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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가 만들어낸 허상을 먹고 입고 좇을 것인가

기자명 법보신문

『오래된 미래』 저자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여사

오늘 이 자리에서 여러분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어 매우 영광입니다. 저는 현대사회에서 불교의 역할에 대해 여러분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부처님 재세시, 그리고 위대한 영적 지도자들이 살았던 당시의 세계는 지금과는 매우 달랐습니다. 그 당시의 사람들은 자연, 그리고 자신들이 속해있는 공동체와 보다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회에서 살았습니다. 모든 측면에서 이웃들과의 관계가 지금보다 훨씬 더 상호 의존적인 구조였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공동체, 그리고 자연과의 유대관계가 중요하다는 불교의 가르침에 주목해야 합니다. 우리는 진리와 자비 같은 정신적인 가르침을 되새김으로써 상호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삶의 중요성을 깨우쳐야 합니다.

세계화보다 지역화에 집중

오늘날 우리가 상점에서 어떤 음식을 살 때 우리는 그 음식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동이 필요했고 얼마나 많은 화학적 재료들이 사용됐는지 등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그 음식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매우 먼 지역에서 생산돼 우리에게까지 전해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생산자와 소비자의 거리가 멀어지면 그 사이에서 복잡한 유통 과정이 생겨나고 최종단계에 있는 소비자는 물건의 선택에 있어 오직 경제적인 측면밖에는 고려할 수 없게 됩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는 언론이나 여러 매체들을 통해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이 속하지 않은 다른 지역에서 일어난, 그래서 미처 알지 못하거나 경험하지 못한 사실 조차도 마치 아는 듯이 믿도록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가 보지 못하거나 경험하지 못한 것과 같이 알지 못하는 어떤 것을 마치 아는 것처럼 믿도록 만드는 이러한 구조는 결국 우리의 현실 그 자체를 왜곡시키는 결과를 낳습니다.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할 부처님 가르침 중의 하나는 우리가 확인할 수 없는 어떤 세계에 대해 의식이 만들어 내는 헛된 상을 마치 실재인양 믿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진보, 발전, 경제의 확대, 세계화 등이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세계화라는 것은 매우 거대한 세계적인 기업을 만들어 내는 것을 의미합니다. 세계화는 외국의 자본을 다른 나라에 투자하게 만드는 것인데 예를 들어 미국이 아프리카에 또는 다른 나라 등에 투자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방식의 세계화는 국가 간 무역의 확대를 추구하는데 이때 각기 다른 나라에서 생산되는 같은 물건조차도 이곳에서 저곳으로 이동하게 되는 결과를 낳습니다. 예를 들면 한국은 매년 미국에서 고기를 수입하는데 미국은 또 다시 호주에서 고기를 수입하는 식이지요. 이런 식의 무역은 사실상 필요치 않으며 결과적으로 낭비입니다. 또한 소비자는 이런 식의 장거리 이동 과정에서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알 수 없습니다.

우리는 세계화보다는 지역화에 집중하는 정책들을 지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역화란 기업들이 국가, 지역, 공동체 안에 주력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무역은 반드시 필요할 때만 해야 하는 것이며 단순히 무역을 위한 무역을 해서는 안 됩니다.

공동체 삶 자비가 첫째

세계에 있는 많은 공동체들이 지역 중심의 경제를 지지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직업의 안정성 때문입니다. 거대한 다국적 기업이 많이 존재하는 오늘날의 상황에서도 우리는 직업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은 큰 기업들이 작은 기업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덩치를 불려 나가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직업을 잃어버릴 수 있는 가능성이 점점 커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기업이 점점 더 커지려고만 하는 욕심을 갖는다면 그 지역의 사람들은 불안 속에서 살수 밖에 없습니다.

오늘날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의 사람들에게서 적대감, 우울, 분노 등의 증상이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영국에서만 해도 지난해 무려 600만 명의 사람들이 항우울제 처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들에게 명상 등 정신적인 가르침을 통해 가정이나 직장, 또는 학교 등에서 겪는 압박감을 극복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면 우리는 보다 좋은 상황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지역 중심 경제 구조로의 변화는 분명 가능한 일입니다. 우리가 현재의 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토론 등을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를 넓혀나간다면 우리의 사회를 보다 좋은 곳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한 가지 좋은 소식은 지역 중심의 경제를 만들기 위한 주민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 호주, 영국, 일본 등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러한 운동은 농민과 소비자가 직접 거래를 하고 이런 거래를 통해 상호 의존적인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농민들이 생산한 생산물을 소비자들이 가게에서 구매할 때 그 비용의 고작 5%만이 농부에게 지급될 뿐이며 나머지 95%의 비용은 생산물의 운송, 포장, 광고 그리고 이동 중의 보존을 위한 화학처리 등에 들어갑니다. 하지만 물건을 단거리 내에서 거래하게 된다면 물건을 더욱 다양하게 생산하고 보다 유기적인 방법으로 재배하는 등의 다양한 이점이 생깁니다. 또한 농부들은 훨씬 더 많은 이윤을 거둘 수 있고 소비자는 더 적은 비용으로 더 유기적인 음식물을 먹을 수 있게 됩니다. 특히 생산물이 점점 더 다양해지면 지역 내에서의 자본 이동이 더욱 확대될 것입니다.

지역중심경제를 지지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지역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이 지역중심경제를 통해 경제활동에서의 실질적인 역할 모델을 가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경쟁적이고 세계화된 경제 구조 속에서 아이들은 경제활동에 대한 구체적인 역할 모델을 갖기가 어렵습니다. 설혹 모델을 갖더라도 그 대상들은 자신들과는 멀리 있으며 마치 완벽한 듯 보이는 추상적인 개념의 모델밖에는 될 수 없는 것입니다. 결국 세계화는 자기부정, 자기 회의를 불러오고 결과적으로는 아이들에게조차 우울증이 만연하는 결과를 불러오게 됩니다.

미국이나 영국의 아이들은 3, 4세 때에 이미 언론이나 매체가 만들어 내는 광고의 이미지에 길들여집니다. 6살 된 어린이가 비만을 이유로 음식물 섭취를 거부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그 아이들이 이미 비정상적으로 말라있는 모델만이 등장하는 언론매체의 광고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고작 열 살밖에 안된 아이들이 눈이나 코 등의 성형수술을 원하는데 이것은 이 아이들에게서 벌써 자기부정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뜻입니다.

물론 이중에는 우리가 다시 밀접한 공동체를 형성하고 자연과의 접촉을 늘리면서 생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너무 많은 사람들이 도시에 모여 살고 있으며 지역화 된 공동체에서의 삶은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가능한 이상적인 삶의 형태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무역이 증가하고 세계화로 가는 과정에서는 매우 많은 자원들이 낭비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구가 많아질수록 지역 공동체에 대한 필요성은 점점 더 증가하게 됩니다.
지역 공동체로 가면 빈곤이나 오염의 문제를 줄일 수 있습니다. 또한 개인이 느끼는 행복과 삶의 질도 더 증가할 것입니다. 지역공동체로 가기 위해서는 불교적인 관점에서의 지혜와 자비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생각하고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는 것입니다. 현명하고 자비롭고 건설적으로 이러한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류하는 것이야 말로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입니다.
 
정리=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이 강연은 7월 11일 화계사 대적광전에서 열린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여사 특별초청 강연의 내용을 요약 게재한 것이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여사는

스웨덴의 언어학자이자 『오래된 미래-라다크로부터 배운다』의 저자다. 호지 여사는 1975년 토속 언어 연구를 위해 라다크를 방문해 16년간 현지에 머물렀다. 라다크인들의 공동체적인 삶과 그 속에 깃든 생태적 지혜의 세계관을 관찰하며 개발과 진보라는 이름 아래 진행돼 온 산업문명에 대한 방성과 성찰을 담아낸 이 책은 ‘다음 100년을 살리는 100권의 환경책’ 추천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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