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⑪ 광주 원각사

기자명 법보신문

365일이 초파일, 쉼 없이 법석을 펴다

<사진설명>중창 불사 5년만에 정갈하게 정돈 된 광주 원각사 경내<사진 위>, 7월 8일 원각사 대웅전에서 열린 제1회 전라도 권역 어린이 법회 지도자 연수<사진 아래>.

공심(公心)과 신뢰(信賴), 어떤 일을 완성해 가는 데 이 보다 더 좋은 것이 있을까. 두 가지 모두를 구족했다면 아마도 이루지 못할 일은 없을 듯하다. 광주 민주화 성지인 금남로와 충장로에 인접해 있는 승보종찰 송광사의 광주포교당인 원각사(회주 현고, 주지 도제)를 보면 공심과 신뢰란 단어가 떠오른다. 매사 공심으로 일하는 주지 도제 스님과 스님을 믿고 따르는 예향 광주의 불자들, 잘 맞아 돌아가는 톱니바퀴처럼 작은 틈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기도의 힘으로 중창 불사 일으키다=선방에서 화두를 참구하며 정진만 했던 도제 스님이 주지로 부임한 2002년 5월, 원각사의 모습은 초라했다. 극락전에다 건물을 덧대 조성한 대웅전은 20여명의 불자가 앉으면 무릎이 맞닿을 정도로 비좁았고 솟을 대문에 요사채와 작은 공양간, 월세로 얻은 헌집 정도가 800여㎡의 경내에 옹기종기 모여 있어 궁핍해 보이기까지 했다. 경내가 이리 어수선 하니 불자들이 기도하려고 절에 들러도 마음 편하게 맞이할 수도 없었다.

그랬던 원각사의 모습은 중창 불사 5년 만에 완전히 달라졌다. “시물(施物)에 담긴 불자들의 지극한 마음을 아껴야 한다”는 은사 현고 스님의 가르침을 받들어 2004년 서울 조계사의 덕왕전 건물을 무상으로 기증받아 대웅전 신축 공사에 착공했다. 덕왕전을 이루고 있던 계단과 목재 등을 재활용해 132㎡ 규모의 대웅전을 3년간의 불사 끝에 낙성, 올 5월 20일 삼존불을 점안했다. 예전 면적의 두 배로 늘어난 경내지에는 지하 1층에 지상 2층의 누각(231㎡)과 극락전(49.5㎡),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솟을 대문 요사채 등이 가지런히 들어서 있어 도량으로서의 기능은 물론 사군자, 요가, 다도 등을 배울 수 있는 문화도량으로서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도량의 변한 모습도 모습이지만 포교 내용을 들여다보면 원각사는 대가람으로서의 면모를 구족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루 평균 100여명의 불자들이 기초 교리를 배우고 봉사행을 실천하고, 문화 프로그램을 배우려 절에 들를 정도로 도량에는 늘 생기가 돈다. 원각사 달력을 들여다보면 단 하루도 공란인 날이 없다. 광주 지역 불자들 사이에서 ‘그 절 오늘은 무얼하지’하며 서로 묻게 된 것도 매일 매일이 법석을 펴는 부처님오신날(佛日)이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도제 스님이 원각사 주지로 처음 발을 들여 놓았을 때 주위의 시선은 냉랭했다. IMF 관리 체제 이전부터 IMF 관리체제 당시만큼이나 경기가 불황이었던 광주, 중창 불사를 한다니 대부분의 불자들이 “저 스님 정신이 어떻게 된 것 아니야, 6개월이면 떠나겠지”라며 비아냥했다. 그러나 스님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수좌였으나 부처님의 위없는 가르침과 위신력으로 불사를 일으키겠다는 일념으로 하루 종일 법당에 머물며 “관세음보살님이시어, 이곳에 불국토를 세우게 해 주십시오”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도량에 상주하며 기도하는 스님의 모습은 쉼 없이 이어졌고 시나브로 불자들이 가졌던 불신은 신뢰로 바뀌었다. 신뢰가 구축되니 광주를 대표하는 문화 인사, 지도자들과 인맥을 형성할 수 있었고 풍부한 인적 자원을 활용, 다양한 주제의 문화 축제와 포교 프로그램을 시행할 수 있게 되었다.

◆참신한 문화마당으로 절 문턱 낮추다=원각사의 교육체계는 3단계로 구성돼 있다. 4개월간 기본 교리를 공부한 불자는 예불문과 반야심경을 공부하는 경전반으로 진학하고 경전반에서 3개월간 공부하면 다시 대승기신론과 금강경, 육조단경, 유식을 배울 수 있는 불교대학에 입학할 수 있다. 세 개 교육기관에는 현재 100여명 이상의 불자들이 등록, 매주 한 차례 강의를 듣느라 여념이 없다. 기본적인 교육 시스템 외에도 큰스님 초청 법회를 비롯한 5·18 민주항쟁 추모법회, 논강 법석 등 70여회가 넘는 법석을 펼쳐 불자들을 바라밀의 세계로 인례하고 있다. 여기에 불일청년회(40명)와 중고등부(40명), 무등어린이회(60명) 등 계층별 신행 모임들은 원각사의 미래를 밝게 하는 희망이다.

매년 10월 열리는 충장로 거리축제는 원각사의 문화 포교 마당이다. 충장로에 접해 있는 지리적인 장점을 살려 축제 기간 동안 도량을 무대로 마당놀이 ‘뺑파전’과 인기가수 초청 공연, 음악회 등 문화 법석을 열고 있다. 충장로 거리축제를 포교 마당으로 적극 활용한 원각사의 문화 축제는 광주지역의 불자들은 물론 일반인들까지도 도량으로 발길을 돌리게 하는 아주 특별한 이벤트로 각광받고 있다. 올 10월 광주에서 개최되는 전국체전을 계기로 원각사는 경내를 문화가 살아 있는 소극장으로 육성하기 위한 문화마당도 연다. 조선대 무용과 박준희 교수를 문화사업단장으로 초빙한 원각사는 충장로 거리축제 기간인 10월 14일 장편 불교 소설인 『길 없는 길』을 쓴 작가 최인호 씨를 초청, 작가와의 만남 행사를 갖고 이에 앞서 10월 11일, 12일 연극과 도도리 국악단, 인기 가수 초청 공연을 중심으로 한 축제도 개최한다.

◆한국의 자제공덕회를 꿈꾸다=원각사의 최종 목표는 대만 자제공덕회다. 400만명에 달하는 봉사자를 거느린 자제공덕회와 같이 정치, 사회, 문화, 복지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부처님의 가르침을 구현하는 것이 바로 원각사의 서원이다. 일체 중생에게 즐거움을 주고 괴로움과 미혹을 없애주는 사무량심을 실천하는 수행공동체로 거듭나기 위해 국악 모임 선우회 불자들과 자원 봉사팀(20명)을 꾸려 소향원 등 노인요양원과 전남대 병원에서 정기적인 보살행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은 자제공덕회와 같은 봉사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예행연습에 해당된다. 원각사는 향후 10년 내에 불교 회관을 건립하고 대규모 봉사 네트워크도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올 9월에는 전라도 지역 복지, 봉사 전문가들을 초청한 가운데 ‘자신과 이웃을 위한 행복한 삶으로의 초대’란 주제로 제1회 광주전남 불교사회복지 열린 포럼을 개최한다.
www.wongaksa.org, 062)223-3168


“대만 자제공덕회
보시-봉사시스템
한국서 구현할 터”

원각사 주지
도 제 스님

1998년 2월 송광사 승가대학을 졸업한 이후 봉암사와 해인사, 해운정사에서 수선안거를 성만한 수좌인 원각사 주지 도제〈사진〉 스님의 별명은 ‘불도저’다. 하고자 하는 일이 있으면 앞뒤 가릴 것 없이 밀어붙이기 때문에 불자들이 지었다. 누각을 짓기 위해 근린상가가 들어서 있던 80평 부지와 대웅전 터를 확보하기 위해 땅을 매입할 때도 주위에선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스님의 수중엔 한 푼도 없었다. 그러나 스님은 “땅을 팔지 않겠다”는 토지 주인들을 직접 만나 설득하면서 불사의 원만 회향을 위해 기도해 기어이 성취하곤 했다.

“원각사가 100여년 된 도량이기는 하나 5년 중창 불사는 도량 전체를 다시 정비하는 창건 불사와도 같이 힘겨웠습니다. 재정적인 문제가 가장 어려웠지요. 대만 자제공덕회 불자들은 복 짓는 것을 당연하고 자랑스럽게 여깁니다. 자제공덕회는 이웃을 위해 보시하고 봉사하는 데 대한 보람을 느낄 수 있게 교육하고 수백만명이 십시일반으로 보시한 재정으로 세계 곳곳에서 가난과 굶주림, 질병을 퇴치하는 보살행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천수천안관자재보살님의 역할을 실천하고 있는 것입니다.”

도제 스님은 대만의 사회 전반에 걸쳐 가장 영향력이 큰 자제공덕회의 활동과 봉사, 보시 시스템을 눈으로 확인한 뒤 자제공덕회를 원각사의 발전 모델로 정했다.

“항상 문화 법석의 아이템을 기획하고 포교 프로그램을 고민한다”는 스님은 “우리 불교도 힘을 모으면 그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며 “특히 어린이 포교 역시 지도자들이 함께 모여 교육 방법을 연구하고 정보를 공유한다면 그 효과가 클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사단법인 동련은 도제 스님의 요청을 받아들여 7월 8일 원각사에서 전라도 지역 어린이 법회 지도자 75명을 대상으로 제1회 여름불교학교 지구별 연수를 시행했다.
 
광주=남배현 기자 nba7108@beopbo.com

어린이 포교 Q&A

어린이, 미래 아닌 현재
스님이 먼저 마음 열면
도량은 ‘어린이 놀이터’

Q : 우문이기는 하나 어린이 포교가 중요한 이유는.
A : 어린이 포교가 중요하다고 말은 하지만 실제 실천하는 도량은 적다. 무엇보다 안정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어린이 법회가 활성화된다. 어린이 포교를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어린이 포교는 바로 현재이다. 원각사 무등어린이회는 중고등부법회를 결성할 수 있게 한 밑거름 역할을 했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무등어린이회 불자들을 주축으로 중고등부법회를 결성했고 최근 무등어린이회 불자들의 어머니들을 중심으로 자모회를 구성할 수 있었다. 어린이가 성장하듯 사찰의 포교 역량 역시 배가되는 셈이다.

Q : 어린이 법회를 시작하게 된 동기는.
A : 안과를 갔는데 팔에 붕대를 감은 어린 소녀와 소녀의 친구로 보이는 아이가 놀고 있었다. 두 아이 모두 교회에 다녔는데 교회에서 뭘 배우냐고 물어보니 자신을 하나님이 낳았다고 하고 아버지, 어머니도 하나님이 낳았다고 말을 했다. “그렇지 않다”고 이르니 그 소녀가 “그런 말 자꾸하면 지옥간다”며 도망갔다. 충격적이었다. ‘성직자란 사람들이 어떻게 저렇게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일이 있은 뒤 곧바로 겨울명상학교를 열었다.

Q : 사찰을 편하게 느끼게 하는 노하우는.
A : 스님들이 마음을 열면 된다. 아이들과 법당에서 씨름도 하고 차담도 나누어 봐라, 아이들이 먼저 장난을 걸어 올 것이다. 같이 놀아주는 스님,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을 리 있나. 자연 체험이나 요가 등 학교에서 할 수 없는 특성화된 프로그램들에 대해 고민한다면 얼마든지 사찰만의 장점을 살릴 수 있다. “2~3주 동안 어린이 법회에 보내지 않았더니 아이가 원각사 꿈을 꾼다고 해 법회에 보낼 수밖에 없다”는 어머니 불자의 하소연(?)을 어느 도량이나 들을 수 있다.

Q : 어린이 법회를 운영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A : 역시 어린이 전문 교사가 없다는 점과 법회 운영비 지원이 어렵다. 여름불교학교를 열면 사중에서 300~400만원에 달하는 비용을 후원한다. 법회 운영에 필요한 재정을 부담해야 하니까 대부분의 사찰들이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 같다.

Q : 원각사의 극복 방법은.
A : 불자들의 봉사와 보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어린이 법회를 지도하는 교사는 원각사의 불일청년회 회원 7~8명이 맡는다. 아울러 7월 7일 결성된 어린이 법회 자모회는 앞으로 어린이 법회의 간식이나 다과회 등을 지원하게 될 것이다. 어린이 포교의 활성화는 재정적인 투자도 중요하지만 신도회와 청년회, 스님이 하나 돼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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