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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월초 화상에게 북경 유학 계획 밝혀

기자명 법보신문

강원에서 중도 도리 배우고
유학 준비하면서 주변 정리

성호에게 출가를 권하고 봉선사로 돌아온 성숙은 공부에 매진했다. 해외로 나가 독립운동에 투신할 마음을 굳히면서 어떻게든 지금 하고 있는 불교공부를 마쳐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때부터 밤잠을 줄여가며 경전을 보기 시작했다.

보통 강원의 교육과정이 사집과는 2년, 사교과는 4년에 걸쳐 이수하도록 되어 있었으나, 성숙은 이미 사미과를 공부할 때도 남들보다 월등한 능력을 보이며 2년 과정을 6개월 여만에 마친 전력이 있었다. 그리고 남들보다 짧은 시간에 『서장』『도서』『선요』 등 사집과 과정을 이수하고 사교과 공부를 하고 있었기에 그 과정만은 마치고 싶었던 것이다. 한문에 통달했다고 할 정도의 능력을 갖고 있었던 성숙은 공부하는 속도나 경전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있어서도 남다른 면이 있었다.

성숙은 『금강경』『기신론』『원각경』 등의 사교과 과정 공부에 매진하는 한편 일본의 야마까와가 쓴 『자본주의의 장치』, 러시아의 크로포트킨이 쓴 『고해』 등 사회주의운동 관련 서적을 탐독했다.

봉선사 강원에서 불교 경전을 공부한 성숙은 이때에 중도의 도리를 알아가고 있었다. 때문에 사회주의운동을 하면서 서로의 이념에 따라 상호 대립각을 세운 몇몇 계파들간의 다툼이 있을 때마다 본래의 목적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도록 상기시키며 중재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특히 조선공산당을 조직하는데 있어서 상호 주도권 다툼을 벌였던 화요파와 서울파의 대립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자, 성숙은 화요파 친구들에게 사회주의 운동세력의 분열을 불러올 수 있으니 서로 화합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때는 성숙이 주도적으로 조직을 이끌거나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친구들은 그저 한 번 듣고 흘려버릴 뿐이었다.

하지만 민족주의를 지향했던 성숙의 사상은 이때부터 서서히 체계화되기 시작했다. 당시의 사회주의나 무정부주의 등은 모두 일본제국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운동의 한 방편이라고 생각고, 몸담았던 조직에서도 극단적 방법을 택하지 않고 중도적 사상의 바탕 위에서 행동했다.

강원 사집과를 거쳐 사교과 과정에서 배운 『금강경』이나 『기신론』 등의 경전은 성숙이 극단에 치우치지 않는 중도의 도리를 알아 민족주의 사상을 확립하는 바탕이 되고 있었던 것이다. 성숙은 월초 화상과의 약속대로 불교공부와 사회주의운동을 병행하는 한편, 해외로 떠날 때를 대비해 하나씩 주변을 정리해 나갔다.

동생 성호에게 출가를 권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동생은 스님이 되어서 공부를 하고, 그 인연으로 속가 권속들은 지금처럼 봉선사 말사 수국사의 토지를 경작하고 관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운허에게는 자신의 속내를 다 털어놓고 어디로 떠날 것인가를 상의하기도 했으며, 비밀스럽게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중국으로 갈 것을 결심했다.

그러던 중 동생 성호에게서 연락이 왔다. 성숙의 말대로 출가해서 스님이 되겠다는 것이었다. 성숙이 성호의 출가 결심을 월초 화상에게 알리고, 화상의 말에 따라 용문사 풍곡 스님에게 동생을 보냈다. 풍곡 스님은 기꺼이 성호를 제자로 받아들였고, 이렇게 해서 두 형제는 같은 스님을 은사로 출가하게 되었다.

성호가 출가하고 해가 바뀐 1923년 봄. 사교과 전 과정을 거의 마쳐가고 있던 어느날 성숙은 월초 화상을 찾았다. “스님, 이제 북경으로 건너가 더 넓은 세상을 보고,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습니다.” 

sjs8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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