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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천만 법규위원회

기자명 법보신문

위헌여부 판단 할 위원회
법 모른다면 유명무실
객관-명철 잃은 판결 하나
종단 내분 야기 불씨 가능성

최근 사회 이슈로 떠오르는 키워드 하나를 꼽으라 하면 ‘위헌’이 아닐까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선거중립’ 문제를 놓고 촉발된 ‘위헌’ 바람에 이어 재경부는 지방 이전 기업에게 주는 법인세 감면 또한 ‘조세평등주의’와 ‘비례 원칙’에 비춰볼 때 ‘위헌’소지가 있음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소송이 진행되고 이에 대한 판결은 헌법재판소가 내려야 합니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존중해야 한다는데 이견을 달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존중’한다고 해서 판결이 옳았다고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요. 따라서 헌재가 대중들로부터 최대한의 존중과 동의를 동시에 얻으려 한다면 1차적으로 헌재 구성원의 도덕성과 객관성부터 갖춰야 할 것입니다. 여기에 구성원들의 명철한 법리 해석과 법 적용이 이뤄지면 명실상부한 헌법재판소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도덕, 객관, 명철 중 하나만 빠져도 헌재 판결에 대한 존중과 동의의 거리는 멀어지고, 이 거리가 멀어질수록 국가혼란의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우리 불교계로 눈을 돌려볼까요. 조계종 경우 중앙종무기관을 비롯한 지방 종무기관과 중앙종회, 교육원, 포교원은 모두 대한불교조계종이 공포한 ‘종헌’에 의해 보호받습니다. 시대변화에 따른 권리와 의무가 더해질수록 행정활동도 증폭되기에 종헌의 위력은 더욱 막대해집니다. 따라서 종헌은 조계종의 근간을 떠받치는 대들보라 할 수 있습니다.

조계종에 있어서 헌법재판소와 같은 종헌위배 여부를 판가름하는 기관은 법규위원회입니다. 그렇다면 명실상부한 법규위원회의 구성 요건은 무엇일까요? 헌재와 마찬가지로 도덕성과 객관성 그리고 법리해석 적용의 명철성일 겁니다. 이 요건을 충족한 상태에서의 판결이라면 사부대중은 그 판결을 존중함과 동시에 동의할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94년 멸빈자 3인의 위헌 청구 심판을 논의하고 있는 법규위원회의 행보를 보면 세 구성 요건을 제대로 충족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을 떨칠수가 없습니다.

법규위원회가 청구 건을 심의할 때 1차적으로 들여다보아야 할 것은 ‘종헌’입니다. 2차는 법리 해석이요 3차는 법리 적용입니다. 이후 판결이 나오지요. 다시 말해 법규위원회 심리 판결은 ‘종헌’으로 시작해 ‘종헌’으로 끝납니다. 그럼에도 심리 논의에서 나온 발언을 보면 법규위원회가 갖춰야 할 객관성과 명철성에 큰 결함이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는 법을 잘 모른다.” 그렇다면 법리해석을 할 수 없습니다. 법을 모르는 위원이 판결 논의 속에 포함됐다는 것은 위험천만 한 상황입니다. 좀 비약(?)하면 초등학교 6학년 수준의 산수도 모르는 사람이 고등학교 수학 문제 출제 위원이 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종정 스님과 원로의장 스님의 사면 강조가 있었고 총무원장 스님의 선거공약이다.” 종정, 원로의장 스님의 당부와 총무원장의 선거공약이 종헌에 우선합니까? 이미 객관성을 잃었습니다. 객관성을 잃은 상태에서의 법리 해석 또한 위험합니다. 인간적으로 느낄 수 있는 감정, 그리고 한 번쯤 재고해 보아야 할 주변 상황, 이러한 것은 사석에서 생각해볼 수는 있지만 심리 논의 과정서 불거지면 안 됩니다.

정말 법을 모르고 있다면 지금 당장 스스로 위원직을 내놓아야 합니다. 혹, 종단 수장의 당부와 공약이 종헌보다 우선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 위원 스님 역시 스스로 법규위원회에서 물러나야 합니다.

법규위원회의 잘못된 판결 하나가 때로는 종단 내분의 불씨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명실상부한 법규위원회를 기대합니다.

채한기 부장
penshoot@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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