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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북경 민국대학서 정치·경제 공부

기자명 법보신문

금강산 유점사 거쳐 중국행
창일당 가입하며 본격 활동

봉선사에 머물던 김봉환, 김규하, 김정완, 윤종목, 차응준 등 다섯 명의 다른 스님들과 함께 길을 나선 성숙은 금강산으로 향했다. 해제철을 맞아 만행을 나선 것으로 위장했으니, 다른 절을 찾아가는 것처럼 해야 일본 경찰의 눈을 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금강산에 무슨 연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호형호제하며 지내던 운허가 금강산 유점사에서 공부했던 인연이 있어서 그쪽을 거쳐가기로 했던 것이다.

여름과 가을 사이를 오가는 날씨가 조금 덥기는 했어도 힘이 들 정도는 아니었다. 일행은 산길을 돌고 돌아 3일만에 유점사에 닿았다. 유점사에는 공부하는 스님들이 생각보다 많았고, 운허에게 듣기는 했어도 공부하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그리고 유점사에는 학승들이 많아서 때때로 봉선사 강원에 와서 강의를 했던 스님들도 있었기 때문에 며칠 머무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누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꼬치꼬치 캐묻는 이도 없어서 앞으로 갈 길만을 생각하기에 더없이 좋았다.

그렇게 며칠 지나면서 유점사에 대한 공부를 해 두었다. 주지가 누구이며 건물마다 생김새는 어떻고 하는 것 등 시시콜콜한 부분까지 빠짐없이 눈여겨보았다. 혹시 검문을 당할 경우를 대비해서 유점사 스님으로 위장하기 위한 사전 준비였다.

유점사에 1주일을 머물던 성숙 일행은 다시 길 떠날 채비를 했다. 여기 저기서 많은 스님들이 찾아오고 있어서 그 가운데 혹시라도 일본 경찰의 앞잡이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머무는 것이 위험할 수도 있었던 상황이다. 그렇게 길을 나선 일행은 산등성이를 타고 북으로 향하다가 평양을 거쳐 다시 묘향산으로, 그리고 압록강을 건너 마침내 중국으로 갈 수 있었다.

중국에 도착한 성숙 일행은 곧바로 북경으로 향했고, 성숙은 북경에 도착하자마자 민국대학 입학절차를 거쳐 정치학과 경제학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함께 북경까지 온 김규하, 김정완, 차응준은 북경대학으로, 김봉환은 문화대학으로, 윤종목은 평민대학으로 각각 입학해서 각자 공부를 시작했다. 성숙을 비롯한 여섯 명의 스님들은 문학단체를 만들어 잠깐 동안이지만 『황야』라고 하는 문학잡지를 내기도 했다.

성숙은 중국에 도착하면서부터 김창충이라는 가명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얼마 후 함께 왔던 다른 세 명은 혁명을 어떻게 할 것이며 지금 이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 독립운동을 할 것인가에 대한 회의를 느끼고는 조선으로 돌아가 버렸고, 성숙을 비롯해 김봉환과 김규하만 계속해서 공부를 하게 됐다.

성숙은 제대로 일 한번 해보지 못하고 떠나는 스님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앞서기도 했으나, 그들을 만류할 수도 없었다. 모두 스스로 먹고 입고 자는 것을 해결해야 했고, 그러면서 공부를 하고 다른 한편으로 조선의 독립을 위한 혁명을 꿈꾸고 있었던 시기였기 때문에 누가 누구에게 도움을 줄 형편이 되지 못했다. 그러던 중 김봉환이 독립운동에 본격적으로 가담해야겠다며 만주로 떠나갔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김봉환은 불교계 독립운동사에 오명을 남기고 말았다. 김봉환은 훗날 한 여인을 만나면서 변절하게 됐고, 편협한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자신의 안위를 위해 김좌진 장군을 암살하는 배후 인물이 되었다.

그렇게 해서 함께 봉선사를 떠나 북경까지 건너온 일행 중 김규하 만 성숙과 함께 남고 나머지는 떠난 셈이 되었다. 성숙은 이때부터 창일당에 가입해 본격적으로 독립운동에 뛰어들었고, 사상적 무장을 강화하는 한편 독립운동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등 논리적으로 유학파들을 설득하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sjs8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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