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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스님]다함이 없는 등불(無盡燈)

기자명 법보신문

항구에는 배들이 먼 바다에서 돌아와 고달픈 하루의 여정을 마치고 깊은 잠에 빠져있고 두 눈을 감아도 또렷이 밝아 다함이 없는 등불 하나 오롯이 빛나고 있다. 산과 바다는 어느덧 초록의 동색으로 만나 부처님 오심을 찬탄하고 꽃과 새들은 저마다 향기와 고운 목소리로 공양을 올리고 있다. 바다 건너 섬에도 연등이 걸리고 항구에는 봉축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바람에 정겹게 나부끼고 있다.

부처님오신날이 바쁜 농사철과 맞물려 있어서 잠시 일손을 놓고 절에 올라와서 연등을 밝히는 모습은 참으로 소박하고 아름답다. 노보살님들의 지극한 정성과 기원은 부처님께 정성으로 등불공양을 올린 난다라는 가난한 여인의 등과 같기 때문이다.

부처님께서는 탄생게에서 “하늘 위와 하늘 아래에서 오직 내가 존귀하다”라고 하셨다. 모든 생명이 서로 평등하고 차별이 없어 본래 부처임을 선언한 진리의 등불을 밝혀주신 것이다.

위와 같은 인연으로 오신 부처님께서는 모든 중생들의 따뜻한 어버이가 되고 지혜로운 스승이 되어 불지견을 열어서 보이고 깨달아 거기에 들어가도록 자비로써 인도하여 주셨다. 불지견이란 일승을 말하는 것으로 마음이 본래 부처임을 밝히는 것을 말한다. 원효스님 말씀처럼 부처님은 오직 일승만을 설했지만 중생들이 자기 깜량만큼 받아들이기 때문에 삼승이 벌어진 것이다.

모든 것은 홀로 존재할 수 없으며 서로 어울리고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이것은 깨달음의 핵심 내용인 연기법의 원리이다. 오늘날 점차로 국경이 무너지고 하나의 시장에서 다양한 종교와 인종이 만나 화합을 이루어야하는 새로운 세계질서 속에서 꼭 필요한 참으로 위대한 사상이 아 닐수 없다. 동과 서가 하나 되고 남과 북이 서로 어우러져서 화광동진하는 연꽃의 세상을 만드는 것은 이제 불자들의 몫인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처음도 좋고 끝도 좋으며 꽃과 열매가 하나로 만나는 중도를 실천해야만 한다.

연꽃이 더러운 흙탕물 속에서 향기로운 꽃을 피우듯이 모든 생명들은 겉모습과 이름은 달라도 연꽃같이 아름다운 본래 부처를 잉태하고 있다. 우리가 초파일을 맞이해 연등을 만들면서 손가락에 물이 들어도 마냥 신나고 좋은 것은 이와 같이 깊은 뜻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연등에 불을 켜는 순간 마음에도 불을 밝혀야 할 것이다. 상불경보살처럼 모든 생명들을 부처님처럼 받들고 공경하며 살아가자. 이것이 진정으로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신 뜻이기 때문이다.

뱃길은 끊어져 파도소리 더욱 고요하고 어둠은 점점 깊어만 가는데 앞마당에 나와 저 멀리 작은 섬에서 빛나는 다섯 개의 등불을 헤아려 본다. 집집마다 계신 부처님들께 평화로운 밤이 되길 두 손 모아 축원 드린다.

나무석가모니불
나무석가모니불
나무시아본사 석가모니불

거금도 금천 선원장 일선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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