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⑫ 강릉 성원사

기자명 법보신문

두메산골서 長坐不臥하니
800여 지계불자 결집하다

<사진설명>회초리 나누어 주는 유치원으로 이름난 강릉 성원사의 성원유치원 원생들과 주경 스님, 웃는 모습이 천진스럽다.

대지를 태워버릴 것 같은 한 여름 가뭄, 논바닥은 주먹이 들어갈 만큼 쩍쩍 갈라지고 죽어가는 벼를 바라보는 농부의 마음 역시 논만큼이나 깊이 상처가 나기 마련이다. 비 오기를 바라는 농부의 마음은 하늘에 닿고 대지를 뒤덮을 만큼 높고 드넓으리라. 이때의 간절하고 지극한 농부의 마음을 갈앙(渴仰)이라 이른다. 우리 불가에서 이야기하자면 갈앙이란 부처님의 가르침을 기다리고 숭상하는 불자(佛子)의 지극한 마음일 터.

무주상 보시로 10개 전각 건립

강릉 철갑산 중턱에 자리 잡은 성원사(聖源寺, 주지 주경)는 수많은 불자들의 갈앙이 모여 일군 도량이다. 1994년 8월 입재한 종무소 불사가 창건 불사의 시작이었으니 성원사는 불과 13년 만에 강원을 대표할만한 전법도량으로 거듭난 셈이다. 결제철이나 산철이나 구분할 것 없이 항상 새벽 2시 30분 일어나 예불하고 참선하고 염불 정진하는 주지 주경 스님과 스님이 전국을 순례하면서 파종한 ‘갈앙 법문’을 실천하려는 재가 불자들이 있었기에 지난했던 창건 불사도 가능했던 것이다.

20안거 이상 성만한 수좌 스님들조차 “예가 정말 좋은 절터냐, 현몽한 절터가 맞느냐”고 물을 정도로 성원사는 강원도 산골 중에서도 두메에 위치해 있다. 그곳에 터를 잡게 된 스님의 현몽 이야기는 고찰의 창건 설화와 같이 신이하기만 하다.

“10여년 전 안거를 마친 뒤 산철에 삼랑진을 거쳐 오대산으로 해서 전국 명산의 제일봉을 순례하면서 장좌불와(長坐不臥) 수행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철갑산 중턱 너른 바위에 앉아 수행을 하거니 잠을 자거니 하고 있는데 갑자기 이마에 뿔이 난 코끼리가 나타나더니 ‘오랜 세월 기다렸으니 이곳에 절을 짓고 중생을 제도하라’는 겁니다. 법력도 없고 정재도 없으니 못한다고 했더니 코끼리 하는 말이 ‘그래도 스님이 도량을 일으키셔야 한다’고 한 뒤 사라지더라고요.”

스님이 오대산 줄기인 강릉시 연곡면 철갑산 중턱에 터를 정한 연유이다. 목탁소리가 들린다 하여 ‘목탁골’이라고도 하고 그 옛날 수도암이란 절이 있었다는 구전이 전해 내려오는 것이 성원사 터가 간직한 불연이라면 불연일 뿐, 이생에 스님과 목탁골의 인연은 없었다. 반듯하게 깎아 다듬은 3300여㎡의 평지에 대웅전과 국제선원, 갈앙굴, 정중전, 요사채 등 연면적만도 2000여㎡에 달하는 전각 10여개를 갖춘 도량으로 거듭난 성원사는 이제 목탁골 자락 소유 토지만도 4만 9500여㎡에 이를 정도로 드넓고 전법면에서도 대찰로서의 사격을 구족한 것으로 평가된다.

2003년 3월 강릉시 회산동에 개원한 성원유치원과 성원사 포교원 성정사는 강릉 제일로 손꼽히는 유치원이자, 교육도량이다. 현대식 3층 건물 2개동으로 이루어진 유치원과 성정사는 330㎡에 달하는 교육관과 전법 공간, 수련관, 공양간 등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성원유치원을 생태교육기관으로 이름나게 한 3300여㎡의 대규모 텃밭도 있다.

전국 순례하며 ‘행복한 삶’ 법석

금타 스님의 보리방편문 수행을 이은 청화 스님의 상좌인 주경 스님이 성원사를 일으키게 한 성공 키워드로 꼽은 것은 세 가지, 그 첫째는 정법 포교요, 둘째는 쉼 없는 정진이요, 셋째는 중생의 아픔을 보듬는 것. 평범하지만 그것이 바로 대찰을 일으키게 한 힘이다.

성원사에는 다른 절과는 다른 점이 몇 가지 있다. 우선 신도 카드가 없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그리고 인터넷에 간단하게 행사 일정만을 게시할 뿐 별도의 홍보자료를 발간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140억여원에 달하는 불사를 추진해 왔음에도 전각 어디에도 보시한 불자들의 이름을 남기지 않는다는 점 역시 다르다. 그 이유가 머리를 끄덕이게 한다.

“무주상(無住相) 보시요, 모든 사찰에서 무주상, 무주상 보시하라고 가르칩니다. 그런데 말로는 그렇게 하면서 바르게 실천하지는 않아요. (사찰이 앞장서) 보시를 많이 한 불자들과 그렇지 않은 불자들을 분별하면서 정법을 실천하라고 가르칠 수 있나요. 이는 중생심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것이며 한국불교 전체를 망치게 하는 일입니다. 세연이 다할 때까지 성원사에서는 신도 카드를 쓰지 않겠습니다. 초하루 법회 등 신행 일정 역시 이미 다 정해져 있는 데 굳이 안내문을 발송할 필요가 있나요.”

갈앙회, 세상 정화-정법 홍포

불법을 간절하게 구하고자 하는 불자들을 바른 길로 인도하는 것이 전법의 정도라고 확신하는 주경 스님에게는 갈앙회 행자 800여명이 있다. 그들이 있었기에 오늘날 성원사의 모습도 나툴 수 있었던 것. 갈앙회 불자들은 “남편은 남편답게, 아내는 아내답게, 각자의 위치에서 벗어남이 없이 답게 살아가라”는 가르침을 따르는 불자들로, 서울을 비롯한 부산과 강릉, 문경, 속초, 동해 등 10여개 지역에 구역별 모임을 두고 있다. 이들은 불가에서 금기시 하는 오신채(파, 마늘, 부추, 달래, 흥거)를 취하지 않는 수행 공동체이다.

“오신채는 몸을 경직되게 하고 몸이 경직되면 화를 자주 내 깨달음으로 가는 긴 여정에 해가 된다”는 가르침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겠다는 원력을 모아 결성했다. 평소에는 참선하고 봉사하고 성지순례를 하다가 2개월 단위로 열리는 주경 스님의 구역 순례 법회를 주관하면서 성원사의 전법에 힘을 싣고 있다.

“지자(知者)는 행지시(行之始)요, 행자(行者)는 지지종(知之終)이니라. 즉, 안다는 것은 행함에서 비롯되고 행동하는 것은 앎의 끝이니라.”

성원사가 지향하는 교육 목표이다. 앎의 완성은 곧 실천임을 강조하는 경구이다. 성원사가 발원하는 세상은 가장이 자식과 아내를 부처로 여겨 늘 가정이 화목하고 이웃을 나와 같이 귀히 여겨 늘 감사한 존재로 생각해 서로를 받드는 ‘행복 공동체’이다.


성원사 주지 주 경 스님
“나를 낮추어 벗는 것이 해탈”

“자신의 내면에 있는 자비가 이웃을 정화하고 세계와 우주를 정화합니다. ‘나’라는 울타리를 벗으면 자연과 합일할 수 있고 자신을 낮춰 ‘나’를 벗는 것이 곧 해탈입니다.”

강릉 성원사 주지 주경〈사진〉 스님이 전국을 순례하면서 설하는 가르침의 요체이다. 태안사 정중선원에서 안거를 시작, 30여년 동안 선방에서 수행에 진력해 온 스님은 갈앙회 구역 법회뿐만 아니라 육사를 비롯한 삼사관 학교, 군부대, 지장자치단체 등을 돌면서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행복해지는 법과 가정의 화목, 바람직한 어린이 교육법 등 실생활과 밀접한 주제로 감로 법석을 펴고 있다. 매월 말 한 차례 성원유치원 원생들의 학부모, 조부모를 대상으로 법을 설하고 있으며 성정사에서도 매월 둘째, 넷째 주 일요일 정기 법회를 연다.

“개개인이 변해야 세상이 변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려면 정화할 수 있는 종자를 뿌리고 가꾸어야 합니다. 법석을 많이 여는 이유입니다. 청법 대중이 있는 곳이라면 그 어디든 법석을 펴고 있습니다.”

스님은 “독자인 상좌들의 부모와 불자들을 위해 성원사 텃밭 밑에 3층 현대식으로 된 복지관 겸 수련관을 건립하는 것이 마지막 불사”라며 “재가 불자들을 위한 교양대학과 미얀마 등 남방권 스님들을 위한 국제선원 등을 상설, 운영해 정법 포교의 영역을 확대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불사 동참 033)661-5736
 
강릉=남배현 기자 nba7108@beopbo.com

 

명품 성원유치원 Q&A

제일 교육이념은 인성교육
3300㎡ 텃밭은 생태교육장
회초리로 잘못된 습관 교정

2003년 3월, 3개 반에 60명의 원생으로 개원한 성원사의 성원유치원. 올해로 개원 5년째를 맞이한 성원유치원은 강릉에 있는 50여개 유치원 중 ‘으뜸’으로 평가받는다. 학부모들 사이에서 ‘명품 유치원’이란 말이 오갈 정도다. 5개 반에 150명의 원생을 교육하는 유치원으로 성장한 성원유치원에는 각 반당 10여명 이상의 대기자가 몰려 있을 만큼 인기가 높다. ‘회초리 나누어 주는 유치원’으로 이름난 성원유치원의 성공 비결은 무얼까. 부처님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한 교육에도 개신교와 통일교 등 이웃 종교를 믿는 학부모들이 자녀를 맡기는 이유는 무얼까. 성원유치원만의 독창적인 교육과 성공 노하우를 들어 보았다.

Q : 성원유치원의 교육 이념은 무엇인가.
A : 인성(人性) 교육이다. 어른을 공경하고 예의가 바르며 맑은 심성을 갖게 하는,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제일 교육이념이자, 철학이다. ‘나는 땀 많고 피 많고 눈물 많은 그런 사람이 되련다’란 우리의 슬로건은 “부지런하고 정열적이며 인정이 많은 사람”을 의미한다.

Q : 불교적인 심성교육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나.
A : 어린이들은 등교할 때 반배 합장하며 인사를 한다. 그리고 법당에 들러 3배를 하며 매일 한 차례 30분씩 불교와 관련된 교육프로그램에 동참한다. 모든 원생들이 반야심경을 외운다. 월요일엔 월요법회가 있고 화요일 불교 동화, 수요일 명상, 목요일 찬불가, 금요일 요가를 배운다. 공양을 할 때도 발원문을 낭독하게 하는 데 발원문에는 음식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수고로움과 스님, 선생님이 먼저 공양을 드시라고 인사를 올리고, 친구들과 같이 먹자고 권유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Q : 생태 교육, 체험 교육에 특히 신경을 많이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
A : 그렇다. 유치원 바로 뒤편에는 3300㎡의 텃밭이 있는 데 이곳은 어린이들이 먹을 농산물을 재배하는 농장이면서 생태 학습장이기도 하다. 어린이들은 텃밭에서 감자도 캐고 풀도 뽑으면서 자연을 배우고 생명 존엄에 대해 눈을 뜨게 된다. 우리 유치원의 식단에는 유치원 텃밭과 성원사에서 직접 재배한 농산물들이 오르고 있으며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는다.

Q : 성원유치원은 회초리 나누어주는 유치원으로 유명하다.
A : 입학할 때 주경 스님이 물푸레나무를 깎아 만든 회초리를 학부모들에게 보시한다. 회초리는 어린이들의 잘못을 교정해 가는 도구로, 같은 잘못을 3회 반복했을 때 어린이와 협의해 매를 때린다. 반복된 잘못에 대해 몇 대를 맞을 지에 대해 교사와 어린이가 의견을 나누어 맞을 횟수를 결정한다. 그리고 매를 때렸을 땐 ‘이러이러한 잘못으로 매를 때렸다’는 내용을 편책(鞭責) 대장에 기록하고 학부모에게도 알린다. 회초리 드는 방법에 대해 학부모들에게 교육해 가정에서도 회초리 교육이 이어어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학부모들로부터 산만했던 아이가 차분해지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많아졌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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