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포 하나하나에 이타-상생 심어준 부모님께 늘 감사

기자명 법보신문

불자 CEO 박 해 춘 우리은행장

“난행능행(難行能行)하면 존중여불(尊重如佛)이라.”

원효 스님의 발심수행장에 있는 경구다. 지난 10여년 간 우리 경제를 휘청거리게 할 정도로 부담을 주었던 간판급 보험, 금융회사들을 살리는 데에 진력해 왔던 박해춘(59·사진) 우리은행장, 그가 삶의 나침반으로 여겨 온 가르침이다. 풀어쓰자면 어려운 일을 기꺼이 행하면 부처님과 같이 존중받게 된다는 뜻이다. 유력 포털사이트는 물론 언론매체의 인물 사이트에 늘 불자라고 밝혀 온 그에게 꼭 들어맞고, 그의 삶을 잘 대변해 주는 문구이다.
 
대대손손 독실한 불자 가정
    
박 행장은 경제계에선 ‘기업재생 전문가’로 통한다. 부실기업을 재생하는 작업은 어려운 일을 기꺼이 행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쓰러져 가는 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구조 조정과 함께 부실기업을 정상화하기 위해 순간순간의 변화에 빠르게(스피드) 대처해야 한다는 조건들이 따라 붙는다. “누구도 할 수 없는 어려운 일을 해냈다”는 긍정적인 평가 이면에 ‘피도 눈물도 없는 CEO(최고 경영자) 혹은 조폭식 경영’이라는 수식어들이 따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 스스로도 “망한 회사의 CEO는 조폭 두목처럼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주저 없이 말하고 있으니, 이 같은 평가가 무리만도 아니다. 그의 말에는 “욕을 먹어도 강인한 카리스마와 빠른 판단, 불퇴전의 추진력,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긴장이 없으면 부실 덩어리 회사의 회생은 불가능하다”는 확신이 배어 있다.

“구조 조정이요, 말이 그렇지 누구나 듣기 싫어하고 또 하기 싫어하는 일입니다. 아무리 애를 써도 좋은 소리 듣기도 힘들고 성공적인 결과를 내기도 어렵기 때문이지요. 어렵다고 해서 피한다면 누가 그 일을 하겠습니까. 국민들의 경제와 직결돼 있는 금융회사들을 살리는 일은 막중한 책임감과 ‘불가능은 없다’는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살아가면서 여느 사람들은 쉽고 편한 길을 택하곤 한다. 그러나 박 행장은 어려운 길을 택했다. 편안함에 익숙해지다 보면 퇴보의 길에 들어서게 되지만 변화하고 혁신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마음은 난제를 풀어갈 수 있는 창의력과 용기를 주기 마련이다. 어려운 길을 택한 까닭이다.

서울보증보험과 LG카드, 우리은행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보험, 금융기관들이지만 이들 회사들의 공통점은 벼랑 끝에 몰렸었다는 점이다. 또한 박 행장의 노력에 의해 이제는 희망가를 부르고 있는 곳들이다. 1998년 IMF 환란 당시 파산 직전의 서울보증보험을 기적과도 같이 흑자 기업으로 전환시킨데 이어 2004년에는 카드대란의 주범으로 몰렸던 LG카드를 단 1년 만에 우량 카드회사로 탈바꿈시켰다. 우리은행의 경우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기에 ‘벼랑 끝 승부’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은행장 취임 100여일 만에 자산 규모 200조원을 달성했고 이제 중국 등 아시아 각국에 영업망을 대폭 늘려 아시아 금융벨트를 구축하겠다는 야심찬 계획까지 추진 중이다. 벼랑 끝을 벗어나 희망의 대로로 들어선 셈이다.

지난했던 구조조정의 연속 그리고, 노사간 갈등을 풀고 회사 전체를 하나로 묶을 수 있었던 그의 힘은 이타(利他)와 상생(相生)의 도리. LG카드 CEO로 재임할 당시 노동조합 간부들과 만나 “나와 한 덩어리가 돼 회사를 살릴 것인지, 이대로 죽일 것인지 지금 말해 달라. 안 하겠다면 지금 당장 그만 두겠다”며 ‘나’를 버렸다. 그 결과 노조의 협조로 ‘무쟁의 2년’과 ‘조기 출근’을 이끌어냈고 우리사주가 휴지 조각이 되어 LG카드 직원 98%가 빚쟁이가 됐을 땐 채권단의 반대에도 특별 보너스를 지급, 빚을 갚게 했다. 정작 자신의 연봉은 채권단에 의해 동결됐다.

요즈음 그의 생활은 ‘분치기’이다. 취임 4개월째, 분 단위로 끊어서 업무를 볼 정도로 분주하다. 매일 새벽 5시 일어나 서울 강변역 인근 구의동 자택을 출발, 6시 30분 남산 우리은행 본점에 도착해 업무에 관한 조찬 미팅을 갖는다. 거의 매일 귀가하는 시간이 밤 12시에 이를 정도로 시간을 쪼개 쓰고 있으나 매일 새벽 ‘5분 명상’을 잊지 않는다. 잠시 틈이 나면 일상 중에도 정좌한 채 하루 일상을 관하고 참회하는 시간도 갖는다. 증조 할아버지대에서부터 할아버지(박원전), 아버지(박천수)로 대대손손 이어져 온 불교 집안에서 자라면서 몸에 밴 습관이다.
 
매일 새벽 ‘5분 명상’ 생활화
    
“돌아가신 어머니(최옥하)의 불심이 대단하셨습니다. 절에 가시는 걸 그렇게 좋아하셨는데 그 마음이 보살 같았지요. 해마다 부처님오신날이면 어린 저를 데리고 집에서 8km나 떨어진 금산 보석사까지 걸어서 가시곤 하셨는데 등도 달고 법회도 본 뒤 나물에 참기름을 비벼먹었던 밥맛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박 행장은 불교의 핵심을 ‘이타행’이라고 강조한다. 남을 이롭게 하려는 마음이 있어야 어떤 일을 하더라도 이웃과 함께 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어머니 마음이 늘 그러했기에 자신의 몸을 이루고 있는 DNA 하나하나에도 이타심이 각인돼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고향인 충남 금산에서 박 행장의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지금도 이타행을 많이 한 어른으로 회자되고 있다. 민족의 격변기였던 1948년, 할아버지는 금산에 ‘박 외과’를 설립했으며 할아버지는 아버지와 함께 금산고등학교를 설립, 기부 체납하기도 했다. 병원 진료비라고 해봐야 쌀이나 과일로 대신할 만큼 가난했던 그 시절, 의사였던 아버지는 당대를 대표하는 병원 원장자리마저 포기하고 귀향해 돈이 없는 환자들에게 인술을 펼치셨다. 이웃에게 이타행을 베푸는 어르신들의 마음이 그대로 이입됐을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의 이치이리라.

시간 날 때마다 가족들과 함께 강남 봉은사에 들러 기도도 하고 산책도 했던 그는 우리은행장 취임 이후 사찰에 들르지 못하고 있다. 시간이 없어서다. 잠시의 틈도 허락하지 않는 빡빡한 생활과 앞만 보고 전력을 다해 질주하는데 익숙해져 있는 그에게 “만약 일주일의 휴가가 주어졌을 때 가장 하고 싶은 일 세 가지와 휴가를 지내면서 꼭 필요한 세 가지 물건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올 휴가 역시 반납해야 될 상황, 당황스러워했다.

“늘 일하는 데에만 집중해 무얼 해야 할지 얼른 떠오르지는 않지만…, 3일 가량은 한적한 절에서 새소리, 계곡 물소리를 벗 삼아 지친 심신을 정화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지나온 일을 반추해 보면서 유일한 민족은행인 우리은행을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가에 대한 미래를 구상하고 싶습니다. 이런 일들을 하려면 펜과 베개, 노트가 필요하겠지요.”
 
부실기업 살리는 재생 전문가
    
박 행장이 지나온 길은 분명 비좁고 포장도 안 된 길이었다. 그런 길을 부처님의 가르침에 의지해 지나왔다. 우리은행 은행장에게 사회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귀 기울이면서 은행장 소임에 최선을 다하다가, 10년 뒤건 20년 뒤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정진할 것이라는 박 행장, “항상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불자(佛子)이며 삶을 바르게 회향하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그가 좋아하는 『금강경』의 한 구절은 남은 생을 어떻게 회향할 것인가에 대한 원력이 담겨 있다.

“정인(正人)은 설사법(設邪法)이라도 귀의정도(歸依正道)요, 타인(他人)은 설정법(設正法)이라도 귀의사도(歸依邪道)니라.”(바른 사람은 입으로 삿된 말을 하더라도 정도로 귀의하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입으로 바른 말을 해도 사도로 귀의 하니라.)
한편 박해춘 우리은행장과의 인터뷰는 7월 26일 오전 10시 우리은행 본점 행장실에서 1시간 동안 진행됐다.
 
남배현 기자 nba7108@beopbo.com
사진=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박해춘 행장은

1948년 충남 금산에서 아버지 박천수와 어머니 최옥하의 4남으로 태어났다. 1975년 연세대학교를 졸업했으며 △안국화재해상보험 이사 △삼성화재해상보험 기획 이사 △서울보증보험 대표이사 △LG카드 대표이사 등 금융계의 요직을 두루 거쳤으며 현재 △보험개발원 사외이사 △비자카드 국제이사 △우리은행 은행장으로 재직 중이다.

특히 서울보증보험과 LG카드, 우리은행 등 벼랑 끝까지 몰렸던 회사들을 다시 일으켜 ‘기업 재생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