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는 지계를 소홀히 여긴다. ‘나는 수행자다’ 라는 신념조차 없어 보인다. 율장에 보면 부처님 당시에도 이런 수행자가 있었던 모양이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의 급고독원에 계시었다. 그 때 아리타라는 비구가 있었는데, ‘부처님이 말씀하시기를 음욕이 도를 얻는데 장애가 되지 않는다’라는 나쁜 소견을 가지고 있었다. 다른 비구들은 아리타 비구의 이런 소견을 고쳐주기 위해 아리타에게 물었다.
“그대는 부처님께서 설법하시되‘음욕이 도를 얻는데 장애되지 않는다’라고 하신 것이 참인가?”
아리타는 대답했다.
“나는 부처님이 ‘음욕이 도를 얻는데 장애되지 않는다’라고 말씀하신 것으로 압니다.”
비구들이 아리타의 소견을 고쳐 주기 위해 조용히 물었다.
“아리타여, 그런 말로 부처님을 비방하지 말라. 비방하면 좋지 않다. 부처님께서는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았다. 부처님께서는 많은 방편으로 설법하시기를, 애욕을 끊어 애욕의 생각을 알게 하셨으며, 애욕을 제하여 애욕의 생각을 제하고, 애욕의 불길을 제하여 애욕의 번뇌를 건너게 하셨다. 또 ‘애욕은 큰 불구덩이 같고, 횃불과 같고, 과일이 익는 것과 같으며, 빚을 진 것 같고, 마른 뼈와 같고, 산더미 같고, 꿈에 본 것과 같으며, 예리한 칼과 같고, 새로 만든 질그릇에 물을 담아서 볕에다 놓은 것 같고, 독사의 머리와 같고, 예리한 칼날을 쥔 것 같고, 예리한 창과 같다’라고 하셨다. 아리타여, 부처님은 이와 같이 애욕을 말씀하시되 ‘애욕을 끊게 하고 때를 없애고 애욕을 조복시켜 그 소굴을 없애고 온갖 번뇌의 결박을 벗어나서 애욕이 다하여 열반을 얻으라’라고 하셨다. 부처님께서 이와 같이 설법하셨는데 그대는 어찌하여 음욕이 도를 얻는데 장애되지 않는다 하는가?”
비구들이 이와 같이 말했으나, 아리타 비구는 나쁜 뜻을 굳게 지녀 ‘이것은 진실이요, 나머지는 모두가 거짓이다’라고 했다.
비구들은 부처님께 나아가서 이 일을 낱낱이 사뢰니, 부처님께서는 아리타 비구를 불러 물으셨다.
“너는 참으로 ‘내가 음욕이 도를 얻는데 장애가 되지 않는다’라고 하였느냐?”
“부처님이시여, 그것이 사실입니다.”
“너는 어찌하여 내가 말하지 않은 것을 그렇게 말하였느냐? 나는 수많은 방편으로 애욕을 끊는 법을 말하였지 도를 얻는데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느니라.”
범행은 지계 없이 이뤄지지 않는다. 실천하지 않으면 부처님을 훼방하고 우리는 고통을 받는다. ‘음욕은 도를 얻는데 장애가 된다’ 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파계사 영산율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