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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좋은 친구란…

기자명 법보신문

善友-惡友, 계속된 만남서 드러나
진실된 마음-언행으로 善緣 맺어야

헤아려 보니, 그 동안‘친구’라는 이름으로 만난 이들이 두 세 자리 숫자로는 모자랄 만큼 많은 것 같다. 친구란 생각하기에 따라 정말 폭넓게 적용될 수 있는 말이다.

나이, 성별, 신분, 국적 등 아무 상관없다. 서로 친근감 내지 호감을 느껴 마음을 트면 그것이 친구인 것이다. 예전에 어떤 선생님이 자신의 지인들에게 필자를 소개하며 ‘내 친구 이자랑 선생이야’라고 했다. 10살이 훨씬 넘는 나이 차이는 놔두고라도, 그 훌륭한 학문적 성과에 평소 존경의 마음을 갖고 우러러보는 대상이었기에 순간 몹시 당황스러웠다. 동시에, 자신의 제자를 스스럼없이 남에게 친구라는 말로 소개할 수 있는 그 분의 마음 폭에 적지 않은 감동을 느꼈던 순간이기도 했다.

이제 와 돌이켜 보면, 그 말은 서로 간에 존재하는 어색함과 어려움을 상당히 완화시켜 주었고, 이후 필자는 그 선생님과 좀 더 거리낌 없는 학문적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것 같다. 바로 친구라는 말이 갖는 놀라운 힘의 영향이었던 것이다.

이렇듯 친구란 우리의 삶 곳곳에서 예기치 않게 나타나 서로에게 깊은 영향을 남기게 된다. 어떤 시기에 어떤 사람을 친구로 만나는가에 따라 때로는 인생이 180도 바뀌는 일도 있다. 따라서 가능하면 자신의 인생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줄 좋은 친구를 만나고 싶다. 그리고 자신 역시 다른 이에게 그런 친구이고 싶은 것이다. 좋은 친구와의 적극적인 교제는 불교경전에서도 종종 설하는 바인데, 특히「싱갈라에게 가르친 경」에서는, 인생에서 절대로 가까이 해서는 안 될 것 가운데 하나로 나쁜 친구를 들며, 선우와 악우를 구별하는 가르침을 설하고 있다.

먼저 나쁜 친구의 특징은, 첫째, 무엇이든 빼앗아가는 자이다. 적게 주고 많이 가져가려 하거나 혹은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자이다. 둘째, 말 뿐인 자이다. 과거나 미래의 일에 대해서만 우정을 내세우고, 정작 무슨 일이 생기면 꽁무니를 빼는 자이다. 셋째, 아부하는 자이다. 상대방이 옳지 못한 일을 하려 할 때는 이에 동의하고, 좋은 일을 하려 할 때는 동의하지 않으며, 앞에서는 칭찬하고, 뒤에서는 욕하는 자이다. 넷째, 나쁜 장소에 출입하는 자이다. 술이나 도박에 빠져 있을 때, 혹은 길거리를 헤맬 때 만난 자이다. 이런 특징을 지닌 자들은 친구를 가장한 적이라고 한다.

그러나 좋은 친구란, 첫째, 도와주는 친구이다. 친구가 무기력할 때 지켜주고,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 의지처가 되어 주는 자이다. 둘째, 즐거울 때나 괴로울 때나 변함없는 친구이다. 친구에게 비밀을 털어놓고, 또 친구의 비밀은 지켜주며, 역경에 빠져서도 결코 친구를 버리지 않으며, 친구를 위해서 목숨까지도 버릴 수 있는 자이다. 셋째, 진정으로 상대를 위한 일이라 생각하며 말해주는 친구이다. 악을 막아주고, 선으로 들어가게 해 주며, 아직 듣지 못한 것을 말해주고, 천상에 이르는 길을 들려주는 자이다. 넷째, 동정해 주는 친구이다. 친구의 몰락을 기뻐하지 않으며, 친구의 번영을 기뻐한다. 다른 사람들이 친구를 욕하면 변호해 주고, 다른 사람들이 친구를 칭찬할 때는 그 이상으로 칭찬해 주는 자이다. 이런 네 가지 종류의 사람을 친구로 두었다면, 마치 어머니가 자신의 자식을 생각하듯, 몸과 마음을 다해 그를 소중히 해야 한다고 한다.

좋은 친구와 나쁜 친구, 처음부터 명확하게 그 구별이 가능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만남을 지속해 가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것 같다. 만남 속에서 서로가 주고받은 마음과 언행이 두 사람의 관계를 선연(善緣)으로, 혹은 악연(惡緣)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상대방이 마음속의 깊은 문을 열어주기를 바라기 전에, 먼저 자신부터 활짝 문을 열고 넓은 가슴으로 친구를 감싸 안고 듬뿍 애정을 주자. 어느 날 문득 자기 앞으로 성큼 다가서서 웃고 있는 좋은 친구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도쿄대 외국인 특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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