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⑫ 원한으로 얽힌 암탉과 여인

기자명 법보신문

원한 품은 암탉과 여인 오백생 동안 거듭 복수
자비·용서로 고통 극복하며 수행 발판 삼아야

보살의 수행방법을 설하고 있는 『보살선계경』을 살펴보면 보살이 인욕바라밀을 수행해야하는 이유에 대해 상세하게 설해져 있다. 『보살선계경』에서는 “모욕을 참지 못하는 것이 번뇌의 원인”이라며 “나에게 닥쳐오는 온갖 번뇌는 남의 과실 때문이 아니라 내 잘못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고 설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당하거나 난관에 부딪힐 때 “왜 나에게만 이러한 일이 생기는가”라며 번뇌하고 원망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이런 번뇌나 원망하는 마음이 고통이나 난관, 그 자체를 해결하는 데에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하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불행한 일이 생길 경우 이를 즐겁게 여기기는 힘든 일이나, 이때에 참지 않는다면 이는 스스로 업을 짓는 일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스스로 업을 짓는다면 다시 스스로 그 보를 받을 수밖에 없으니 몸으로 생사의 고통을 받아야만 할 것이다.”

사바세계가 ‘고통의 바다’가 아니라면 우리는 삶을 ‘고(苦)’라고 규정지을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왜 나에게만’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고통은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부처님은 ‘왜 고통이 생겼는가’보다는 ‘어떻게 고통을 없앨 것인가’를 깨우쳐 주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셨다. 『보살선계경』에 설해져 있는 이 말씀 역시 지금 내게 닥친 고통을 도리어 발판으로 삼아 다시는 고통에 빠지지 않는 길로 나아가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야말로 ‘역전의 묘수’인 셈이다.

『법구경』21장 광연품에는 암탉이 알을 낳을 때 마다 그 알을 깨뜨려 먹은 여인의 이야기가 나온다. 매번 알을 빼앗긴 암탉은 여인에게 원한을 품게 되었고 다음 생에 고양이로 태어나 암탉으로 다시 태어난 여인의 알을 깨뜨려 먹어 버렸다. 이렇게 해서 서로 원한을 품은 여인과 암탉은 무려 오백생에 거쳐 서로 잡아먹고 잡아먹히는 원수의 관계를 거듭하며 서로에게 더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겨주었다. 그렇게 생을 거듭하다 마침내 아들을 낳은 어머니와 아이를 잡아먹는 귀신으로 또 다시 마주친 이들의 모습을 보시고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약 너희가 오늘 여래에게 오지 않았다면 너희의 원한은 더욱 깊어져 끝없이 계속되었으리라. 무릇 원한은 원한으로서는 결코 풀지 못하느니라. 원한을 풀 수 있는 것은 오직 자비와 용서의 마음뿐이니라.”

오백생을 거듭한 악연과 그로인한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원한과 복수가 아닌 오직 상대의 악행과 나의 고통을 용서하고 참아내는 인욕행에 있었다.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이것을 깨달은 귀신과 여인은 부처님께 귀의하여 마침내 오래된 원한과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인생을 살면서 부딪치는 문제를 잘 활용해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면 살아가는데 있어 이보다 더 현명한 길은 없다. 그러므로 인욕바라밀은 아무런 목적 없이 그저 참기만 하는 극기가 아니며 고행과도 전혀 다르다. 나에게 닥친 모든 고통을 수행으로 삼아 더 이상 고통이 반복되지 않도록, 나아가 다른 이들이 악한 행동조차 그들에게 악업이 되지 않도록 막아주는 보살행인 것이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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