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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4인이 보여준 대자대비

기자명 법보신문

내 목숨 위급한 상황서
타인 생명 구한 자비심
벌레 한 마리 밟지 않는
생명존중 마음에서 출발

큰스님이 주석하는 암자에 오른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대중법회서 듣는 법문 보다 암자서 듣는 법문이 아무래도 좀 부드럽고 자상하기에 직접 큰스님을 친견하려는 불자님들이 많은 듯싶습니다. 간혹, 법문 보다 큰스님이 보인 작은 행동이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있는데 대표적인 예가 다음 두 가지가 아닐까 합니다.

한 여름, 부처님 말씀을 전하는 큰스님 일성에 귀 기울이고 있는데 모기 한 마리가 팔을 물자 가차 없이 ‘탁’하고 잡지요. 그 순간 큰스님이 한 말씀 하십니다. “모기가 먹으려 하는 그 피, 몇 방울이나 된다고?”

방 안에 개미 한 마리가 지나갈 때도 있습니다. 문을 향해 지나가는 개미는 그대로 두지만 혹, 그 개미가 대중 앞으로 다가가면 큰 스님 곧바로 일어나십니다. 그리고는 그 개미를 살짝 들어 올려 문 밖으로 내 보내지요.

사실, 큰스님 뿐 아니라 승가에서 익히 볼 수 있는 일상입니다. 물에 떠내려가는 개미집을 물가로 옮겨 수많은 생명을 구한 이의 공덕을 두고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모든 생명은 과거의 나였고 미래의 나이며 과거의 부모형제였고 미래의 부모형제다.”
풀벌레, 개미 한 마리 등의 미물생명도 소중히 해야 한다는 가르침이 담겨있습니다.
그렇다면 개미 생명과 인간 생명을 저울질 할 때 어느 쪽에 저울추가 기울까요? 경전에 전하는 일화가 있습니다.

매에 쫓긴 새를 구하고자 했던 수행인이 있었습니다. 매는 그 새를 살리려면 그 새와 똑같은 무엇인가를 주어야 한다고 요구했고, 수행인은 그 매도 먹이가 필요 하겠다 생각해 자신의 살을 베어주었지요. 하지만 답변은 “어림도 없다”였습니다. 팔, 다리를 잘라 주어도 ‘모자라다’였습니다. 결국 새의 생명과 똑같은 무게를 달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자신의 생명임을 깨닫습니다.

이쯤 되면 이런 생각이 스쳐갈 것입니다. ‘개미는 살릴 수 있지만 내 생명은 줄 수 없다.’ 저도 그렇습니다!

지난 3월 서울 신도림에서 발생한 주상복합건물 화재에서 11명의 생명을 구한 몽골인 소식을 접하셨을 겁니다. 그 몽골인 4명이 표충사에서 수계도 받고 불법체류인은 합법적인 취업 허가도 받았다 합니다. 이 소식을 들으면서 지난 3월의 화재현장을 상상해 보았습니다.

화마의 공포 앞에 자신의 몸 하나도 피신하기에 급급했을 그 순간, 말 그대로 화택지옥일진데 당장 옆에 누운 사람 한 명이라도 눈에 보일까요? 보인다 한들 내 생명이 위급한데 쓰러져 있는 사람 부축할 일편의 마음이라도 낼 수 있을까요? 그러나 그들의 눈에는 보였고, 부축하고자 하는 그 마음을 내었을 뿐만 아니라 행동에 옮겼습니다. 화재연기와 유독가스의 위험을 뚫고 층계를 오르내리며 인명을 구한 것입니다. 자비심에 크고 작음이 없겠지만 이들이 보여준 자비는 정말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마음은 그냥 낼 수 있는 게 아닐 것입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우리도 큰 마음 한 자락을 가슴에 품어 놓을 수 있을까요.

숲에서 살고 있는 벌레 한 마리 밟을까 조심스럽게 걸음을 딛는 선사들처럼, 개미 한 마리도 친히 마당으로 내어 보내는 큰스님들처럼, 우리도 여기서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요? 큰 자비심은 어느 순간 이는 게 아니라 원력을 갖고 작은 자비심부터 실천하는 사람의 마음에서 샘솟는 것이리라 생각합니다.


채한기 부장
penshoot@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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