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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학인에게 KO패 당했던 일

기자명 법보신문

돌이켜보면 속세에는 자기의 뜻에 맞지 않는 말을 들으면 부모나 스승이라도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더러 있었지만 그래도 절 집안만은 알아듣게 말하면 수긍을 하고 참회라는 것도 할 줄 알았었다.

언젠가 율원에 학인이 제 말만 하고 하도 자기주장을 내세우기에 쓴 소리를 좀 했더니, 저녁 예불을 마치고 옷을 차려 입고 흥정을 하러 온 일이 있었다.

용건은 낮에 스님의 말을 들어 줄 터이니, 스님은 나에게 무엇을 들어 주겠느냐는 것이다.
이런 흥정에 너무나 서툴러 그만 소리만 버럭 지르고 말았다. 옛 어른들로부터 아랫사람이 이럴 때는 어떻게 하라는 흥정 법을 배우지 못했기에 속된 말로 KO패를 당하고 말았다.
옛 어른들 말씀에 참으면 덕이 된다고 했던가.

세월이 조금 지난 어느 날 나에게도 드디어 역전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 왔다.

KO패를 당하고 아무소리 못하고 참은 덕에 막무가내 흥정을 걸어왔던 학인이 찾아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정중하게 참회를 하면서 공부에 대해 조언을 구하는 일이 있었다.

부처님 때에는 별난 사람들을 어떻게 가르치셨을까? 그 가운데에 말썽꾸러기 천타 비구가 이런 일을 한 일이 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구담미(拘啖彌)나라 구사라(瞿師羅)동산에 계셨다. 그때 성품이 좋지 않았던 천타(闡陀) 비구가 남의 말을 듣지는 않으면서 비구들에게 말했다.

“그대들은 나에게 좋거나 나쁘거나 싫거나를 말하지 마시오. 나도 대덕들에게 좋거나 나쁘거나 싫거나를 말하지 않겠소. 대덕들이여, 아무 말도 말고 잠자코 계시오. 나를 가르쳐서 무엇 하겠소. 그러나 나는 대덕들을 가르치겠소. 왜냐하면 나의 거룩한 주인님께서 바른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이요. 비유컨대 큰물이 처음 일어나면 온갖 초목을 띄워다가 한 곳에 모이게 합니다. 대덕들도 이와 같아서 갖가지 성과 이름의 종족들이 출가하여 이곳에 모였소. 또 큰 바람이 불면 초목들이 한 곳에 모이는 것과 같이, 대덕들도 갖가지 성과 이름에 종족들이 출가하여 이곳에 모였소. 그러므로 대덕들은 나를 가르치지 마시오. 그러나 나는 대덕들을 가르치겠소. 왜냐하면 거룩한 우리 주인님이 바른 깨달음을 얻으셨기 때문이오.”

그때에 여러 비구들이 이 말을 듣고 그 가운데에서 욕심이 적고 만족함을 알아 두타행을 하고 계율 배우기를 좋아하고 부끄러움을 아는 이들은 천타 비구를 나무랐다.

“나는 너희와 다르기 때문에 충고하고 꾸짖을 수 있는 것은 우리 주인이 이러이러한 분이기 때문이다”고 하는 것은 독선일 뿐이다.

예나 지금이나 철없는 사람들의 소견머리는 똑같은 모양이다.
요즘 수행자들이 어른이나 대중의 말씀에 고분고분하기만 해도 좋겠다.
자기 말만 옳다고 고집하는 사람은 결코 지혜로운 사람이 아니다.
 
파계사 영산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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