은 자신의 발제문을 통해 ‘개인의 논리로 이야기하되 교회가 단체의 힘으로 겁을 주지 말라’, ‘국가는 한 종교가 독점해서는 안 된다’, ‘기독교인들은 대한민국이 자신들의 소유인 것처럼 말하는데 그러지 말라’, ‘이해를 전제로 하지 않는 믿음은 간편하고 또 아름다운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위태롭다’, ‘대한민국 시민으로서 오늘 여기에서의 나의 실존을 생각할 때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공동체는 기독교라는 교리집단에만 국한 될 수 없으며 유교, 불교 등 여타 다양한 종교 신념 체제와의 공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 교회의 생명력은 오직 자격 있는 신학자의 수준 높은 목회자의 양성에 있다고 믿는다’고 주장했다. 그의 발표가 끝난 후 신학자들은 그와 직접적인 논쟁을 피하려는 자세가 역력했다.

세간에 잘 알려진 원로 신학자께서는 언론들이 도올에 대해 잘못 읽었다는 식으로 오히려 도올을 옹호하고 직접적인 토론을 비껴가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에 대한 불만이었을까, 아니면 그 동안 도올에 대한 자격지심이었을까? 과거 모 대학 총장까지 지냈고 현재에도 열심히 기도활동을 하고 있는 분이 도올의 논리는 필요한 것만 취하려고 하는 ‘싹뚝복음’이라는 말로 도올을 공격했다.

이에 도올은 ‘원로답게 비판해라. 상식적인 판단력이 있으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많다. 나같이 상식이 있는 자를 수용해라. 불경 같았으면 이미 수용이 되었을 것이다’고 일갈했다.

그곳에서 도올은 거인이었다. 기라성 같은 그리고 세계 신학계에 내어놓아도 손색이 없다는 신학자들을 쩔쩔매게 만들었다.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도올의 위풍당당이 좋았고, 현재 한국교회와 기독교의 본질적 문제에 대해 적나라하게 비판하는데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진지하게 경청하는 많은 신학생들의 성숙된 태도도 가슴에 와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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