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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통제하는 자각몽

기자명 법보신문

멋진 파노라마 펼쳐 보여도
또 하나의 가상세계일 뿐
허상-망상 떨쳐야 할 불자
번뇌-업 쌓을 이유 없어

혹, ‘자각몽(自覺夢)’이라는 말을 들어보셨습니까? 영어로는 루시드 드리밍(lucid dreaming)이라고 하는데 1913년 네델란드의 내과의사 F.V.에덴이 처음으로 사용한 용어라고 합니다. 쉽게 말하면 꿈을 스스로 통제하면서 꾼다는 것입니다. 가상세계를 만드는 것이지만 상상과는 좀 다릅니다. 꿈속의 가상세계에서는 색이나 맛, 공포감, 짜릿함까지도 느낄 수 있어 상상 보다는 좀 더 현실적으로 다가옵니다. 따라서 자각몽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꿈속에서 특정인과의 만남, 특정 이야기 전개, 상황반전까지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물론 꿈에서 깨어나면 꿈속의 상황을 어느 정도 기억해 내는데 심지어는 꿈에서 일어난 상황을 일기로 쓰는 사람들도 있다고 합니다.

저 역시 며칠 전 한 케이블 방송국에서 방영한 ‘자각몽’ 프로그램을 보고 안 사실인데 20~30대 사람들로부터 꽤 많은 인기를 얻고 있더군요. 자각몽을 선호하게 된 연유를 종합하면 대략 이렇습니다. 우선 악몽을 줄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가위눌림’ 때문에 잠자기 조차 두려웠던 사람들은 꿈을 컨트롤 할 수 있으니 꿈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지요. 또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상황 즉, 초능력을 발휘해 스릴 있는 상황을 맛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들은 이 꿈 속의 가상세계를 통해 자유를 만끽합니다. 꿈속의 자유만끽은 일상에서 입은 스트레스를 해소해 주기에 생활의 활력소로 작용한다고 합니다. 일종의 마인드 컨트롤을 꿈에까지 적용하는 게 아닌가 합니다.

한편으로 생각해 보니 가위눌림을 당할 바에야 그 가위눌림까지도 조절해 벗어나는 이 자각몽은 유용하게 쓰일 듯합니다. 그러나 이 자각몽 자체에 빠지는 것은 좀 더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적어도 불자라면 말입니다.

선가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배고프면 밥 먹고 졸리면 자라.” 물론 이 말도 깊게 들어가면 심오한 뜻이 있겠지만 일단 망상에 빠지지 말라는 의미가 있으리라 봅니다. 깨어났을 때 꿈을 기억하는 것이 좋은지, 기억하지 못하는 게 좋은지는 모르겠으나 굳이 꿈에서까지 또 다른 일상을 전개하며 오감을 자극할 필요가 있을까요?

현실세계에서도 육근에 의해 밀려오는 망상들을 떨쳐내야 하거늘 꿈속에서까지 육근에 의해 벌어지는 망상의 덩어리들을 보고 듣고 맛보아야 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꿈속에서 초능력을 발휘해 사람이나 사자, 호랑이, 곰을 해할 경우 쌓이는 그 업은 어찌합니까. 꿈속에서 지중해를 항해하며 얻은 자유감 역시 가상세계서 얻은 자유감이니 허상의 자유감일텐데 그 자유감을 어디다 쓸 것입니까. 여기에 깊게 빠지면 꿈을 꾸기 위해 사는지, 살기 위해 꿈을 꾸는지 조차 구별하기 힘들 것입니다.

수행에 입문한 사람들에게 근간 느낀 것이 무엇이냐 물으면 “잠을 잘 잔다”고 답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비례적인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업식이 정화되며 마음이 편안해졌다는 반증일 것입니다. 나아가서는 관세음보살님이나 석가모니부처님을 친견했다는 분들이 나옵니다. 그 때 마다 선지식이 호통을 칩니다. “보살에 눈이 멀었구나!” 한 발 더 나아가라는 경책, 즉 수행 중에 보이는 허상, 망상에 사로잡히지 말라는 말입니다. 그 허상이 관세음보살이더라도 말입니다.

우리는 경전과, 기도, 절, 참선 등을 통해 대자유를 얻으려 하는 불자입니다. 불자로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허상에 사로잡히지 말고 망상을 떨쳐버려라’인데 꿈속에 허상의 세계를 만들어 또 다른 망상을 피울 필요는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혹, ‘자각몽’이 우리 사회 신드롬으로 확산될 우려도 충분히 있기에 한 번 짚어 보았습니다.

채한기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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