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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복에서 작복으로

기자명 윤청광
요즘 불교계 안팎에서 기복(祈福)에 대한 논의가 열을 올리고 있다.

그 동안 불교를 헐뜯고 비하해온 사람들은 한국의 불교를 가리켜 ‘치마불교’, ‘기복불교’라고 손가락질을 해온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요즘 논의되고 있는 기복에 대한 논쟁을 불교를 헐뜯고 비하하기 위한 것이 아니요, 지나치게 기복으로 흐르고 있는 한국불교에 대한 자성(自性)의 목소리라는 점에서 결코 금기시할 일은 아니다.

이 지구상에서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은, 국적과 인종과 남녀를 불문하고, 누구나 복(福)을 구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은 누구나 끼니를 굶으면서 가난하게 사는 것보다는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으며 부자로 살고 싶어한다. 사람은 누구나 병들어 끙끙 앓고 사는 것보다는 건강하게 살고 싶어한다. 그리고 사람은 누구나 밑바닥 인생으로 사는 것보다는 고귀한 명예와 호사를 누리며 살고 싶어한다. 그리고 사람은 누구나 젊은 나이에 비명횡사하는 것보다는 천수를 누리며 살고 싶어한다. 한마디로 해서 복을 구하는 것은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일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일월성신과 산천초목을 믿고 의지하며 살았던 토속신앙에서부터 이른바 고등종교라고 하는 서양의 모든 종교도 그 근저에는 어김없이 기복이 깔려있다. 다시 말하자면, 이 세계에 존재하는 어떤 종교도 기복을 완전히 제거하고 부정해 버리면 아마도 그 종교는 오래 살아남지 못할지도 모른다. 우리가 신봉하는 불교에도 물론 기복적 요소가 깃들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가톨릭에는 기복이 없고, 개신교에는 기복이 없는가? 기복적요소만을 따진다면 절대 유일신(唯一神)만을 신봉하는 서양종교가 불교보다는 훨씬 더 많은 기복적 요소와 형태를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불교는 오히려 인간의 원초적 본능인 기복의 어리석음을 지적하고, 복을 얻으려 하지 말고, 복을 구하려 하지 말고, 복을 지으라고 가르치고 있다. 모든 행(幸)과 불행(不幸), 길흉화복은 자업자득이요, 자작자수(自作自受)이니, 인간이 받고 겪고 당하는 모든 길흉화복은 스스로 지어서 스스로 얻고 받는 것이라고 가르치고 있는 게 바로 불교 아니던가?

그런 점에서 본다면 기복에만 전적으로 매달리는 행위는 부처님의 가르침에서 빗나간 것이라 할 수 있다. 부처님께서는 기복에 매달리지 말고 작복을하라고 가르치셨다.

농부가 밭을 갈고 씨를 뿌려 가꾸어 풍성한 수확을 거두듯이, 스스로 복밭(福田)을 일구어 복을 심고 가꾸어 복을 얻으라고 하셨다.

사랑하는 나의 자식, 원하는 좋은 대학에 들어가게 해주십사 하고, 북풍한설 몰아치는 갓바위 부처님 앞에서 천배, 삼천배 올리는 그 지극한 모정(母情)을 우리는 기복행위라고 매도할 수는 없다. 병고에 시달리는 내 자식, 어떻게든 생명을 건지게 해주십시오 하고, 도선사 석불전에서 부처님께 무릎에 피가 흐르도록 삼천배를 올리는 늙은 어머니의 지극정성을, 우리가 기복행위라고 비웃을 수는 없다. 그렇게 삼천배라도 올려서 희망을 가질 수 있고, 위안을 받을 수 있다면, 그 또한 부처님의 가피력을 입은 것이 아니겠는가?

다만, 이제 우리 한국불교는 지극정성으로 메달리는 기복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기복불교의 시대에서 작복불교(作福佛敎)의 시대도 나아가야 한다는 점이다. 인간의 원초적 본능인 기복에만 매달려 거기 빠져버린채 주저앉아 있으면, 그것은 결코 올바른 불교신앙행위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다급하고 간절한 그 기복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복의 밭을 일구고, 복의 씨앗을 심고, 복의 나무를 가꾸는 작복을 실천할 때, 우리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고, 믿고, 의지하고, 행하는 참다운 불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윤청광(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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