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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은 업의 결박…‘자비’가 명약

기자명 법보신문

동화사 강원 강주 지 운 스님

중독은 심리적 현상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약물에 의한 것이든 반복적 습관에 의한 것이든 모두 마음에 의하여 일어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약물중독의 경우는 약물에 자신도 모르게 몸이 길들어짐으로써 일어나는 것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몸과 심리가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가를 파악해야합니다. 그리고 길들어져 있는 몸의 결박을 풀어 버려야합니다. 그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자비손’과 ‘정념’이라는 관찰방법입니다. 이를 활용해 길들임에 속박되어 있는 몸과 마음을 깨워서 회복시키는 것입니다.

약물 중독에는 비의도적인 중독과 의도적 중독이 있습니다.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모두 습관적입니다. 습관이란 자신도 모르게 길들여져 반복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 길들여진 마음이 업(業)입니다. 그러므로 업이란 습관성 중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업은 습관성 중독

그러므로 업의 근원을 찾아내어 업의 문제를 해결하면 이는 곧 중독의 문제를 해결하는 길입니다.

업의 근원을 찾으려면 물질의 구성원소인 흙·물·불·바람·허공의 5대를 빼놓고는 얘기할 수 없습니다. 이 5대는 몸을 구성하는 요소이며 심리(업)를 일으키는 원인이기 때문입니다.

5대는 상호의존하고 있는데 이 5대는 각각의 편중과 어긋남에 의해 몸과 마음에 404가지의 병을 일으킵니다. 5대가 각각의 심리를 일으키므로 5대의 어긋남은 심리현상의 충돌이라고 보아도 됩니다. 흙은 자만심, 물은 분노, 불은 탐욕, 바람은 질투, 허공은 무지 등의 심리를 일으킵니다. 따라서 형상과 빛깔 등 갖가지 영상과 선악의 심리들은 모두 5대가 그 원인입니다. 5대로 인하여 부정적인 심리가 일어나고 부정적인 심리는 번뇌가 되어 몸과 마음을 아프게 하고, 다시 아픈 몸과 마음은 번뇌를 일으키며 악순환이 반복되는데 이러한 괴로움의 연결고리 중심에는 바로 5대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자비손은 바로 5대의 어긋남을 맞추고 화합시켜 소통시킴으로써 몸의 기운이 달라지게 하여 기존의 습관적인 중독의 틀을 무너뜨립니다. 자비손의 자비심은 바로 5대의 요소를 질적으로 변화시키기 때문입니다.

『원각경』에서는 몸 기운에 의해 마음이 형성된다고 했습니다. 몸은 지·수·화·풍·공의 화합으로 이루어지고 그 기운에 의해 마음이 형성되므로 그 몸 기운을 바꾸어 주면 형성되는 마음의 내용이 달라지게 됩니다. 5대의 기운에 의해 형성되는 마음에는 없애야할 업이 있으며 습관인 중독 역시 이에 포함되는데 「아비달마」에서는 음식물, 온도, 업, 마음 이 네 가지가 5대(몸)의 기운을 생성시킨다고 했습니다. 이중 약물 중독은 음식물과 온도와 관련 있습니다. 약물도 음식물에 속하며 음식물은 온도를 올리거나 내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중독의 부분은 업과 마음과 관련이 있습니다.

즉 음식물 섭생을 바꾸어 잘하면 몸이 바뀌게 되듯 나쁜 습관을 좋은 습관으로 바꾸면 몸의 기운이 새롭게 생성돼 업이 바뀌고 자비손의 자비심으로 몸의 기운을 새롭게 생성시키고 기존의 기운을 바꾸어 주면 기존의 기운으로 형성되었던 마음이 소멸하여 그 속에 있던 중독도 소멸됩니다.

명상법은 많지만 많은 명상법 중 자비수관은 바로 몸의 기운을 바꾸어줌으로써 마음, 즉 중독을 치료하는 것입니다. 방법은 자비손을 만들어서 몸에 접촉하여 쓰다듬어 주는 것입니다. 그러면 몸 기운이 새롭게 생성되면서 기존 기운에 의해 형성되었던 몸이 재편 됩니다. 몸이 바뀜으로서 마음에도 변화가 일어나 중독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그리고 나서는 ‘정념’ 즉 ‘알아차림’으로 마음을 챙김으로써 중독(업)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입니다.

무상 알면 머무는 마음 사라져

자비손이 몸에 접촉하게 되면 촉·작의·수·상·사의 심리가 촉발되고 숨겨져 있던 부정적인 심리가 기억 또는 영상으로 떠오르게 됩니다. 이때 그것을 정념으로 직시하게 되면 심리적 습관에서 벗어나기 시작합니다.

몸속에 숨어 있는 고체(흙), 액체(물), 기체(불), 유동성 기체(바람), 허공성(공)의 에너지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부드러움, 맑고 깨끗하며 수용함, 따뜻함, 밝은 빛, 비어 있는 자비손을 쓰면 됩니다. 자비심의 자비손에 반응하여 나타난 지·수·화·풍·공의 에너지는 다섯 감각기관(눈, 귀, 코, 혀, 몸)이 청정해지는 몸의 변화를 가져옵니다. 이때 그 에너지와 함께 나타나는 무상·고·무아의 진리를 정념으로 관찰하게 되면, 몸을 ‘나’와 ‘나의 것’으로 생각하는 마음을 쉽게 버리게 되니 어찌 마음이 중독의 습관성에서 깨어나 청정해지지 않겠습니까?

정념은 행위 아는 반조

감각과 상(想)과 사(思)가 자기자체를 반조하는 자각의 힘이 없는 것과 달리 정념(알아차림)은 자신의 행위를 스스로 아는 반조입니다. 알아차림이 익으면 익을수록 마치 불빛이 사방을 비추면서 동시에 등불자체를 비추듯 반조하는 알아차림이 절로 이루어집니다. 이때는 대상을 향하여 순간순간 조작하고 그 상태를 유지하려는 반복적 습성인 사업(事業)은 멈춰지고 오히려 알아차림이 동반되는 사업은 중독에서 벗어나게 하는 의지작용으로 새롭게 바뀌게 됩니다.

이렇듯 알아차림은 과거에 의존해서 일어나는 모든 심리현상들을 객관적으로 알 수 있게 합니다. 즉 업의 모습인 감정과 생각은 모두 과거를 포함하고 과거의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감정과 생각 속에 빠져 있던 마음을 깨우고 감정과 생각 밖에서 감정과 생각을 보게 하는 것이 몸과 마음의 바뀌어가는 변화를 알아차리는 관찰입니다.

무상은 곧 5대의 현상인데 무상을 알아차리게 되면 현재의 순간에 깨어있게 됩니다. 과거는 지나가서 없고 미래는 오지 않아서 없습니다. 따라서 현재 이 순간(here and now)만 존재합니다. 하지만 현재 이 순간도 순간순간 변합니다. 그러므로 일정한 모양과 색깔을 잡을 수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무상입니다. 따라서 무상을 알아차리고 있으면 현재 이 순간에 머물게 되어 마음의 흐름이 끊어집니다. 즉 마음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아 몸의 중독성은 완전히 사라집니다.

이렇게 자비손은 과거를 잘 드러내 주는 역할을 하면서 과거의 부정적인 것을 자비심으로 순화시키며 몸의 습관적 앎의 체계를 무너뜨립니다. 그리고 정념(正念)으로 알아차려 몸과 마음의 본질이 무상(無常), 고(苦), 무아(無我)임을 꿰뚫어보고 반조(返照)함으로써 습관성이 반복되지 않고 끊어지게 됩니다.

중독성을 치료하는데 있어서 자비수관의 중요성은 네 가지로 축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 자비손의 성격에 따라 몸의 현상이 달라집니다. 예로, 자비감로수는 물의 손으로 물의 요소와 상응하여 상처받은 가슴이 치유되면서 분노를 일으키는 마음이 이해, 화해, 관용, 사랑, 용서, 연민심 등의 성격이 바뀝니다.

둘째, 자비손의 자비심은 자비종자를 생성시켜 아뢰야식에 심어지도록 합니다. 자비종자는 과격하거나 폭력적이고 잔인한 성격을 완화시키고 자비심으로 바뀌게 합니다. 지속적인 습관적 질환을 막아주고 자비로 변환시켜줍니다.

셋째, 길들여진 몸의 습관적인 틀이 부서질 때 몸 기운에 의해 형성되는 마음이 사라지면서 마음은 맑고 투명하며 깨어있게 바뀌게 합니다. 그러나 몸의 습관적인 틀을 부술 때 심리치료나 명상 등에서 쓰는 과격한 방법은 극히 위험합니다.

과격한 방법의 자극이 몸의 감각을 통해 아뢰야식에 저장되며 몸의 앎은 습관적으로 되풀이됩니다. 그러면 과격하고 폭력적인 그 방법에 의해 현재의식에 나쁜 영향을 주게 됩니다. 그래서 자비심으로 해야 하는 것입니다.

넷째, 습관이 없어졌다고 하지만 습관으로 다시 되돌아갈 수 있습니다. 그때는 정념의 알아차림 즉, 반조와 반성적 사유(원인을 규명하여 그 원인을 제거하는 위빠사나)를 통해 습관성을 뿌리째 뽑아야 합니다.

이렇게 자비심에 의해 활성화되는 5대의 현상을 정념으로 관찰하면 몸이 사라져 가는 과정을 통해 몸에 배어있던 습관도 사라집니다. 이때 몸의 무상과 고, 무아를 알게 되고 몸과 동일하던 생각이 사라짐에 따라 몸과 관련하여 일어나던 갖가지 부정적인 심리현상이 사라지게 됩니다. 의식작용인 수(受)와 상(想)과 사(思) 심리가 일어나지 않게 되어 마음의 고요와 안정이 옵니다.

중독은 벗어나려는 의지가 첫째

담배를 끊는 경우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담배를 끊을 때 자신의 강인한 의지로 끊으면 좋겠지만 담배를 피우고 싶은 욕구가 끊임없이 강하게 일어나 다시 담배에 손이 가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이유는 피우고 싶은 욕구가 일어남을 직접 보지 못하기 때문이며, 그 욕구에 또 다른 감정이나 생각이 이어져 담배를 끊어야지 생각하면서도 담배를 끊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정념, 즉 알아차림을 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우선 피우고 싶은 욕구를 발견하게 됩니다. 욕구가 일어날 때 담배를 들게 됩니다. 욕구가 사라지면 담배도 놓게 됩니다. 이와 같이 욕구가 일어나고 사라지는 것을 알아차리게(정념) 되면 저절로 담배를 끊게 됩니다.

빠르고 미세하게 움직이는 욕구(의도)를 본다는 것은 곧 대상을 따라가지 않고 대상을 감정, 생각으로 채색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담배만이 아닙니다.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모든 일에 다 나타납니다.

약물중독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을 일으키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이 마음이 바로 영성의 작용이기 때문입니다. 영성의 작용을 도와주고 촉발시키는 데는 자비수관 명상이 필요합니다.
 
정리=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이 법문은 지난 6월 9일 한국약물상담가협회가 ‘중독자의 영성과 성’을 주제로 개최한 강연회에서 지운 스님이 발표한 강연 내용을 요약 게재한 것이다.


지운 스님은

1991년 강백 운성 스님에게서 전강 받았다. 조계종 행자교육원 교수사, 조계종 교재 편찬위원을 역임했다.
1993년부터 2002년까지 승보종찰 송광사 강원 강주를 역임했다. 현재 조계종 단일계단 교수사이며 동화사 강주로 후학을 지도하고 있다.
저서로『찻잔 속에 달이 뜨네』 『몸과 마음이 사라져가는 여행』 『깨달음으로 가는 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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