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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개신교화

기자명 법보신문

‘평택시는 예수님의 것’
시내버스 평택시내 운행
공인들도 버젓이 종교편향
대통령 되면 한국도 봉헌?

우려하던 사건이 또 발생했습니다.

비록 3일 동안이지만 ‘평택시는 예수님의 것’이 되었습니다. 평택 시내버스 세 대가 ‘평택시는 예수님의 것입니다’, ‘평택을 예수님의 품으로’라는 외부 공고게시판을 탑재한 채 3일 동안 운행되었습니다.

한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지만 일각에서는 이런 생각도 할 것 같습니다. “광고 좀 했다고 평택이 하나님께 되나?”

이명박 한나라당 경선후보가 2004년 ‘서울 봉헌’을 발언해 물의를 일으켰던 당시 저는 개인적으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어야 했습니다. 저희 신문 보도 후 일반 언론계에 몸담고 있는 분이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불교계가 너무 ‘호들갑’ 떤다. 아니, 이명박 시장 한마디로 서울이 하나님께 되는가.” 그 분은 개신교인도 아니고 불교에 애정이 많았던 분이었습니다.

당시 사건 이후를 좀 들여다 보아야겠습니다. ‘서울 봉헌‘ 발언 파문이 일자 국회의원을 역임한 바 있던 김동길 교수는 “서울시를 잘 만들어 하나님께 바치고 싶다는 그의 염원이 그의 개인적인 신앙의 표현에 지나지 않는데 그 말에 무슨 잘못이 있다고 야단법석들인가”라며 대중을 향해 일침(?)을 놓았습니다.

이 발언에 힘을 얻었는지 2004년에 이어 이명박 시장은 2005년 11월 다시 한 번 파문을 일으킵니다. “청계천 복원은 시장 개인이나 시정을 맡은 공직자들의 지혜나 능력을 통해 이뤄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나님께서 이루신 것이다.” 이 정도면 개인적인 신앙의 표현이 아닙니다. 축구경기에서 터진 한 골이 적어도 11명의 힘으로 이뤄진 것이지 ‘선수가 아닌 하나님이 넣어준 것’은 아닌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 사건에 이어 당시 정장식 포항시장은 “포항 전 지역을 개신교 도시로 만들겠다”고 선언했고, 서찬교 성북구청장은 복지를 가장해 구청이 직접 선교에 나설 뜻으로 교동협의회를 구성 3개월 동안 운영한 바 있습니다.

서울이 이미 봉헌 됐으니 성북구 하나쯤 개신교화 되는 것은 조족지혈이지요. 서울에 이어 포항시와 함께 평택시도 하나님 품으로 갑니다. 개인적인 신앙의 표현이니 문제될 게 없다고요? 그렇다면 불교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서울, 포항, 평택이 하나님 품으로 가니 경기, 충청, 강원도라도 하루빨리 부처님 전에 올려야 하는 것입니까?

‘서울 봉헌’을 선언했다고 서울시가 하나님 소유로 되는 것은 아니며, 포항 전역을 ‘개신교 도시로 만들겠다’고 해서 당장 포항이 뒤집어지는 것도 물론 아닙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이 있습니다.

어느 사회든 공인의 언행은 사회에 큰 파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언론이 공인을 예의주시 하는 것이지요. 개신교인의 이러한 망동망언을 그냥 ‘그럴 수도 있지’하고 넘어가면 이 사회는 부지불식간에 ‘개신교화’가 되는 것입니다. ‘대한민국 개신교화’가 위험 수위에 이르는 순간, 다른 종교가 그대로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은 너무도 자명한 사실입니다. 종교로 인한 사회 대 혼란도 초래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정말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만약, 개신교인이 대통령이 되어서 ‘당선은 하나님의 뜻으로 이뤄졌으니 대한민국을 하나님께 봉헌합니다’하면 그 때는 어찌해야 할까요? 이 역시 ‘대한민국을 잘 만들어 하나님께 바치고 싶다는 염원이 개인적인 신앙의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까요.

일반인은 물론 ‘대한민국 개신교화’를 간과하고 있는 불자도 상당히 있는 듯 해 평택 봉헌 사건을 접하며 다시 한 번 짚어보았습니다.

채한기 부장
penshoot@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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