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6 백제 유적 출토물과 다구논쟁

기자명 법보신문

계수호는 과연 백제에서 다구로 쓰였을까

<사진설명>서진에서 수, 당까지 생산됐던 계수호. 酒器, 혹은 물 그릇. 후기에 다구(당나라 이후 차물을 담는 용기)로 쓰였다는 설이 있다.

뿌연 운무(雲霧)가 아련히 산과 들을 덮고 있다. 필시 한 여름의 무더위를 방불(彷佛)할 징후(徵候). 어떤 이는 우리나라의 날씨가 이미 아열대 기후와 비슷하단다. 그러고 보니 무성하고 빽빽해진 숲이 거거년 보아왔던 성글하고 여유 있는 숲이 아니다. 이런 날은 산들바람을 맞으며 탁족(濯足)하는 것이 제격.

올해는 유난히 차에 관한 새로운 자료가 다양하게 발굴됨에 따라 차 문화사의 연구가 한층 발전되지 않을까하는 기대가 큰 해이다. 특히 “풍납토성 내 백제왕경 유적 발견 10주년 기념 학술세미나”에서 풍납토성에서 다량 출토된 서진(西晉265~316)시대 계수호(鷄首壺)와 완(碗)이 다기(茶器)로 쓰였으며, 백제의 지배층은 이미 차를 애호했다는 발표가 얼마 전에 있었다. 이 학설(學說)이 사실이라면 백제의 음다 풍속은 서진(西晉)보다 한층 더 발전된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는 근거다. 적어도 한국 다사(茶史)의 편년(編年)이 3세기까지 소급된다는 점에서 매우 주목할 만하다.

이미 백제는 양나라와 상호 교류가 활발했기 때문에 신라, 고구려보다 훨씬 앞선 음다 풍속이 있었을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계수호가 적어도 3세기경 다구로 쓰였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그 이유는 첫째 서진 시대의 제다법은 아직 원시적인 형태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과 탕법 또한 걸쭉한 죽의 형태였다는 점이며, 둘째 뜨거운 물을 부어 차를 죽처럼 만드는 탕법(湯法)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계수호를 과연 다구로 사용할 수 있었겠는가하는 점이다.

물론 계수호는 서진으로부터 수, 당(隋唐)까지 광범위하게 만들어진 용기(用器)이며 주기(酒器) 혹은 물을 담는 그릇, 차도구 등 그 쓰임새에 대해 구구한 해석이 있어왔다. 하지만 제다법에 따라 변천되어 온 탕법과 상호연관해서 보면 수, 당 전기(前期)에 쓰였던 다구로는 타당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진한(秦漢)때 기록인 광아(廣雅)에 “형주와 파주에서는 차 잎을 따 떡차를 만든다. 차를 만들 때 미고(米膏:쌀죽)에 담갔다가 꺼낸다. 차를 마시려면 불에 구어서 가루를 만들어 자기 속에 넣은 후 끓인 물을 붓고 파와 생강을 넣고 흔든다. 마시면 술이 깨고 잠을 적게 한다.”고 하였다. 서진(西晉) 이전의 대체적인 차의 형태와 음다 풍속은 병차(餠茶: 떡차)를 만들 때 쌀을 섞는다든지 파이나 생강을 첨가하여 일종의 차 죽 형태로 음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 계수호가 3세기경 백제의 지배층이 쓴 다구라는 견해는 여러 가지 정황으로 미루어 볼 때 더더욱 확신하기에는 미흡한 점이 많아 보인다.

물론 중국은 기원 전 주(周) 무왕 때에 차를 공물(貢物)로 받았으며, 1972년경 발굴된 마왕퇴 출토 유물 중에 고사(고(木+古+月))라고 쓴 나무로 된 물표(物標)가 발견되어 기원전 2세기경인 서한 때부터 차가 유통되었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서진 이 전의 음다법과 차품은 수, 당 (隋唐)이후의 것과는 다른 형태이였고 8세기 이후에 와서야 차 잎만을 사용하는 제다법과 탕법이 육우에 의해 개량되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특히 다구(茶具)는 제다의 변천 과정과 상호유기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제다법의 변천에 따라 차를 다리는 법이 변화되었기 때문이다. 다구는 제다법의 변천과 함께 개량, 발전되어 왔으니 결국 사람들의 차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의 점진적인 발전이기도 하다.

동아시아 차 문화 연구소 소장 dongasiacha@hanmail.net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