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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타 스님의 마음 잡기

기자명 법보신문

굴욕에 의연했던 스님은
참다운 종교인의 귀감
‘종교적 이기’가 갈등 원인
승리-항복의식 모두 놔야

부처님께서 그늘을 찾아 걷고 있었습니다. 이 때 욕쟁이 바라드바자 바라문이 부처님 뒤를 따르며 추악한 욕을 퍼부었습니다. 욕을 들으시면서도 묵묵히 걷던 부처님은 급기야 걸음을 멈추셨습니다. 그러자 욕쟁이 바라문이 “이제 항복하셨습니까?”하고 물었습니다. 부처님이라 해도 자신의 욕을 참지 못하고 화를 낼 것이라 생각한 것이겠지요.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긴 사람은 원수 더 사고 항복한 사람은 누워도 편하지 않도다. 승리와 항복 둘을 함께 버리면 그는 곧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을 것이다.”

이에 욕쟁이 바라문은 “미친 사람처럼 분별하지 못하고 부처님에게 욕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며 참회했습니다.

최근 부산에서 일어난 ‘두타 스님 굴욕’이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부산의 한 개신교인이 스님 머리에 손을 얹고 회개를 강요하는 장면이었는데 한 때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 1위였다고 합니다. 어떤 광경이었을지는 눈을 감지 않아도 확연히 떠오릅니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기차역 광장을 지났던 사람이라면 한 번쯤 목격했거나 경험했을 개신교의 광신적 선교(?)가 뇌리를 스쳐갈 것입니다.

그런데 그 개신교인의 이러한 무분별한 행위가 무려 주말마다 5개월 동안 이뤄졌다고 하니 충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저를 비롯해 누구라도 5개월은 커녕 5분도 참지 못했을 것입니다.

인터넷 댓글을 보면 저의 심정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싶습니다. 당사자는 물론 개신교를 향한 비판과 비난이 줄을 이었습니다. 불교를 향한 한 사람의 광신적 선교 행위의 결과물로 돌아간 것은 한 사람의 회개는 고사하고 개신교 전체를 욕 먹이는 비판과 비난이었던 셈이지요.

이 상황에서 두타 스님의 심정이 궁금했는데 마침 언론을 통해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두타 스님의 일성이 저는 물론 대중의 가슴을 두드리고 맙니다.

“내 전생의 업에 의한 것이다. 참회한다. 이 일로 개신교 전체를 비난하지 말아 달라.”

두타 스님의 이 한마디는 깊고도 깊은 심중에 있었던 일갈이라 봅니다. 이 마음이 아니고는 지난 5개월을 견디지 못하고 화를 냈거나 그 자리를 떠났을 것입니다. 그 마음은 하심과 인욕이 스며있는 마음입니다. ‘들떠 있는 마음은 바로잡기 힘들지만 슬기로우면 바로잡을 수 있다’고 『법구경』에 나와 있는 것처럼 두타 스님이 펼쳐 보인 ‘마음잡기’는 만인의 귀감이 아닐 수 없습니다.

두타 스님의 일성에 저도 참회합니다. ‘우리도 부처님’처럼 부처님을 닮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선지식이 그토록 누누이 말씀하셨음에도 저 자신은 곧바로 팔 비틀 생각만 했지 인욕할 생각은 아예 없었으니 말입니다.

유럽에서도 불교를 ‘평화의 종교’라고 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당장 우리의 시선을 중동으로만 돌려 보아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지 않습니까! 자신의 종교논리만 내세울 때 어떤 파국이 전개되는지 말입니다. 끊임없는 중동 전쟁이 그토록 사랑을 강조하는 두 종교에서 비롯됐음은 너무도 아이러니합니다. 승리와 항복을 둘 다 놓으면 평화스러운 잠을 잘 수 있는데 안타깝기만 합니다.

아, 그 개신교 분은 잠에 잘 드셨는지 궁금합니다. 욕쟁이 바라문처럼 참회 했다면 잠을 잘 이루실 겁니다. 혹, 그렇지 못하더라도 두타 스님의 참회 인연으로 매일 밤 편안히 잠에 드시기를 바랍니다.

채한기 부장
penshoot@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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