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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경 스님]구원의 본질

기자명 법보신문

무모한 선교가
‘인질사건’불렀다지만
포교현실서 보면
그들 열정 놀라워

‘무샤하다(mushahadah)’는 수피(이슬람 신비주의)의 말로 ‘목격’,‘봄’의 뜻이다. 이것은 오로지 신을 기쁘게 하는 사람에게 신이 부여하는 것으로 이 상태가 ‘야킨(yagin:확실성)’이고, 궁극적으로 신의 모습에 접하기를 열망하는 모든 수피의 목표이다. 그 반대개념인 히자브(hijab, 신의 얼굴에 가린 베일)는 수피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혹독한 벌이다. 수피들은 ‘무샤하다’를 얻기 전의 삶을 헛된 것으로 여긴다. 유명한 신비주의자인 바야지드(?~874)는 나이가 몇이냐는 질문에 “4세”라고 하기도 했다.

그의 말이 이랬다. “70여 년 동안 신의 베일이 나에게 가려져 있었다. 그러나 나는 최근 4년 동안 그를 보고 있다. 이전의 기간은 정상적인 삶이 아니다.”

절집에서 출가하면 세납을 버리고 ‘승랍(僧臘)’을 쓰는 이치와 같겠다. 승속을 굳이 구분해서가 아니라 수행자의 고결한 영혼으로 거듭 태어나기 때문에 그렇다.

그가 젊었을 때, 신에게 드린 기도는 원대했다. “신이여, 이 세상을 개조시킬 힘을 주십시오.” 그는 사명감에 불타 있었다. 그가 더 성숙되자, 기도가 조금 바뀌었다.

“신이여, 세상을 변화시키기란 얼마나 힘든 일입니까? 벌써 제 생애의 반이 흐르도록 한사람도 개조시키지 못했습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그의 기도 범위는 점점 줄어들었다.
“신이여, 이젠 제 가족만이라도 개조 시키게 해 주십시오.”

바야지드가 늙어서 마지막 기도를 말했다. “신이시여! 이제야 근본적인 문제, 저를 개조하지 않고는 그 무엇도 가능하지 않음을 깨달았습니다. 저를 개조하고 싶습니다.” 드디어 신으로부터 응답이 왔다. “너는 이미 늙어 시간이 별로 없구나. 처음부터 그렇게 구했어야지…. 그때는 가능성이 있었지!”

아프가니스탄으로 선교를 떠났던 한 종교단체 일행이 탈레반에 인질로 억류되어 있다. 이미 두 사람이 목숨을 잃고도 상황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탈레반 포로 석방이라는 그들의 요구가 아프간 정부와 미국에겐 간단치 않고, 우리가 협상의 주도권을 갖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것 같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위험지역으로 들어갔고, 심지어 이슬람 사원에서 찬송가를 부르는 등의 무모함이 사태를 키웠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스님 한분 보내달라는 미국 동부의 한 절에서의 부탁을 1년이 넘도록 들어주지 못하고 있는 나에게는, 우리 불교계의 게으른 현실과 그들의 열정이 놀랍기도 하여 마음이 복잡하다. 구원의 본질을 묻기에 앞서, 그들은 보호되어야하고 정쟁의 도구로 쓰여서는 안 된다. 그들의 무사귀환을 빈다.

법련사 주지 보경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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