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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수경』 ⑫

기자명 법보신문

순·역경계 함께 안고 사는 게 삶의 실상

사람들은 특히 관세음보살을 좋아해서 관음기도를 많이 드린다. 그러면서 “돈 좀 주십시오”, “건강을 주십시오”하면서 온갖 바람을 담은 기도를 한다. 그러나 이처럼 구하는 마음으로부터 비롯된 기도는 이미 관세음보살이 뜻하는바 의미에 걸맞지 않다.

관세음보살이란 이미 구원이 끝나있음을 확정해 주는 부처님의 한량없이 따뜻한 자비라고 했다. 태양이 아낌없이 열을 주듯이, “무엇을 따로 구(求)한다는 말이냐? 원래 다주었으니, 마음껏 받아 가지거라!”하면서 언제나 다가오는 베품인 것이다. 그러니 마음껏 실컷 받아들이면서 살면 그만이다.

뜻대로 돼야만 행복한게 아니다

반면에 대세지(大勢至)보살은 닫힌 삶을 살지 않도록 일깨워주신다. 닫힌 삶은 어둠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아무리 어둠 속에서 몸부림쳐 보아야 그것은 다람쥐가 쳇바퀴를 도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못한다. 그러나 아무리 오래된 어둠일지라도 빛 한 줄기가 비침과 동시에 사라지고 만다. 어둠은 실재하는 것이 아니기에 그렇다.

흔히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으면 재수 없다고 하지만, 사실은 일이 잘되는 게 좋기만 한 게 아니다.

뜻대로 잘되는 것만이 행복은 아니라는 말이다. 실제로 원하지는 않지만 사업을 하다보면 난관에 처하기도 하고, 친한 친구로 인해서 말도 되지 않을 배반의 사건을 겪기도 한다. 이런 경우를 좋아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마는, 오히려 이때야말로 자신을 수정(修正)할 기회다. “내가 뭘 잘못했는가?” 하면서 자신을 점검할 수 있는 것이다.

점검할 겨를도 없이 정신없이 달려가는 삶이 결코 좋은 게 아니다. 더 큰 어려움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역경(逆境)이 닥침을 계기로, 스스로의 삶을 점검함으로써 자신에게 다가오는 무한한 빛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세지(勢至)란 세력이 이르렀음을 뜻하지만, 막상 힘이 모아질 때까지는 아무런 소용도 없다. 다시 말해서 제대로 세력을 이루지 못하기 전까지는 일이 풀리지 않는다.

샌드백을 앞에 두고 뒤로 물러섰다가 한방 날리는 것을 생각해 보자. 물러나는 순간으로만 본다면 실패이고 배반이다. 그런데 뒷걸음질해서 자신의 능력을 점검한다. 그리고는 축적된 힘을 모아 세게 내치는 것이다. 이것이 세지다.

흔히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을 부러워하지만, 지난 세월 당사자들이 밑바닥 인생을 살았다는 사실은 외면하는 세태다.

하지만 고달픈 하루하루가 이제 보니 성공을 향한 나날이었다는 것은 너무나 상식에 속한다. 과정 자체가 이미 그 사람의 성공인 것이다.

이와 같이 우리 각자는 실제로 변화(變化)의 주체다. 변화의 객체가 아니다. 세상이 변함에 따라서 내가 변하는 게 아니다. 변화의 주체로 살아갈 따름이다.

그것은 바로 무한생명, 무한광명인 아미타불을 나의 참생명으로 자리매김하고, 관음과 세지를 껴안고서 살기에 그렇다.

그래서 무량수경에서는 “가기 쉬운데, 가는 사람이 없구나”하는 탄식과 함께 “극락에 가는 것은 거슬리거나 어긋남이 없이 자연(自然)히 이끌려 간다”는 말씀으로 우리를 격려하신다.

참 생명은 자비와 지혜로 가득

관세음보살이 순경계(順境界)로서 내 뜻을 잘 따르는 주변 사람들이라면, 대세지보살은 내 뜻을 거스르며 점검의 기회를 제공하여 나를 깨우쳐 주는 세상의 역경을 가리킨다. 다시 말해서 순경과 역경을 함께 껴안고 사는 것이 삶의 실상이다.

자기 앞에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이 나타나는데 어찌 절을 올리지 않겠는가? 당연히 그분들에게 “감사합니다!”하는 말부터 할 것이다. 대가를 받아서가 아니다. 감사란 행위를 뛰어넘는 삶의 근원으로부터 말미암는 삶의 표징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나의 참생명은 오직 자비와 지혜로 가득하기만 하다. 나무아미타불!
 
여여 문사수법회 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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