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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경 스님]가슴으로 여는 초파일

기자명 법보신문

추운 겨울 견딘 금낭화가 아름답듯
인색-사나운 마음 깨야 자비심 생겨

초파일을 준비하고 보내면서, ‘부처님은 참 좋은 계절에 오셨다’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봄의 모든 것은 꽃이다. 가지마다 돋아나는 싹이건, 산에 들에 피어오르는 풀잎이건, 그대로가 각각 한 세계요, 도량이다. 만공선사가 휘호로 즐겨 쓰신 ‘백초시불모(百草是佛母, 어떤 풀잎도 부처님 세계 아님이 없다)’라는 말도 다 이 뜻에 통한다.

부처님은 사랑과 자비의 씨앗을 온 천지에 퍼뜨렸다. 전쟁을 일삼는 왕에게는 진정한 승리는 자신을 이기는 데 있음을 설하셨고, 사나운 이나 인색한 자에게는 자비심을 일깨우셨다. 가난하여 힘든 삶을 사는 이에게는 그 상태에서 남을 이롭게 하는 일을 찾아보고 행함으로써 공덕을 쌓으라 하셨다. 그리고 그 설법은 누구나 쉽게 이해되는 언어였다.

부처님은 당신의 제자들이 인생의 고통만을 품에 안고 비참하거나 불행한 존재로 살아가기를 원치 않았다. 고통을 극복하고 행복한 방향으로 가도록 하기 위해 마음은 즐거운 상태를 유지해야하고, 괴로움의 원인이 되는 탐욕과 어리석음의 본질을 깨달으라고 가르치셨다.

한번은 누군가로부터 질문이 있었다. 하루 한 끼만 먹는 단순하고 조용한 삶을 사는 당신의 제자들이 왜 그렇게 기쁨에 겨워 얼굴이 환한 지에 대해서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의 제자들은 과거를 후회하지도 않고, 미래를 가슴에 품고 고민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만족하며 현재를 살아간다. 그러므로 기쁨에 겨워 얼굴이 빛난다. 그러나 어리석은 사람들은 미래를 가슴에 품고서 고민하고, 과거를 후회하느라 말라 들어간다. 햇볕 아래 베어져 놓인 푸른 갈대처럼.”

또 한 번은 코살라 국왕이 비슷한 말씀을 부처님께 드린 적이 있다.

“앙칼진 얼굴에 거칠고 호감을 주지 않는 다른 집단과 달리, 부처님의 제자들은 즐겁고 의기양양하며 희열에 넘칩니다. 또한 영적인 삶을 즐기고, 고요하고, 평화로운 마음은 마치 가젤(영양의 일종, 성질이 매우 온순하다고 한다) 같습니다.”

“부서진 가슴만이 온전한 가슴이다”는 유대의 속담이 있다. 추운 겨울을 견뎌낸 금낭화가 방울방울 꽃망울을 터트리듯이, 이제 불자들도 가슴을 열어야 한다. 그러자면 가슴을 부숴야한다. “열린 가슴이 온전한 가슴”이다. 매일 새롭게 진심으로 타인을 향할 수 있다는 건 이웃사랑의 능력이다.

고통 없는 사랑이 있겠는가? 진실로 아파하는 마음이 보살의 마음이다. 광대무변한 불법의 세계에 비춰보면 우리는 초명(螟-모기 눈썹에 집을 짓는다는 조그만 벌레)이나 될까? 그런데 그 초명이 바람을 타면 바다를 건넌다.

불법의 인연이 감사하고 행복한 초파일이다.

법련사 주지 보경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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