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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스님]아름다운 동행

기자명 법보신문

하루해는 앞산을 넘어가다가 그만 아쉬운 듯 붉은 노을 한 자락 걸어놓고 서천으로 가고 있다. 법당에는 오래된 인연의 노거사님과 보살님이 방문을 해서 병고를 벗어나고자 관세음보살을 부르는 간절한 기도소리가 파도소리와 겹치고 있다.

참으로 아름다운 동행이다. 부부의 인연으로 만나서 서로가 성격 차이가 많아 힘들었지만 부처님 법을 만나 수행하는 마음으로 인내하면서 병들어 힘든 시간을 함께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생에 마지막 여행이 될지도 모른다는 소리에 그만 눈시울이 붉어진다.

인간이 아름다운 것은 병들고 힘들 때 함께할 수 있는 인연이 있다는 것이다. 세상에 사는 사람이라면 훈훈한 인간미라도 있어야 성숙된 사랑이 이루어질 것이지만 불법의 인연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살아서 맺은 인연들과 맺은 감정들을 부처님 법에 의지하여 풀고 회향할 수 있게 동반자가 되어주는 것이다. 작년에 병문안을 갔을 때는 막내 아드님이 참으로 효자여서 느낀바가 많았으며 보살님은 참으로 헌신적이었다. 거사님은 살아야겠다는 집착이 강해서 가족들이 힘들어 했는데 이번에 뵈니 얼굴이 편안해 보인다.

몸이 태어나고 죽는다고 생각했을 때는 두려웠지만 병을 얻은 덕분에 거사님은 오히려 몸에 대한 집착이 떨어졌으니 관세음보살님을 부르면 가피로 건강한 몸을 다시 회복할 수도 있으니 무심으로 간절히 기도 하라고 일러 주었다.

지난 겨울 모진 추위를 뚫고 나온 인동초 향기가 코를 찌른다. 병이 있기에 오히려 한 생각을 크게 돌이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아픔이 오면 끝없이 지은 죄를 참회하고 아픈 몸의 감각이 극에 달할 때를 당하여 피하거나 따라가지 말고 바로 돌이키면 아프면 아픈 줄 아는 주인공이 여여하게 나타나서 본래 아픔이 없는 자리를 보여준다. ‘아야아야’ 하면서 나타는 주인공을 아픔에 매몰되지 않도록 끝까지 깨어 있어야 한다. 극도의 아픔이 찾아올 때 관세음보살을 부르며 끝까지 놓치지 말고 대치하면 이제는 아픔은 사라지고 아픈 줄 아는 주인공이 나타나는데 이때 관세음보살하고 부르면 자기 성품의 자비로운 관세음보살이 바로 출현을 한다.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원효 스님은 『발심수행장』에서 병들기 전에 더 늙기 전에 수행하라(破車不行 老人不修)고 했다. 유월은 보훈의 달이다. 새벽마다 종성을 하면서 먼저 가신 님들을 염불에 실어보지만 그 은혜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선열들의 넋을 기리면서 더욱 무상을 느끼고 발심하여 정진에 고삐를 바짝 당겨야 하겠다.

거금도 금천 선원장 일선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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