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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마음을 들여다보다

기자명 법보신문

『틱낫한의 사랑법』
틱낫한 지음 / 나무심는사람

틱낫한 스님의 45년 전 첫사랑 이야기’라는 광고 문구는 퍽 자극적이었습니다. 전 세계 사람들에게 평화와 행복과 진리의 메시지를 안겨주는 고승 틱낫한. 그런 분이 젊은 시절 비구니스님과 ‘애정행각’을 벌였다? 책을 열어보기도 전에 ‘행각’이라는 다소 불미스러운 꼬리말까지 제멋대로 붙일 정도로 내 호기심은 컸습니다.

이런 성급한 호기심 덕분에 이 책을 참 여러 차례 되풀이해서 읽었습니다. 엉큼한 짐작들이 저자의 마음속을 읽어내지 못하게 방해하였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었을 때 그 사랑의 마음을 어떻게 보듬고 키워나가야 할 것인가를 일러주고 있습니다. 책을 통해 나름대로 정리해 본 틱낫한 스님의 사랑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사랑의 감정을 받아들일 것.

어떤 대상이 강렬한 인상을 던져줄 때 우리는 엄청난 충격을 받습니다. 그리고 곧이어 ‘내가 흔들리다니…’하며 자책하고 부끄럽게 여깁니다. 하지만 사랑은 정당한 감정입니다. 상대를 생각할 때 따뜻하고 밝고 즐거운 마음이 일어나면 그 마음을 긍정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둘째, 제 마음이 변해가는 과정을 바라볼 것.

애욕이 불처럼 일어나면 걷잡을 수 없이 휘말려 들어갑니다. 힘들겠지만 휘말리는 제 마음을 차분하게 바라보기도 해야 합니다. 남의 일을 보듯이 제 마음속을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셋째, 지금 자신의 처지를 불행해하지 말 것.

사랑해서는 안 될 자신의 처지를 불행하게 여겨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지금 자신의 처지가 바로 그 사람을 만나게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좀 더 폭넓게 사람과의 관계를 바라보라고 스님은 일러줍니다. 상대방과 내가 그 자리에서 만날 수 있었던 인연들을 하나하나 떠올리면 조급하게 애달파하지 않게 된다는 것입니다.

넷째, 혼자가 아님을 명심할 것.

사랑에 눈이 멀면 상대방을 ‘나의 것[我所]’이라 여겨서 자기 소유물로 삼습니다. 그 사람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마치 예전부터 자기는 고립무원의 처지였는데 이제 이 사람을 만나 세상의 중심에 선 것 같은 착각에 빠집니다. 하지만 틱낫한 스님은 자꾸만 주의시킵니다. 존재의 불안은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해소될 수 없음을, 그리고 사람은 처음부터 절대로 혼자가 아니었음을….

정작 책 속에서 20대 청년 틱낫한 스님이 비슷한 연배의 비구니스님을 만나 사랑에 빠진 이야기는 슬며시 봄바람처럼 등장해서는 책의 중간 어디쯤에서 아지랑이처럼 흔적 없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독자들은 무엇을 느꼈을까요?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러야 사람들의 가려운 곳이 벅벅 긁혔을 터인데 틱낫한 스님은 자기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은근짜 법문을 베풀고 있었으니 아마 많은 대중들이 다소 실망도 했으리라 짐작합니다.

하지만 지금 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틱낫한 스님의 사랑법을 참고해볼만 하지 않을까요? 어쩌면 열병으로 뜨거워진 침상에 서늘한 달빛이 내려와 이마를 씻어줄지도 모르니까요. 

동국대역경원 역경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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