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⑬ 지혜제일 사리불의 인욕행

기자명 법보신문

거짓말 한 젊은 비구 용서해 악업서 구제
인욕 바라밀 닦았기에 지혜제일도 이뤄

『법구경』에 나오는 부처님의 게송이다.

“아라한의 인욕은 대지와 같아 성내어 상대방을 자극하지 않는다. 뜻은 문기둥처럼 견고하고 칭찬과 비난에도 동요가 없으며 마음은 고요하여 맑은 호수와 같다. 이러한 아라한에게 다시 태어남은 없다.”

이 게송이 나온 배경은 이렇다. 안거가 끝날 무렵 사리불 존자는 어느 비구의 귀에 가벼운 상처를 입히는 실수를 했다. 평소 사리불을 질투하며 나쁜 마음을 품고 있던 이 비구는 부처님께 가서는 “사리불 존자가 아무 잘못도 없는 저를 꾸짖고 욕설을 하면서 때리기까지 했습니다”며 거짓말을 했다. 부처님은 사리불을 불러 그런 일이 있었는지를 물었다.

“안거를 마친 수행자로서 한 스승 밑에서 공부한 도반에게 잘못을 저지른 것이 있다면 어찌 용서를 빌거나 참회하지 않고서 길을 떠날 수 있겠습니까.”

사리불 존자는 자신을 변명하는 대신에 겸손하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이런 존자의 모습을 본 비구는 자신의 잘못을 깨우치고는 사리불 존자와 부처님께 용서를 구했다.

“사리불이여, 이 젊은 비구의 용서를 받아들여라. 그러면 이 젊은 비구는 과보를 받지 않게 될 것이다.”

젊은 비구는 사리불에게 용서를 빌었고 사리불 역시 “나에게 허물이 있었다면 용서해 달라”고 청하였다. 사리불의 인욕과 용서로 인해 젊은 비구는 ‘머리가 깨어지게 될 과보’를 피하게 되었고 부처님은 이에 매우 기뻐하며 사리불 존자를 칭찬하는 게송을 읊으신 것이다.

부처님과 사리불, 그리고 젊은 비구의 참회모습을 그려보면 마치 꽃비가 떨어지는 듯 아름답기 그지없다. 누구나 한때의 잘못된 생각이나 착각으로 인해 남을 모함하거나 해를 입힐 수 있다. 그런 잘못은 욕망을 가진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흔한 실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문제를 어떻게 대처하고 해결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180도 달라진다. 비구의 거짓말을 듣고도 침착하게 사리불을 불러 사실을 확인한 부처님의 합리적인 태도, 터무니없는 모함에 대해 성내거나 보복하는 대신 사실을 밝히고 기꺼이 상대를 용서하는 사리불 존자의 인욕행, 그리고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용서를 구하는 젊은 비구의 겸손함은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가장 필요한 태도다. 만약 사리불이 젊은 비구의 모함에 화를 내고 원망하는 마음을 품었다면 그동안의 수행은 순식간에 물거품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사리불을 모함한 젊은 비구는 그 악행으로  사리불 존자의 수행을 망쳐 놓았으니 거짓말한 잘못 보다 더 악업이 쌓여 윤회를 거듭하며 고통받게 되었을 것이다.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용서를 권하고 사리불 또한 기꺼이 젊은 비구를 용서한 것은 바로 이러한 결과를 꿰뚫어보는 혜안이 있었기 때문임이 분명하다.

물론 그런 혜안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사리불 존자의 인욕행은 그 자체로도 칭송받아 마땅하다. 사리불 존자가 부처님의 십대 제자 중 지혜제일로 칭송받지만 무엇보다도 대지와 같이 한량없는 인욕행을 닦았기에 지혜를 갖춘 부처님의 으뜸제자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namsy@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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